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남과 같음을 증명하기 – 덱스터

[남과 같음을 증명하기 – 덱스터]

‘덱스터’는 범죄자들을 죽이는 연쇄살인범 덱스터의 이야기를 그리는 미드이다. 누군가는 ‘덱스터’를 보며 나쁜 놈이 더 나쁜 놈을 쫓는 이야기인 ‘추격자’를 떠 올릴 수도 있고, 누군가는 범죄자들을 처단하던 천재와 그를 잡으려는 천재의 두뇌싸움이 백미인 ‘데스노트’를 연상할 수도 있을 것이다. 감정이 없는 주인공을 보며 ‘사이코패스’를 다룬 영화들과 비교해 볼 수도 있다. 하지만 여기서는 ‘남과 다름’에 대한 이야기를 끄적여 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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덱스터는 덱스터의 ‘다름’을 알아챈 양아버지로부터 자신의 ‘다름’을 컨트롤하는 법을 배운다. 그 방법이라는 것은 바로 ‘~인 체 하는 것, 남들과 다름을 드러내지 않는 것’이다. 그리고 감춰진 욕망을 분출할 수 있는 다른 배출구를 만들어 둔다. 덱스터의 오프닝은 이러한 주인공의 양면성을 정말 잘 살리고 있다. 면도, 요리, 식사 등과 같은 일상적인 행위 속에 담긴 충동을 피의 이미지로 연결지는 이 시퀀스는 이를 상당히 인상적으로, 그리고 정확히 대변한다.

정말로 끝내주는 목소리(개인적 취향 심히 들어감…)와 매력적인 외모를 가진 여자친구를 옆에 두고도 연애 감정을 꾸며내고, 또 다른 연쇄 살인범의 등장에 동질감을 느끼는 주인공의 모습은 얼핏 보면 전혀 이해되지 않는 일 같기도 하다. 우리와는 상관없는 일처럼 보일 수도 있다. 그러나, 그가 여자친구와 함께 꿈에 대해 이야기하는 장면은 마음 속에 큰 울림을 남겼다. 아픔을 겪어 봤던 여자친구와, 내면의 공허함을 가진 주인공이 공통으로 가진 꿈은 바로 평범함이다. 그저 평균적으로, 큰 굴곡없이 남들과 같이 사는 것. 그건 너무 간단하지만 너무 어려운 꿈이다.

어릴 때는 나름 남들과 다르다고 생각했고, 남들과 다른 사람들을 존경했고, 남들과 다르게 살려고 했었는데 남들과 다른 선택을 할 때마다 계속 깎이어져만 간다. 그리고 결국은 남들과 다른 사람이 아닌 남들보다 못한 사람이 되어 간다. 우리가 살고 있는 곳은 남과 다르지 않으면 살아남기 힘든 경쟁 사회이다. 하지만 좀 더 깊은 내면을 이야기하자면 정말로 달라서는 안 되는 것 같다. 남과 다른 생각, 남과 다른 길을 택하면 모난 돌 취급만 받기가 쉽다. 남과 같은 길을 가고 남과 같음을 증명하되 남들보다 앞서야만 하는 것이다. 그것이 ‘평범한 행복’을 얻을 수 있는 최선의 길인가 하고 생각하니 씁쓸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