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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리즌 브레이크 시즌3가 시즌1만큼 재미있지 않은 이유

[프리즌 브레이크 시즌3가 시즌1만큼 재미있지 않은 이유]
*스포일러 있음

프리즌 브레이크, ‘석호필’ 열풍을 불러 올 만큼 우리에게도 이미 익숙한 이 미드는 정말 한 번 보면, 끝을 보지 않을 수 없는 드라마이다. 나 역시 무심코 발을 들여 놓았다가 하룻밤 사이에 시즌 1을 끝마친 바도 있다.

프리즌 브레이크의 재미는 주인공 스코필드가 세운 놀라운 탈옥 계획에서 시작된다. 온 몸 문신이 탈출 계획이라는 파격적인 아이디어도 대단했지만, 가장 재미있는 면은 한 편, 한 편의 에피소드마다 한 단계의 실행을 성공시켜 나가는 구조이다. 그리고 그 에피소드는 다시 계획의 착수, 뜻 밖의 변화로 인한 위기, 다른 방식으로의 극복이라는 구조로 다시 이루어져 있다.

이 허구의 이야기가 현실성을 주는 이유는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치밀했던 계획이 예상치 못한 상황들로 인해 무너지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상황 들의 원인은 주로 사람들이다. 조연들의 입을 빌리자면, “나를 네 맘대로 조종할 수 있을 거라 생각하지마.”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계획주의자 스코필드의 오만은 이렇게 철저히 무너지고 갈수록 수렁에 빠져들게 된다. 그리고 다시 이어지는 필사의 극복, 이러한 반복이 이 시리즈를 이끌어 가는 힘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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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즌 3에서도 이러한 반복적인 스릴은 계속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코필드의 필사적인 노력이 이전만큼 간절하게 와 닿지 않는 이유는 무엇일까? 나는 그 이유가 감옥 그 자체에 있다고 느껴진다. 시즌 1의 스코필드는 최고의 감옥에 들어가면서도 형을 구해내 함께 해변가의 행복을 누릴 수 있을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있었다. 수크레를 비롯한 모든 죄수들도 각자의 행복을 꿈꾸며 탈옥에 자기의 삶을 걸었었다. 그러나, 시즌 3의 감옥에는 감옥 밖의 행복을 꿈꾸는 사람들이 존재하지 않는다. 구해내야 할 대상자도 감옥 안의 두목도 감옥 밖에 행복이 기다리고 있는 것처럼은 보이지 않는다. 사랑하는 사람을 두고 의무감을 택한 수크레나, 사랑하는 사람과, 형에 대한 신뢰를 이미 잃은 채 의무감으로 탈출을 준비하는 스코필드 모두 열정이 있을 수 없다. 그리고 무엇보다 이제는 관객들도 그들이 감옥을 나간다고 행복이 오는 것이 아님을 잘 알고 있다. 수많은 탈옥수들과 베로니카는 물론이고, 대통령의 야망을 막아 낸 후에도 사라 역시 죽음을 맞이해야 했고, LJ는 보호 중에도 다시 컴퍼니의 손에 잡히고 말았다. 감옥 밖이라고 해서 궁극적으로 달라지는 것은 없는 것이다. 희망은 없지만 그저 몸바쳐 노력할 뿐이다.

보드리야르는 감옥이 존재하는 것은 사회 전체가 어디서든 감옥이라는 것을 숨기기 위해 존재하는 것이라고 말했다고 한다. 우리가 뭔가에 열정을 바칠 수 있는 것은 사실은 그것이 허구일지더라도 무언가 희망이 있어야 가능한 일이다. 우리가 살고 있는 사회가 탈출구가 없는 감옥에 지나지 않는다는 것을 느끼게 되는 건 슬픈 일이다.


*이미지 출처: 온무비스타일 프리즌브레이크 시즌 3 갤러리
http://www.onmoviestyl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