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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전우치

   황제의 검. 군대 있을 때 본 소설. 무림 고수가 어떻게 가는 지는 기억이 안나는데 중세인가 판타지 세계인가로 이동해서 거기서 용이랑 싸우고 했던 허무맹랑하긴 하지만 재밌었던 작품.

   나루토. 만화책으로 한참을 보다가 어느샌가 보지 않게 된 작품. 초반에 나루토의 환영분신술이 너무 많이 사용되서 나루토가 위기에만 빠지면 '저건 환영이군.'이라고 쉽게 예측해버려서 맥이 빠졌던 기억이 남.

   스파이더맨. 기묘하게 하게 허리를 뒤꺾으면서 빌딩 숲 사이를 날아다니는 장면 하나만으로도 충분히 볼 가치가 있는 작품.

   페르시아의 왕자. 플레이스테이션으로 플레이하면서 화려한 액션에 감탄했던 게임. 영화가 곧 나올텐데 액션이 너무 기대되는 작품.

   그 외에도 시노비, 데빌 메이 크라이 등의 스타일리쉬 액션이 들어간 게임들.

   전부 영화 전우치를 보면서 떠올랐던 작품들. 아 머털도사와 퇴마록까지.

   이처럼 최동훈의 전우치는 블레이드만큼이나 온갖 문화가 뒤섞인 작품입니다. 열거된 작품을 한 번이라도 봤다면 전우치에서 그런 냄새를 맡을 수 있고 그런 냄새를 기대하며 영화를 보게 되죠. 거기에 타짜에서 보여줬던 화려한 편집이 더해진다면 우리나라 최고의 액션 히어로 무비가 탄생하게 되는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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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전 강동원의 팬입니다. 그가 나온 영화의 절반 정도 본 것 같습니다. 특히 기억에 남는 것은 우리들의 행복한 시간과 형사 - 듀얼리스트네요. 비쥬얼을 내세우던 초기에서 형사와 우행시 즈음해서 '어? 조금 달라졌네?' 싶었는데 이번 작품의 강동원을 보면서 장동건이 결혼을 하고 나이가 들어도 강동원이 있어서 괜찮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능글맞은 웃음, 어리숙한 표정. 전우치 캐릭터를 맛깔나게 잘 소화해 낸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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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최동훈의 배우들도 역시 명불허전. 김윤석, 유해진, 염정아 등등. 열거하자면 끝이 없지만 특히 김윤석은 이도저도 아닌 어떻게 보면 굉장히 어정쩡한 캐릭터가 될 수도 있는 화담을 역시 멋지게 소화해 냅니다.

   영화 초반은 역시 최동훈 스타일이 압도합니다. 쉴새없이 넘어가는 컷. 화담과 신선 셋을 번갈아가며 대사 한 마디도 채 끝나기 전에 이미지 라인도 겹치지 않으면서 빠르게 진행되는 컷 편집. 풀 샷과 지미짚에 틸 업, 다운, 팬, 줌 인 아웃, 포커스 이동까지 절대 가만히 있는 법이 없습니다. 쿠엔틴 타란티노는 영화에서 수다에 가까운 대사를 쉴 새 없이 쏟아냅니다. 미쳐 자막이 따라가지 못할 정도로 말이죠. 하지만 최동훈은 반대. 유쾌한 농담과 진지한 대사에 사극 느낌의 느릿한 대화를 스피디한 컷 편집으로 포장합니다. 미쳐 눈이 따라가기 힘들 정도로 말이죠.

   황제의 검이 후반부에 맥이 빠지는 이유는 후반부에 개연성이 - 이런 소설에서 개연성을 따진다는 게 말도 안되는 이야기지만 김용 작품을 생각하면 충분히 기대를 해볼만 하기도 하니까... -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무림 고수와 드래곤 슬레이어는 쉽게 매치하기 힘들죠.

   다시 전우치로 돌아가면, 서울을 배경으로 한 장면들은 2가지로 나뉩니다. 일제시대 배경의 세트장과 현재의 서울. 결국 영화 속에는 3가지 시대가 - 처음 요괴를 잠재우는 건 빼구요. - 모두 등장합니다. 그 모든 시간을 아우르고 있는거죠. 시대의 차이를 극복하면서 맥이 빠지지 않도록 어느 정도 개연성을 부여하는 방법. 바로 편집입니다. 과거 장면에서의 빠른 컷 편집, 시대가 현재에 가까워질 수록 편집에는 어느 정도 여유가 느껴집니다. 화려한 액션 장면이 있으니까요. 타란티노가 쏟아지는 대사로 현실감을 주고 있다면 최동훈은 편집으로 3가지 시대를 부담없이 연결하는 개연성을 주고 있습니다. 위에서도 잠깐 말했지만 이런 작품에서 개연성은 큰 의미가 없지만 그렇다고 해서 맥이 빠져버리면 안되니까요.

   하지만, 이런 편집은 안타깝게도 후반부에서 독으로 작용합니다. 영화를 보면서 생각났던 여러가지 것들. 스파이더맨이나 데메크, 페르시아 왕자 같은 스타일리쉬한 액션이 기대보다 약해지면서 초반의 타이트한 긴장감이 사라져버리기 때문인데요. 이런 생각이 들 때쯤 감독은 또 하나의 재밌는 장치를 마련해 둡니다.

   꿈은 영화에서 굉장히 많이 사용되는 소재인데요. 감독은 꿈과 삼국유사, 도술을 얼버무려서 살짝 긴장감이 풀어질무렵 영화를 한 번 비틀어 버립니다. 이 장치는 굉장히 중요한데요. 이유는 바로 스토리. 감독은 이번 작품을 조카도 볼 수 있도록 만들겠다고 이야기를 했죠. 그렇다보니 시대를 오고가는 와중에 복잡한 스토리까지 만들지 못했습니다. 한마디로 각본이 엉망인거죠. 초반은 편집으로, 후반은 액션으로 버티려 했지만 액션의 CG가 아바타 같은 영화에 익숙해진 눈을 만족시키긴 어려운 수준이고. 이러니 - 물론 이런 문제때문에 일부러 넣은 건 아닐테지만 - 조그만 장치가 후반부의 긴장감을 이어가는 좋은 수단이 된 겁니다.

   그리고, 마지막까지 자기가 가장 멀리봤다고 - 그래서 자기가 제일 잘 난 놈이라고 - 능글맞은 대사를 치는 전우치를 원래부터 마블 원작의 액션 히어로 영화를 좋아하는 저는 무척 재밌었습니다. 액션과 스토리가 약한 것으 무척 아쉽지만 신나게 보고 온데다 강동원이 너무 매력적이었으니까요. 하지만, 쉽게 추천은 하지 못하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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