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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집에서 즐기는 CD 음질의 노래방 - UC씽

(기술에 대해 조금 오해를 하고 있어서, 내용을 일부 수정했음.)

1. 현황

UC씽이라는 서비스가 시작되었는데, 굉장히 고무적이다. 노래방의 열악한 반주 음질에 싫증이 난 대부분의 대중에게 크게 어필할 수 있는 고음질의 반주 서비스가 시작된 것이다. 이제 누구나 가수들이 부르는 것과 비슷한 음질의 MR을 반주로 깔고 노래 실력을 뽐낼 수 있게 되었다. 사실 그간 음악 신호에서 보컬 소리만을 분리해 내는 기술은 많이 개발되어 왔고, 예를 들어 Adobe Audition 같은데 들어있는 부가기능만 보아도 성능이 많이 좋은 게 사실이다. 이 서비스는 보컬 음향을 아무런 사전 정보 없이 지능적으로 지워 주는 기술만으로(즉 수작업 없이) 이루어진 것은 아닌 것 같지만, 음원의 양을 보아 나름대로의 자동화된 툴을 사용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이런 시장이 활성화되면 음원 분리 기술에 대한 대중의 수요도 높아질 것이라 예상할 수 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클릭해보삼.


UC씽은 UC씽 사이트에 들어가서 다운로드 받을 수 있는 UC씽 스투디오라는 간단한 소프트웨어를 기반으로 동작한다. 오른쪽에 있는 플레이 리스트에서는 노래(CP3라고 불리는 음원들. C가 무엇의 약자인지는 모르겠다)들을 검색, 다운로드, 재생, 애창곡 추가 등을 할 수 있고, 왼쪽 편에 있는 플레이어에서는 재생과 관련된 각종 기능을 컨트롤함과 동시에 연관된 뮤직비디오가 있으면 함께 감상도 할 수 있는 구조이다.

플레이어의 컨트롤은 일반적인 MP3 플레이어 소프트웨어와 크게 다르지 않은데, Mnet을 통해 서비스되고 있는 만큼, 역시 뮤직비디오의 동시 플레이가 굉장히 친숙하게 다가온다. 하지만 이 프로그램의 가장 주요한 부분은 뮤직비디오 재생이 아니라, 재생 버튼 오른쪽에 있는 마치 이퀄라이저와 같이 생긴 컨트롤러이다. 이 컨트롤러에 있는 네 개의 슬라이더바에 놀라운 기능이 숨어 있는 것이다. 가장 왼쪽의 것은 전체 음량 조절이고, 그 다음은 보컬 음량, 그 다음은 가이드 멜로디 음량, 마지막은 마이크 음량이다. 보컬 음량 슬라이드바를 밑으로 내리거나 음소거를 하면, 메인 보컬의 목소리가 사라져서 반주만 남는다. UC씽을 만든 센스쟁이들은, 노래방의 가이드 멜로디에 익숙해져 있는 사람들을 위해 멜로디 슬라이더바를 붙여 놓았다. 멜로디 슬라이더바는 사라진 보컬 목소리 대신, 보컬의 멜로디 라인과 같은 음의 플룻 비슷한 소리를 내준다(노래방 기계처럼).

일반적으로 신호처리를 해서 보컬을 날리는 경우의 관건은 보컬이 정말로 완벽히 제거가 되는가, 하는 것과 그 과정에서 다른 반주 음질의 열화는 없는가 하는 두가지의 문제가 있는데, UC씽은 블라인드 방식으로 작동하는 것이 아닌 만큼(보컬 신호를 이미 가지고 있는 상황이라는 말) 두 가지 면에서 합격점을 간단히 넘고 있다. 보컬은 거의 다 제거가 되고, 음질 열화는 거의 없다. 요즘 제 십팔번인 추성훈의 하나의 사랑을 짧게 들어봅시다.  



