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나 머릿속 깊은 곳에 담아 둔 영화 장면들이 있을 것이다. 흔히 ‘명장면’ 이라고 부르는, 그것을 보는 순간 이미 뇌리에 깊이 박혀 몇 일, 몇 달, 아니 몇 년이 지나도 잊혀지지 않는 그런 장면 말이다. 내게 영화 ‘Collateral’의 한 장면이 그렇다. Jamie Foxx와 Jada Pinkett Smith가 처음 만나는 그 때, 그 장면.
내가 기억하는 그 장면은 이렇다. 도시의 검은 밤, 자동차의 헤드 라이트가 줄지어 고속도로를 달린다. 그 수많은 불빛 들이 이끄는 자동차들 중 하나에 파트타임 택시 운전기사 Jamie Foxx와 여검사 Jada Pinkett Smith이 있다. 너무나도 다른 과거만큼이나 다른 미래를 보고 있을 그들이 깊은 밤, 도시의 어둠 속에서 길을 찾는다. 같은 공간 안에서, 그들이 서로 경계를 허물며 자신의 두려움을 이야기할 수 있었던 것은 필연이었을까. 백미러를 통해 시선이 교환되고, 이야기가 전해지고. 흘러 나오는 Groove Armada의 'Hands of Time', 그 비밀스런 음악 속에서 그들은 서로의 과거를 공유하고, 미래를 약속한다. 앞으로 그 둘 사이에 벌어질 일들을 이미 알고 있기라도 한 것처럼.
이 장면은 영화의 호흡을 결정하고 영화 전체를 이끌어 가는 에너지가 시작되는 부분이다.
영화가 전개되며 이 에너지는 묘하게 반복되고 변형된다. 시를 읽는 듯한 느낌이 드는
영화가 있다. ‘Collateral’의 감독 Michael Mann은 액션 영화로 시를 쓰는 사람이다.
이 장면에서 시는 시작되고, 시는 끝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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