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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미스트, 눈먼 자들의 도시, 시대정신

   반전이 있는 영화를 좋아해서 찾아 보는 편인데 예전부터 친구가 추천해준 영화가 미스트여서 최근에 겨우 봤습니다. 친구랑 예전에 영화를 보고 술 마시며 밤새도록 영화 이야기 하던 때가 생각이 나네요. 그립던 시절입니다 ㅜㅜ. 그건 그렇고 미스트 이야기를 해 보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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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추천해 준 친구뿐만 아니라 영화를 본 제 친구들은 전부 미스트 이야기만 꺼내면 그걸 아직도 안봤냐고, 그걸 왜 안 봤냐고 흥분하면서 난리를 쳐 기대를 가지고 봤습니다. 재밌더군요. 반전은 둘째치고서라도 연출이 맘에 들었습니다. 데스 프루프와 함께 개봉했던 플래닛 테러라는 영화가 있지요. 여자 주인공의 화려한 액션이 진짜 멋진 영화인데 연출 또한 끝내주죠. 좀비 영화 답게 피가 화려하게 튀는데 그때 붉은 페인트를 그냥 들이 붓죠. 미스트에서도 흡사한 연출이 등장합니다. 어설픈 액션도 너무 마음에 들구요. 이러한 B급 영화 같은 느낌이 너무 좋습니다. 오라이가 열광할 것만 같아요.

   이야기 진행도 흥미진진합니다. 이야기 진행에서 눈먼 자들의 도시와 흡사한 모습을 보여주는데요. 우리는 지금 참 많은 것들을 가지고 살고 있죠. 특히 우리가 문명이라 부르는 여러가지 것들을 말이죠. 미스트와 눈먼 자들의 도시는 보인다는 사실을 차단함으로써 사람들을 원시시대로 돌려 버립니다. 문명이 모두 사라져 버린 원시시대 말이죠. 미스트에서는 제목처럼 안개로 모든 사람이 앞을 볼 수 없게 됩니다. 본다는 것에는 참 여러가지 의미가 있을텐데요. 뭐 잘은 모르지만 빛과 시간은 밀접한 관계가 있다고 아는데요. 빛이 단절되면서 시간 또한 완전히 과거로 돌아가버립니다.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도 눈이 멀어 버린 사람들이 병동에 모이면서 가장 간단한 것 하나하나 모두 새롭게 만들고 준비하게 됩니다. 참 어려운 일이죠. 문명시대에 살던 사람들에게 전기 하나만 빼버려도 삶이 꼬이는데 원시시대로 돌려버렸으니 혼란은 어쩌면 당연한 것이겠죠. 생존이 걸려 있다는 것, 미지에 대한 두려움이 있다는 것을 본다면 미스트가 원시시대에 더 가깝긴 하겠지만 말이죠.

   사람이란게 그렇듯이 어떤 상황에서든 조금씩 적응을 하고 어떻게든 조금씩 한 걸음씩 앞으로 나가죠. 각자로 행동하던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이게 되고 사람이 모이자 규칙이 생기고 새로운 방식과 문제를 해결할 도구들이 만들어 집니다. 권력이 생기고 정치가 만들어지죠. 이번엔 눈먼 자들의 도시를 먼저 이야기 해 보죠. 눈먼 자들의 도시에서 권력은 식량과 정보입니다. 병동에서 한 녀석이 식량을 독점해 버리자 나머지는 거기에 복종할 수밖에 없게 됩니다. 권력자에겐 아첨하는 자가 생기고 썩는 권력자의 전형인 돈과 여자를 밝히다가 뭐 패가망신하죠. 또 다른 권력은 보이지 않는 자들 가운데서 시각 정보를 가진 자입니다. 만약 그가 권력욕이 있었다면 아마 최고가 됐겠지만 아쉽게도 그는 그렇지 못해 참 아쉬웠습니다. 아무도 못보는 데 나만 볼 수 있다는 것. 정말 매력적이지 않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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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미스트에서도 마찬가지로 모임이 생기고 여러가지 의견이 생기고 도전이 생깁니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라는 말이 있죠? 아. 있나 없나 잘 모르겠는데 뭐 이 비슷한 말이 있었던 것 같은데. 어쨌든 미스트에서는 마치 인류 역사의 발전 과정에서 많은 희생이 있었듯이 뭔가 하나를 얻을 때 마다 사람이 죽어납니다. 이런 생각을 해 본적이 있어요. 페니실린이 개발돼 천연두가 사라졌지만 페니실린 개발을 위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희생됐을까요? 미스트에서 인상적이었던 장면. 한 놈이 다쳐 약이 필요해 안개를 뚫고 약국을 갑니다. 약국은 이미 안개로 가득차 있죠. 그 가운데 필요한 약품 중 하나가 바로 페니실린. 결국 페니실린을 얻었지만 동료는 죽어 나갑니다.