보컬 제거하고 멜로디라인을 심은 버전
(멜로디 소리 때문에 노래방 음질로 착각하지 마세요;)


보컬이 살아있는 버전


2. 개선 요망
기술적으로 어느 정도까지는 가능한 부분일텐데, 음정 조절이나 템포 조절이 빠져 있는 것이 아쉽다. 노래방에서의 미디 반주는, 일종의 전자 악보인 미디를 기반으로 하기 때문에, 위로 쉬프트, 아래로 쉬프트, 빠르게 재생, 등의 간단한 명령을 통해 재빠르게 다시 그려진 악보로 재생하는 방식으로 쉽게 구현이 가능해 왔던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원음 신호를 직접 처리하는 방식은 신호를 변화시키는 과정에서 필연적으로 생기는 왜곡을 최소화해야 하고, 간단하지 않은 기술들이 잘 녹아들어가야 하기 때문에, "에이 씨, 이것도 안되냐" 하고 나무랄 수만은 없는 문제다. 아무 생각없이 재생 속도를 높이면, 마치 테이프를 빨리 감듯이 음정이 함께 높아지기 때문에, 음정을 그대로 유지하면서 템포를 높인다거나 하는 일은 어쨌든 따로 처리가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아쉬운 건 아쉬운거다.

3. 사업 모델 분석
CP3 파일은 그냥 다운받아서 아무데서나 틀 수 있는 MP3 파일의 일종이다(500원). 그러나 이 파일이 UC씽 스투디오에서 재생되면 마법을 일으키는 것이다. 관련 알고리즘의 파라미터나 또는 특정한 정보들이 MP3 규격의 User Defined 영역에 숨겨져 있고, 그것이 특정 소프트웨어로 재생될 때만 해석되는 구조가 아닐까, 짐작해 본다. 또, 레코딩 기능이 들어가 있는 스투디오 소프트웨어는 사용자의 보컬 녹음을 가능하게 하기 때문에, 말그대로 UCC 컨텐츠로 훌륭하게 활용될 수 있을 듯 하다. 이미 사이트에서는 이렇게 생산된 UCC 컨텐츠의 활성화가 가시적으로 보이고 있다. 다만 이렇게 만들어진 CP3 파일들에 대한 저작권 문제들이 잘 해결되고 있는 것인지, 약간 의문이 남는다(그 노래를 녹음한 뮤지션에 대한 저작권 뿐 아니라, 자기 목소리로 보컬을 새로 입힌 사용자에 대한 저작권).

4. 향후 예상
개선 요망 항목에서 지적되었던 바는 결국 구현될 것으로 보인다. 현재는 CP3를 다운로드할 때 발생하는 수익이 있기 때문에, 큰 상관이 없겠지만, 에코가 없는 집에서 노래를 하는 것이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옆집 눈치도 보이고). 에코 빵빵한 노래방에 이 시스템이 도입되면(기존 기계를 치우고 네트웍 연결된 PC 한 대만 갖다놓으면 되는 거 아닌가), 노래방에 혁명이 일어날 듯 하다. 금영은 이쪽으로 R&D 투자를 하지 않으면, 조만간에 큰 코 다칠 것이다.

5. 결론
음원분리를 전공(씩이나 했던) 사람으로서, 너무나 간단히 구현되어버린 원음 기반의 노래방 시스템이 조금은 허탈하다. 하지만 내막을 조금 더 자세히 들여다보면, 이 서비스는 아무 정보 없이 맨땅에서 보컬을 추출해내는 것은 아닌 것 같고, 꽤 많은 수작업을 통해 보컬을 지워 나간 것으로 보인다. 어쨌든 UC씽의 서비스가 한 편으로 굉장히 반갑기 짝이 없다.

6. 첨언
스투디오에서 트랙별 모든 음원을 보관하고 있는 경우에, 이를 이용해서 음원 객체를 자유자재로 조절할 수 있는 서비스는 이미 Music 2.0이라는 이름으로 상용화가 되어 있다. 한국전자통신연구원에서 개발하고 오디즌에서 상용화한 이 서비스는 2007년 12월에 발매된 음반의 50%를 잠식하는 놀라운 기세를 보이며 성장했고, 현재 모바일 및 웹 응용으로 사업 영역을 다각화하고 있다. 이에 관해서는 다음 기회에 디벼보기로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