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판의 미로

판의 미로 , 두 영화평으로 필름 2.0 지원했으나 서류 탈락 후 곧바로 오마이뉴스에 송고되었던 기사입니다. 제목이 좀 어설프긴한데. 제가 달았던 제목은 이게 아니었는데 뭔지 기억은 안나네요. 오마이뉴스 편집부에서 이렇게 바꾸어 놓았더군요. 판타지를 비판하는 판타지 서양에서 말하는 판타지는 마치 전래동화 같다. 선과 악의 구분은 확실하고 빛과 어둠 또한 엄연히 구분되어 있다. 착한 사람은 이기고 나쁜 사람은 진다. 어둡게 말라붙어 있던 강산은 착한 사람이 이겼을 때 빛으로 새롭게 태어난다. 생명이 뿌리내리고 생수가 흘러넘친다. 그러나 길레르모 델 토로 감독이 만든 판타지는 역시 그의 색깔을 그대로 담고 있다. 그의 영화에서 등장하는 묘한 B급의 냄새. 그래도 할 말이 없다. 재밌으니까. 에서는 하위문화의 용광로를,.. 더보기
판의 미로 는 끝맛이 참 씁쓸하다. 물론, 영화에서 묘사되는 현실 역시 무척 잔인하고 또 흉악했다. 그래도 영화의 결말이 승리를 보여줬다면, '현실'의 세계가 '가상'의 세계에 침범당하여 산산조각나는 모습을 보여줬더라면, 이렇게 까지 허탈하지는 않았으리라. 영화에서 그려지는 '가상'의 세계와 '현실'의 세계는 끊임없이 상호작용을 하는 것처럼 보이지만, 서로의 영역은 절대 침범되지 않는다. 단지, 주인공 '오펠리아'의 머릿속에서만 '겨우' 공존하고 있을 뿐이다. '현실'에 의한 '가상'의 파괴나, '가상'에 의한 '현실'의 전복은 없다. 단지, 두 세계 사이에서 고통받는 '오펠리아'만 있을 뿐이다. 지긋지긋한 '현실'의 세계에서 '오펠리아'를 구해주었어야 할 '가상'의 세계는 오히려 '오펠리아'에게 책임을 묻고 시험.. 더보기
판의 미로 - 이 글은 몇 달 전 개인 블로그에 올렸던 글을 약간 손본 것입니다. 판의 미로는 잔혹한 판타지다, 라는 입소문이 퍼지면서 약간 망한 듯한 케이스입니다. 우리 나라 여자들은 무서운 건 참아도, 잔혹한 건 또 못 참지 않습니까. 판타지 영화가 잔혹하다니. 대가리를 쪼개고 입을 찢는 잔혹함과 판타지 영화라면 반지의 제왕과 해리포터를 떠올리는 관객 사이의 괴리감이 이 영화를 마이너한 취향을 가진 사람들의 영화 쯤으로 여기게 만든게 아닐까요. 어쨌든 이 영화를 누군가와 같이 보기는 포기했고(근처 사는 지인들 중에 영화를 같이 보러 갈 만한 여자들은 이런 영화를 안 볼 것이고, 남자들 중에서는 단둘이 영화를 같이 보러 갈 만한 사람이 없지요), 궁금하긴 하고 해서, 얼마 전 아는 형 결혼식에 포항으로 내려가는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