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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소녀시대 - Oh!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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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저는 태연과 유리의 팬입니다. 그래서 누구보다 열심히 새 앨범을 기다려왔죠. 음원공개? 그건 별 관심이 없었습니다. 귀로 듣는 소녀시대의 음악은 다른 사람은 몰라도 저에게는 큰 의미가 없으니까요. 얼핏보니 음원이 나오자 마자 리하나의 'Shut up and Drive'의 표절이 아니냐는 이야기가 나오더군요. 어찌됐던 저에게는 소녀시대가 어떤 컨셉으로 어떻게 가사와 멜로디를 전달할거냐 하는게 훨씬 중요합니다. 뮤직비디오가 나오면서 본격적으로 Oh!를 '보기' 시작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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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Oh!는 최근 걸그룹들 노래 가운데 가장 인상적입니다. '아브라카다브라'를 보면서 이런 설정은 일대 혁명이라고 - 공중파 심의 규정을 이정도로 줄타기하는 설정이 있었나요? - 생각했지만, Oh!는 그 이상. 9명의 소녀가 손짓, 발짓을 더해 오빠를 사랑한다고 반복적으로 이야기하는데 흐뭇하더군요. 더 재밌는 것은 이번 타이틀 곡 Oh!에는 '음반시장은 앞으로 이렇게 저렇게 바뀔꺼야'라고 했던 변화상들이 그대로 담겨 있다는 점입니다. 음반 기획자가 똑똑한 듯.

   아이돌 가수의 시작은 언제입니까? 제 기억엔 서태지와 아이들, H.O.T 정도가 제일 오래된 아이돌 가수네요. 서태지와 아이들이 나왔을 때 제가 초등학생이었고 인기는 선풍적이었죠. 이들 외에 젝스키스까지 가세해 고등학교의 교육현실을 비판하는 노래를 불렀습니다. 힘들었던 야자시간을 달래줬던 S.E.S와 핑클도 생각나네요. 하지만, 대학을 가게 되면서 자연스레 이들의 노래는 멀어졌습니다. 이들은 대학생 형, 오빠를 위해 노래하진 않았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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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소녀시대 멤버는 대부분 20대 초반이지만 걸그룹 중에는 나이가 많은 축에 속합니다. 그들이 사랑한다는 오빠는 과연 누구일까요? 20대 중후반? 30대? 더 넓게는 40대까지 포함하고 있다는 건 다들 아시겠죠. 결국 예전 아이돌 가수와 소녀시대는 타깃 자체를 다르게 하고 있는겁니다.

   많은 사람들이 이야기했고 마케팅 수업에서도 자주 나오는 이야기들. 돈과 젊은 마인드를 가진 중년이란 세그먼트. 스포츠카 판매를 위한 가장 중요한 타깃. 소녀시대 역시 이들을 겨냥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아이돌은 귀여운 요정이미지에서 섹시함, 그리고 성숙함으로 진화를 하죠. 소녀시대도 비슷한 길을 오고 있었습니다. Kissing you의 귀여움. Gee에서 스키니진과 달라붙는 티셔츠로 라인강조. 소원을 말해봐에서는 핫팬츠와 밀리터리 설정. 이제 섹시함을 더 밀어붙이거나 성숙한 모습을 보여줘야 하는데 재밌게도 소녀시대는 치어리딩으로 일종의 퇴화를 선택합니다. 왜?

   삼촌들의 지갑을 열기 위해서는 섹시함만으로는 부족하다는 걸 정확하게 알고 있는거죠. 그렇다면 삼촌팬들이 '바로 구매'아이콘을 클릭하게 하는 소녀시대의 힘은 뭘까요? 경매 사이트에서 몇 백만원이나 주고 그녀들의 옷을 사게 하는 원동력은 뭘까요? 팬이니까. 뭐 당연한 대답입니다. 경제력 있는 팬이니까요. 문제는 이러한 설정으로 경제력을 지닌 팬 층을 얼마나 더 확대할 수 있느냐 하는 건데요. 확인 과정을 Gee와 소원을 말해봐로 거쳤으니 이제 수거 하는 일이 남았습니다. 치어리딩으로의 퇴화의 이유가 바로 여기에 있습니다. 제 생각에는 소녀시대가 설정한 타깃과 설정, 시대상황은 폭발력이 없을 수가 없습니다. 소녀시대의 사랑한다는 응원은 몇 해전, 어린 아이들이 '아빠, 힘네세요~ 우리가 있잖아요~'와 같은 맥락에서 해석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힘든 직장 생활과 고용 불안도, 자기소개서를 수도 없이 쓰지만 늘 떨어져도 그녀들은 나를 사랑하고 나를 응원해주니까요. 또 다시 힘을 낼 수 있으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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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각에서는 이번 Oh!가 Gee와 소원을 말해봐에서 보여준 삼촌팬의 사랑에 대한 답가라는 해석도 나오고 있습니다. 뭐든 좋아요. 결론은 그것이 답가가 됐건 응원이 됐던 삼촌들은 열광한다는거니까요.

   삼촌팬을 타깃으로 할 수 있는 또 하나의 이유는 뭘 까요? 바로 앞에서 말했던 미래에는 이렇게 바뀔거다, 저렇게 바뀔거다라고 했던게 실현됐기 때문입니다. 먼저 유통망. 앨범을 구입하려면 인터넷에서 클릭 몇 번이면 되고, 굳이 다른 노래가 싫다면 9명의 소녀가 나를 사랑한다고 끊임 없이 외쳐주는 한 곡만 다운로드 받으면 그만입니다. 옛날처럼 3, 40대의 아저씨가 레코드 가게에 찾아가 얼굴 붉히며 걸그룹 CD를 들고 계산대에 가서 신용카드를 내밀지 않아도 되는 거죠.

   이러한 변화는 20대 중, 후반의 오빠들도 팬으로 끌어들이기에 좋습니다. 음반시장이 몰락한 가장 큰 이유는 불법 다운로드. 하지만, 음반시장은 싼 가격에 한곡 한곡 다운 받을 수 있게 하고, 홈페이지 배경음악, 벨소리, 통화연결음 등 다양한 수익모델을 만들면서 살아나죠. 즉, 이러한 작업을 부담없이 할 수 있는 연령대가 20대 중반인겁니다. 돈을 벌지 않더라도 몇 백원, 몇 천원은 그리 큰 부담이 아니니까요.

   이처럼 소녀시대의 타이틀 곡 Oh!는 이 사회 청장년층의 현재 모습과 변화된 모습을 모두 반영하고 있습니다. 예전에는 생각할 수도 없었던 경제력을 지닌 삼촌팬, 이들이 당당하게 팬으로 활동할 수 있게 하는 인터넷 인프라, 이들을 위해 노래하고 춤추는 아름다운 소녀들. 저도 이제는 30대의 삼촌팬이 됐습니다. 앨범은 사지 않았지만 방송은 열심히 챙겨보고 있습니다. 애초에 누가 뭐라던 눈치보지도 않았겠지만 별 부담없는 이런 분위기도 반갑네요. 나도 '삼촌팬'이 되었다는 게 조금 슬프긴 하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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