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화 원스가 놀라운 성공을 거둔 이후로 국내에서도 음악 영화에 대한 관심이 높아진 것이 사실입니다. 그런데 묘하게도 이러한 시기에 음악 영화가 개봉하고 있네요. 라비앙 로즈와 어거스트 러쉬. 오늘 어거스트 러쉬를 보고 왔습니다. 문득 최근 인기를 얻고 있는 1박 2일이란 프로그램에서 이승기가 한 말이 생각 납니다. 간발의 차. 지겨울 만도 하지만 원스, 디 워 이야기가 또 나올 것 같네요.
영화를 보기 전에 최대한 정보가 없는 상태를 유지하려 노력하지만 이번에는 어쩔 수 없이 주변 사람들로 부터 정보를 듣게 되었습니다. 처음이 조금 지루하지만 후반부의 감동 덕분에 눈물이 핑 돈다, 스토리가 조금 부족하지만 그 스토리를 덮어 버릴 만큼 훌륭한 음악이 있다 등의 평이 대부분이었습니다. 음악을 좋아하는 저로서는 기대를 가지게 되더군요.

영화 원스 이야기를 할 때도 언급 되었던 것 같지만 어거스트 러쉬 또한 이야기에 큰 약점을 보입니다. 스토리가 너무 평면적이고 뻔하다는 것을 넘어 '음악이 이끄는대로 움직인다'라는 대사 하나를 바탕으로 사건의 전개를 우연에 의지하고 있습니다. 음악에 따라 움직이다 보면 필요한 사람과 상황이 척척 나타나지요. 여기서 첫 번째 간발의 차. 원스의 경우 그리 길지 않은 시간 동안 일어나는 일을 에피소드 형식으로 엮은 다음 아름다운 음악으로 포장을 합니다. 음악 또한 각각의 에피소드에 적합한 가사를 가지고 있고 분위기와도 적절하게 어울립니다. 그 결과 부족한 이야기를 넘어선 무언가를 관객에게 전달할 수 있게 됩니다. 하지만 어거스트 러쉬의 경우 10여년을 아우르는 이야기, 그 과정에 발생하는 다양한 인간관계, 상황이 있기에 단순히 음악만으로 부족함을 메우기에는 역부족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사람들이 처음 언급했던 것처럼 긍정적인 반응을 보이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물론 음악이지요. 록과 클래식, 기타와 첼로, 남자인 내가 보아도 두근거리게 만드는 주인공 어거스트의 연주. 특히 독특한 방식으로 연주하는 어거스트의 기타는 일품입니다. 조나단 리스 마이어스와 어거스트의 기타 연탄(連彈)도 인상적이지요. 게다가 영화 전체를 꿰뚫고 있는 가족에 대한 그리움이 감동의 원인인 것 같습니다. 디 워가 놓쳤던 그 것. 가족 코드가 사람들의 눈물샘을 자극합니다. 물론 현실적이고 사실적인 이야기를 중시하는 저 같은 사람은 웃음만 나오지만요. 부족한 이야기를 음악으로 포장하는 어거스트 러쉬. 부족한 이야기를 볼거리로 포장하는 디 워. 가족코드가 빠져있다는 점에서 디 워가 간발의 차로 아쉬운 부분이라 할 수 있겠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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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 영화는 클래식 피아노를 전공한 사람과 같이 보았습니다. 천재적인 소년의 음악적 성공을 보는 것만으로도 소름이 돋는다고 하더군요. 음악전공자라면 무척 부러운 눈으로 영화를 보게 될 수도 있겠네요. 저는 위에서 언급한 연주 장면들과 간지 좔좔 흐르는 테렌스 하워드를 본 것만으로 충분히 만족할 수 있었습니다. 음악 전공자 여자친구가 있다면 두 손 꼭잡고 볼만 하겠군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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