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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Water From the Same Source - Rachel's

같은 곳에서 시작된 물이 서로 다른 방향으로 흘러간다. 산속 깊은 계곡을 타고 흘러내리는 물줄기, 벌써 작은 폭포를 만들어낸 녀석들, 물장구치는 아이들의 정강이를 감싸고 도는 시내, 농부의 밭에 들렸다가 금새 큰 강에 이르른 물줄기. 각각의 물은 마치 분할된 화면에서 동시에 재생되는 옴니버스 영화처럼, 동일한 시간에 서로 다른 공간을 묘사하는 섬세한 악기의 떨림으로 모사된다. 각각의 악기는 서로 다른 물줄기의 시간적 흐름을 대변하는 듯 보이지만, 사실은 6박자라는 경쾌한 리듬과 복잡하지 않은 화음 진행을 기반으로 같은 근원에서 출발했다는 점을 끝까지 잃지 않고 유기적이다.

각각의 악기가 표현하는 시간적인 흐름은, 물이 흘러 바다로 가기까지 겪는 변화무쌍한 이벤트를 시의적절하게 표현해주고 있지만, 그것은 결국 공간적으로도 묘하게 맞아들어가서 마치 뗄 수 없는 인연을 가진 사람들이 살면서 겪는 고난과 역경이 서로 맞물리는 듯한 느낌을 준다. 아마도 그런 의도가 숨어있지 않을까.

노래의 마지막은 가장 역동적인 멜로디와 리듬이 출몰하여, 어떤 고난 같은 것을 내재된 역량으로 이겨내버리는 상황을 묘사하고 있다. 그리고 결국 같은 곳에서 만난다는 것을, "결"이 없는 느닷없는 끝맺음으로 표현하고 있다.


(동영상은 좀 생뚱맞음..;)

이 노래는 실내악 밴드(chamber rock이라고들 하더라)인 Rachel's의 systems/layers 앨범에 있는 세련된 클래식 넘버이다. Rachel's는 기본적으로 클래시컬한 음악을 기반으로 하면서도, 재즈와 락의 요소를 적절히 혼합해 자신만의 음악 세계를 만들어온 밴드다. 기회가 있으신 분들은, 에곤 쉴레의 일대기를 그린 발레의 OST(발레 배경음악은 뭐라해야 하는지..;)로 사용된 앨범, Music for Egon Schiele를 필청해 보시길.

사용자 삽입 이미지

Copyright. Touch and Go Records


p.s. 기본적으로 연주음악을 하는 이 팀의 노래 중, 역시 systems/layers에 있는 감수성 짙은 보컬이 있는 음악도 있다. 가사는 당췌 뭔 말인지 모르겠지만. 어떤 막연한 이미지 같은 것은 느껴지고, 그것이 너무 슬프고 좋다..


Last Things Last
A patch of red-orange iodine
moves into a clotted sky
Don't give in just yet

A group in service uniforms
stand outside a wooden door
She's laughing,

"it's over... time has been strange, oh..."
Last things last is not enough, you can't accept this.

Don't give in just yet
I hope that last things last
past these first charms
these pale charms

I hope that last things last
a hook or a flake
to hold on so you don't brea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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