   또 한 가지 재밌는 것은 윤리책이나 역사책에서 볼 수 있는 '주의, ism'이라는 것을 보여줍니다. 주인공은 철저한 경험주의자죠. 뭐든 달려들고 경험해보려 합니다. 서부시대. 미지의 서쪽으로 과감히 달려나간 개척주의자들을 대변하는 어머니 한 분도 나오구요. 변호사 한 명은 철저한 이성주의자, 합리주의자입니다. 뭐든 납득이 되지 않으면 믿질 못하죠. 역사는 이러한 갈등과 화합 속에서 변증법적으로 발전해 왔다는 걸 보여주고 있습니다.

   미스트가 좋은 이유. 그리고 많은 사람들이 속 시원하다고 했던 그 장면. 종교를 향해 인정사정없이 갈기는 그 장면이죠. 참, 잠깐 미스트의 권력을 이야기 해 본다면 미스트에서는 무력이 바로 권력이 됩니다. 총. 이 놈이 바로 권력이 되죠. 뭐 두말이 필요없죠. 그리고 또 하나의 권력이 바로 종교입니다. 미친듯이 헛소리를 지껄이던 종교 지도자는 어느새 공포를 등에 엎고 사람들에게 최면을 겁니다. 예언도 하나 둘 맞아 떨어지면서 그는 결국 최고 권력을 얻게 됩니다. 결국 또 다른 권력에 무너지긴 하지만 말이죠.

   우리는 '도전'이란 말에 굉장한 가치를 부여합니다. 저 스스로도 그렇구요. 변화하는 삶, 도전하는 삶이 중요하다고 생각하고 그것이 성공이던 실패던 무언가 얻는 것은 있다고 봅니다. 하지만 미스트는 그러한 도전의 가치를 여지 없이 무너뜨립니다. 늘 희생이 따르고 남는 것이 없죠. 반전과 강력하게 이어진 미스트의 이러한 점은 다시 '볼 수 없다, 보이지 않는다'는 사실과 이어집니다. 결국 우리는 한 치 앞도 볼 수 없으며 순간순간의 최선의 선택, 최고의 노력과 도전이 항상 최고의 결과를 가져 오지는 않는다는 냉정한 현실을 그대로 보여주는 겁니다. 결국 원시시대건 문명의 시대건 미래에 영원한 행복과 삶을 준다는 종교던 간에 한 치 앞도 알려 줄 수는 없는 거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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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대정신. 제가 알기론 작년 최대의 이슈 메이커 미네르바가 추천하면서 유명해진 영상으로 알고 있습니다. 911 조작설은 원래부터 알고 있었고 교회를 다니는 저로선 별로 보고 싶지 않았던 종교편은 모두 뛰어넘고 경제 이야기만 봤었는데 최근에 전편을 다시보게 됐습니다. 주 타깃은 기독교, 911, 경제 권력이지만 결국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사회에 대한 시선입니다. 우리가 보고 있는 것, 알고 있는 것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 좀 더 비판적인 시각을 가지자라는 것 같은데요. 결국 미스트가 보여준 종교와 공포를 등에 업은 조작, 눈먼 자들의 도시가 보여준 경제력(식량)도 완전히 믿어서는 안된다는 거죠. 그러한 것들이 현재 우리의 상황을 그대로 대변하고 있으니까요. 이런 상황에서 시류에 합류할 것이 아니라 비판적인 시각으로 사회가 좀 더 변증법적으로 발전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아주 계몽적이고 일반적인 결론이 나오네요.

   오랜만에 글을 쓰려니 참 어렵군요. 매일매일 글 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깨우쳐가고 있습니다. 글이 또 하나의 권력이 될 수도 있다는 것도 알게 됐구요. 비판적으로 세상을 보고 싶지만 생각보다 세상은 정말 거의 완벽하게 맞춰져 있어서 빈틈을 찾기도 힘들더군요. 이런 상황 속에서 세 편의 영상은 참 많은 것을 생각하게 합니다. 어떤 것을 얻게 될지는 사람마다 다르겠지만 좀 더 나은 세상이 되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은 모두 같을 것 같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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