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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남아시아 새롭게 보기] 동남아 영화 보기

※ 본 글은 한-아세안 센터(www.aseankorea.org)에서 마련한 대중 강좌인 <동남아시아 새롭게 보기 A New Look at ASEAN>에 대한 간략한 요약과 느낌을 정리한 것이다. "동남아시아의 역사, 영화, 현대미술, 디자인에서 음식까지, 아세안에 대한 새로운 발견"이라는 부제에서 볼 수 있듯이 이번 강좌 시리즈는 이제껏 흔히 접할 수 없었던 동남아 문화에 대한 새로운 이야기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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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9 열린 강좌 시리즈 II - 동남아시아 새롭게 보기]

두 번째, 동남아 영화 보기

강사: 김진섭(숭실대 언론홍보학과 조교수)
일자: 2009년 11월 4일 (수)



김진섭 선생님은 "동남아 영화는 헐리웃 영화에 비해 어떤 특성을 지니는가?"라는 질문을 던지며 강좌를 시작하였는데, 우선 영화 <크레이머 대 크레이머> 등의 클립을 통해 헐리웃 영화의 특성을 다음과 같이 제시하였다.

1. 컷과 컷 사이의 이음새 없는 편집
- 헐리웃 영화는 기본적으로 컷 수가 많기도 하고, 이 컷들이 아주 매끄럽게 이어진다. 이에 동원되는 기법들은 여러 가지가 있는데, 이러한 장치들에 의해서 우리는 영화를 볼 때 컷이 나뉘어 진다는 느낌을 받지 못하고 영화에 몰입하게 된다.

2. 대화 장면의 경우 서로의 말이 겹치는 경우가 없음
- 실생활에서는 대화를 하다 보면 서로 말이 겹치는 경우가 비일비재 하나, 영화, 특히 드라마 중심 영화에서는 명확한 대사/내용 전달을 위해 말이 겹치는 경우가 없다.

3. 인물이 카메라(관객)를 향해 위치
- 카메라는 항상 인물의 정면을 비춰준다. 스토리 전달이 목적이기 때문.

4. 인물이 프레임 가운데에 위치
- 이로써 관객은 인물에 집중하고, 인물의 행위가 우리가 벌이는 행위로 인식되면서 감정에 몰입한다.

5. 스타 기용

6. 180도 규칙
(주: 이건 영상을 전공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생소할 수도 있는데 쉽게 말하자면, 대화 장면에서 각각의 인물을 찍을 때 두 인물을 잇는 가상의 선을 설정하고, 카메라의 방향이 바뀌더라도 이 선을 넘지 말아야 한다는 규칙을 말한다. 이 규칙을 어기게 되면 컷과 컷의 연결이 매끄럽지 못하고 부자연스럽다. 속된 말로 "컷이 튄다"고 함.)

7. 카메라가 능동적으로 인물 소개
- <양들의 침묵> 시작 장면에서 카메라는 조디 포스터에게 무언가를 말해주는 남자의 모자를 적극적으로 비춰주면서 그들이 FBI 요원이라는 점을 알려준다.

8. 음향의 적극적인 사용


여기까진 괜찮았는데, 아쉽게도(어이없게도?) 김진섭 선생님은 말레이시아 영화감독인 우밍진(Woo Ming Jin)의 영화 두 편을 소개하면서, 동남아 영화에선 이러한 헐리웃의 특성들이 잘 나타나지 않는다고 동남아 영화의 특성을 정의해 버렸다. 이어지는 질문(비판?)들.

- 이 영화들의 특징들이 모두 동남아 영화의 특징이라고 일반화 시킬 수는 없지 않느냐?

- 그러한 점들은 다른 제3세계 영화나 인디 영화에서 흔히 나타나는 것들인데, 이것들이 동남아 영화만의 특징은 아니지 않느냐?

- 형식적, 기술적인 부분외에 다른 면에서, 이를테면 소재의 선택이나 내러티브 전개, 혹은 영화산업적인 측면에서 동남아 영화의 특성은 없는가?

- 동남아 문화는 어떤 식으로 동남아 영화에 반영되는가?

위 질문들은 내가 강좌 내내 생각했던 부분이기도 하고, 다른 분들이 실제 질문했던 부분이기도 하다. 즉, 강좌를 들었던 대부분의 사람들이 같은 생각(과 비판)을 가지고 있었던 것이다.

그런데 사실 김진섭 선생님을 비판할 의도를 가지고 글을 쓴 것은 아니다. 선생님도 자신과 이번 강좌의 한계를 잘 알고 있었다. 질문들에 답변하길, 자신은 연출을 공부한 사람이고, 따라서 영화의 연출적인 면에서 영화제에 소개된 동남아 작가들의 작품의 특징을 소개하는 것에 주안점을 두었다고 한다. 틀린 말은 아니다. 국내에 '동남아' 전문가나 '영화' 전문가는 있어도 둘에 모두 정통한 이는 없기 때문에, 무책임하게 (자의적으로) 동남아 영화와 문화를 엮기보다는 한 가지 특성만 놓고 주류(헐리웃) 영화와의 비교를 하는 것이 나을 수도 있다.

그럼에도 동남아 영화뿐만 아니라 우리나라를 비롯한 각국의 인디 영화에서 흔하게 나타나는 반-헐리우드적인 요소만을 놓고 동남아 영화를 소개한 점은 너무 아쉬웠다. 오히려 우리에게 잘 알려지지 않은 동남아 영화를 더 소개한다던가, 같은 동남아를 두고 서양의 시선과 동남아 내부의 시선은 어떻게 다른지 등을 다루었다면 더 알차고 유익한 시간이 되지 않았을까 싶다. (더군다나 '대중'의 눈높이에 맞춰진 이번 강좌에서 2시간 동안 다루어진 내용들은 일종의 '전공'으로서 영화를 공부한 내가 모두 다 익히 잘 알고 있는 사실들이라 나에게는 새로울 것이 하나도 없지 않은가. ㅠㅠ)


ps. 참고로 김진섭 선생님이 소개한 우밍진의 작품은 <터키블루 스카이>와 <코끼리와 바다> 였다. 아래 포스트 참조.
http://blog.naver.com/club246/13003485556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