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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보랏빛 소가 온다>(세스 고딘)를 읽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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몇 년 전 내가 가족과 함께 자동차로 프랑스를 여행할 때의 일이다. 우리는 동화에나 나옴 직한 소 떼 수백마리가 고속도로 바로 옆 그림 같은 초원에서 풀을 뜯고 있는 모습에 매혹되었다. 수십 킬러미터를 지나도록, 우리 모두는 창 밖에 시선을 빼앗긴 채 감탄하고 있었다. '아! 정말 아름답다.' 그런데 채 이십분도 지나지 않아, 우리는 그 소들을 외면하기 시작했다. 새로 나타난 소들은 아까 본 소들과 다를 바가 없었고, 한 때 경이롭게 보이던 것들은 이제는 평범해 보였다. 아니 평범함 그 이하 였다. 한마디로 지루하기 그지없었다. 소 떼는 한동안 바라보고 있노라면, 이내 지루해 진다. 그 소들이 완벽한 놈, 매력적인 놈, 또는 대단히 성질 좋은 놈일지라도, 아름다운 태양빛 아래 있다 할지라도, 그래도 지루하기는 마찬가지이다. 그렇지만 만일 '보랏빛 소라면… 자, 이제는 흥미가 당기겠지?" - 서문에서


취업을 준비하는 대학생들에게는 주변의 모든 것이 취업에 대한 이야기로 귀결되는 법이다. ‘보랏빛 소가 온다’ 가 마케팅의 혁신에 관한 책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내게는 나 자신의 가치에 대한 혁신, 나의 미래에 대한 혁신적인 선택의 이야기로 읽혔던 것도 같은 이유이다. 네, 저는 취업 준비생입니다. 흙.
 
이 책에 쓰인 단어의 10%는 차지하고 있을 것 같은 ‘리마커블(Remarkable)’ 이란 단어보다도 인상 깊었던 글귀는 ‘위험한 길은 안전한 길이다. 그리고 안전한 길은 위험한 길이다’ 였다. 시장의 무한한 경쟁에서 살아남아야 하는 기업처럼 나 역시 거대한 취업시장 앞에서 어디서, 또 어떻게 나의 능력과 재능을 보여줄 수 있을 것인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 자신의 능력은 자기가 잘 알고 있다고 하지만, 요즘과 같은 불확실한 취업 시장에서는 제아무리 최고의 자신감으로 무장한 사람이라 할지라도 자신의 능력에 대해 다시 한번 반문하게 되기 마련이다. 나 역시 그러하다. 나 자신을 끊임없이 혁신시키는 위험을 택할 것인가, 아니면 안전하게 보이는 경로를 따라 그저 그런 현상유지의 커리어를 쌓아갈 것인가.
 
이 책이 주는 조언은 확실하다. 안전한 길은 전혀 안전하지 않은 길일 것이며, 위험한 길에서 처절한 자기 혁신을 거듭하는 것이 곧 안전한 길이라는 것이다. 안전한 길을 택한 사람은 정체하면서 스스로 붕괴할 것이고 위험한 길을 택하는 사람은 끊임없는 혁신을 통해 행복해 질 것이라는 것이다.

이곳저곳 취업을 준비하며 솔직히 요즘 좀 겁이 난다. 내가 생각하는 나의 가치가 제대로 매겨지지 않을까봐, 남들만큼 좋은 연봉과 좋은 차를 몰지 못할 까봐 겁이 난다. 그러나 그러한 두려움에 가려져 내가 미쳐 기억하지 못하는 사실은 나는 내가 하고 싶은 일을 하고 싶고, 행복하고 싶다는 것이다. 필자는 이미 시장을 점유한 거대 기업보다 규모가 작은 신생 기업들이 보랏빛 소가 될 가능성이 높다고 했다. 나 또한 가진 것 없고 그래서 버릴 것도 없는 사회 초년생에 불과하다. 그러므로, 내게 필요한 것은 지금 가진 것을 보호하는 두려움보다는 젊음과 나 자신을 과감하게 혁신시킬 에너지이다. 그가 말한 것처럼 정작 위험한 길은 안전한 길이었고, 새로운 시도에 대한 두려움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