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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savers

lifesavers..

글이 너무 써지지 않는다. 오랜만에 글을 쓰려고 컴퓨터 앞에 앉았는데, 정말 글이 써지지 않는다.


내 글을 읽어 본 사람들은 알겠지만, 나는 원래 글 쓰는 재주가 있는 사람은 아니다. 논리도 없는 편이고, 이리 저리 옆 길로 새는 말도 많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름 글을 계속 쓰고 있었던 것은 언제나 하고 싶은 말이 있어서였다. 내가 가지고 있는 생각들을 글로 옮겨 두고 싶었기 때문에, 그렇게 사람들과 공유하고 싶었기 때문에 조악한 글들이지만 열심히 썼었는데, 오늘은 좀 다르다. 쓸 말이, 하고 싶은 말이 없다. 마치 지난 두 달 동안 죽어 있었던 것처럼, 아무 생각이 떠오르지 않는다.


예전엔 줄줄 외우고 다녔는데, 이제는 가끔 단어의 순서가 헛갈리기까지 하는 말이 있다. ‘예술을 통한 삶의 구원’, ‘LifeSavers’의 슬로건이다. 예술을 통해 삶을 구원할 수 있을까? 우리는 그럴 수 있다고 믿었고, 우리가 예술에 대한 끝없는 열정을 간직하고 있는 한 우리는 현실의 고통과 절망으로부터 서로를 스스로를 구원할 수 있을 것이라 생각했었다. 그런데, 지난 두 달 남들 다하는 취업 준비, 그게 뭐가 그렇게 힘들었다고 ‘예술을 통한 삶의 구원’이라는 말이 사뭇 생경하게 느껴진다. 예술을 통한.. 삶의 구원.


언젠가 늦은 밤 김민과 수다를 떨다가 나는 내가 중요한 것들을 잘 까먹는다는 사실에 대해 알게 되었다. 순간 순간 일상 속의 작은 발견들, 새롭게 깨우친 나 자신에 대한 비밀들, 어떠한 일이 있어도 절대 잊어서는 안 되는 인생의 귀중한 진실들, 그 모든 것들을 나는 잊어버리고 있었다. 바쁘게 돌아가는 긴장된 현실 속에 적응하느라, 낙오할 지도 모른다는 두려움을 떨쳐내느라, 그 모든 것들을 잊어가며 살고 있었다.


학창시절 언제도 빠릿빠릿한 기억력이 내 경쟁력이었던 적은 없었지만, 오늘은 왠지 나의 미천한 기억력이 부끄럽게만 느껴진다. 기업에 맞는 사람이 되기 위해 글을 쓰는 법을 배우고, 씩씩하게 허리에 꼳꼳이 힘을 주며 거짓웃음을 짓는 연습을 하는 동안, 내 인생의 가장 감격스러웠던 기억들 중의 하나였던 'LifeSavers', '예술을 통한 삶의 구원'이라는 다짐을 잊어가고 있었던 내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이제 다시 열심히 글을 써야 겠다. 그리고 그 글을 채우기 위해, 귀중한 하루하루의 경험을 음미하는 삶을 살아야 겠다. 그리고 이제 다시는 잊어버리지 않도록, 수첩에다 적어두어야 겠다.

Lifesavers, 예술을 통한 삶의 구원.



ps. 글씁시다.(죄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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NewWilmingto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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