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달과 6펜스

bonbon 2007/09/28 01:42 Posted by bon.b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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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aul Gauguin.1891 캔버스 유채 113.7×87.6cm, 고갱의 생을 마친 타히티 섬에서 그린 그림. 이 무인도에서 작품활동을 많이 했다는데 작품속 소녀들은 고갱의 연인들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달과 6펜스에서 주인공 스트릭랜드 역시 타히티 섬으로 가서 생을 마감한다.


달과 6펜스, 서머셋 몸

기본적으로 우리 생의 첫 출발점은 ‘하고 싶어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때때로 그것의 윤기는 닳기 마련이고, 곧 미치도록 하고 싶어했던 일은 어느 날인가부터 ‘해야만 하는 일’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책의 제목 ‘달과 6펜스’를 많은 독자들은 이상과 물질로 해석한다. 과연 그것이 양립할 수 있는것인가. 혹은 그것이 분리되어 있는 것일까 하는 기본적인 위치 설정은 각설하고 말이다.

이 책의 또 한 가지 재미는 주인공의 모델들에 있다. 이 책 주인공의 모델은 유명한 화가인 폴 고갱이다. 자신의 안과 밖에 대한 끊임없는 고뇌는 예술가들에게 필연적인것인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주인공 스트릭랜드에 대한 인간 내적인 공감과 세상을 향한 시선은 평범한 나의 세계와는 양립할 수밖에 없었고, 나를 시시때때로 괴롭히곤 했다. 정말 그래야 하는 것인가 하는 당위성에 대한 의구심에서 시작하여 예술이 도대체 뭐길래 여러 사람을 이렇게 잡는가, 예술이 우리에게 주는 것은 무엇인가.. 등등 대답없는 질문들만 해대기 일쑤였던 것이다.


개인적으로 이 책은 모호함에서 시작하여 확연함으로 끝을 맺는다고 생각한다. 잘나가던 영국 중산층의 은행가였던 스트릭랜드는 가정과 직장 모두를 버리고 어느날 아무 흔적없이 홀연히 사라진다. 이유는 아무도 짐작할 수 없었고, 어렵게 얻어낸 그의 대답은 그저 “그림을 그리고 싶기때문”이었다. 스트릭랜드의 언행은 우리가 정형적으로 박아놓은 형태와는 엇나간다. 그의 사회와 대중에 대한 시선은 냉정하지만 그것을 바라보는 독자의 시선에 어느정도 왜곡을 허락한다면 냉소적일수밖에 없다. 정상적인 시각에서 바라보는 그의 자아실현은 너무나 극단적이며 현실기피적이기만 하기때문이다. 하지만 그는 오히려 이런 상식을 자신만의 논리로 짓밟아 부숴버린다. 어떤 변명도 필요없이 그는 '하고싶은 일'이 있기 때문이다. 죽음도 가난도 무섭지 않게 하는 절대적인 '하고싶은 일'.


“나는 그림을 그려야 한다지 않소. 그러지 않고서는 못 배기겠단 말이요. 물에 빠진 사람에게 헤엄을 잘 치고 못치고가 문제겠소? 우선 헤어나오는게 중요하지. 그렇지 않으면 빠져 죽어요.”


또하나, 달과 6펜스를 달리 해석하는 입장은 달을 남성, 6펜스를 여성으로 보는 것이다. 사실 이 책의 전반적인 여성에 대한 분위기는 썩 우호적인 편은 아니다. 또 그렇다고 해서 그것이 밑의 발췌한 내용처럼 독설적이기는 해도, 아주 거짓이거나 억지스럽다고 치부해버리기에는 여자인 나로서도 너무 시원한 거다...(작품의 시기가 1900년대 초기임을 감안해서)

“이 일은 남자의 육체적 매력에 끌린데서 비롯된 일에 지나지 않았다. 나는 그녀가 남편을 진심으로 좋아한 적이 있었다고는 생각지 않는다. 애무와 육체적 위안에 대한 여성적 반응, 대개의 여자는 마음속으로 그것을 사랑이라고 생각하는데 나도 사랑이라는 것을 그 이상으로 치지는 않았다. 그것은 포도넝쿨이 아무 나무나 타고 자라듯, 어떤 대상을 통해서도 일어날 수 있는 수동적인 감정이다. 세상의 지혜는 그런 감정의 힘을 알기 때문에, 남자가 여자를 원하면 여자에게 그 남자와 결혼하라고 부추긴다. 사랑은 나중에 저절로 생기게 마련이라고 장담하면서. 그것은 안전감에서 오는 만족, 재산에 대한 자랑스러움, 누군가 자신을 원하고 있다는 느낌에서 오는 즐거움, 가정을 가졌다는 데서 오는 만족감 등이 어우러진 감정이라고 할 수 있다. 그 감정은 사람을 기분좋게 하는 허영심에서 비롯된 것에 지나지 않는데, 여자들은 거기에 무슨 정신적 가치가 있으리라 생각한다.”


이 책을 읽은 것은 중학교때였다. 나는 당시 여느 문학소녀들(?)과 다를바없이 많은 청소년 권장도서들을 읽어댔다. 달과 6펜스가 청소년 권장도서로 적당한가에 대한 질문을 한다면 “글쎄..” 다. 그다지 성숙하지 않았던 내 경우, 나는 이 책을 읽고 가출을 해야만(?) 하나.. 하는 쓸데없는 고민을 잠시 했었다. 나는 학교도 가기 싫었고, 부모님이 내시는 과외비때문에 의무감에 공부를 하고 있었으니까. 솔직명명하게 살려면 당장에 그것들을 벗어던져야만 할 것 같았다. 그러나 당시 가출은 커녕 공부에 더 집중하기 위해 좋아하던 피아노 레슨을 그만둬야했다. 나름의 PLAN B였지만 그것이 잘한 일인지, 안된 일인지 나는 지금도 확실하게 알 수가 없다.
그때와 같은 질문을 지금 내게 한다면 나는 명확한 대답할 수 있을까? 사실 잠깐만 생각해봐도 그때의 나와 지금의 나는 그 어느 하나에 대한 명확한 답을 내릴 수 없다는 점에서 달라진 점은 없다.  나는 과연 이 순간 현재를 영원처럼 여기며 내가 목숨과 바꿀 수 있는 무언가에 내 생명을 바치고 있는가, 혹은 앞으로 그럴 수 있을것인지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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