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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erno

시간을 달리는 소녀.

시간 여행, 공간 이동, 투시력, 투명인간, 염동력 등은 어렸을 적에 누구나 한번 쯤은 꿈꾸어보는 전형적인 초능력들입니다.

  '시간을 달리는 소녀'는 제목처럼 우연히 시간을 이동하는 능력을 갖게된 한 소녀의 좌충우돌 이야기입니다. 애니를 보며 가장 먼저 떠오른 것은, 대부분 비슷할 듯하지만, '어, 이거 나비효과랑 비슷한데?'였습니다. 무엇보다도 현재의 잘못된 점을 고치기 위해 과거로 돌아간다는 것과 과거를 수정하면 할수록 새로운 문제점이 나타나서 반복하여 과거로 돌아가곤 한다는 점이 흡사합니다. 원작소설이 1934년생인 작가의 작품이므로 굳이 베꼈다고 하자면 나비효과 쪽이겠지만요. (게다가 일본에서는 1983년에 실사판 영화로도 만들어진 적이 있는 소설이더군요.) 그런데 시간을 넘나들고하는 이런 생각은 누구나 다 한다고 생각합니다. '다니구치 지로'의 '열네살'이라는 만화가 있는데 제가 고등학교때 써 놓았던 얘기랑 똑같아서 깜짝 놀람과 동시에 좌절을 했던 기억이납니다. 제가 써 놓은 것보다 훨씬 더 치밀하고 감동적이었습니다.

  작화를 보고 처음 든 느낌이 '지브리 만화인가'하는 생각이었습니다. 우선 감독이 지브리와 관련 있는 분이라고 합니다. 원래 '하울의 움직이는 성'의 감독을 맡으려 했는데 밀려났다고 합니다. 그리고 캐릭터디자인은 에반게리온의 '사다모토 요시유키'인데 지금 생각해보니 (지극히 개인적인 생각입니다만) 사다모토 선생의 캐릭터 디자인이 지브리의 故'콘도 요시후미' 감독이나 '모리타 히로유키' 감독과 어딘가 모르게 비슷하다고 느껴집니다. 특히 얼굴이. 그리고 특이하게도 인물에 명암처리를 전혀 하지 않고 있습니다. 이럴 경우에는 캐릭터가 산뜻해지고 가벼운 느낌이 들지만 배경이랑 붕 떠버릴수가 있어서 조심해야하는데 그다지 눈에 크게 거슬리지는 않습니다.

  그나저나 이 '시간 이동'이라는 소재는 참으로 흥미진진하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궁금증도 그에 못지않게 무궁무진하게 생겨납니다. 우선, 현 시간대에서 과거로 이동했을 경우 도착한 과거에는 나 자신이 두명이 되는 걸까요. 그렇다면 현재의 시간에 나는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드래곤볼의 예를 들면, 트랭크스가 과거로 돌아와 자기가 원래 있던 시대의 셀을 이길수 있을 정도의 힘을 얻게 된 후 다시 미래로 돌아가 그 시대의 셀을 죽이는 장면이 나옵니다. 그렇다면 과거에 손오공과 함께 자폭을 해서 이미 죽은 셀은 미래의 셀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는 것일까요. 저 나름대로는 시간이라는 것, 다시 말해 '역사'라는 것이 한 가닥의 '실'처럼 되어있다고 생각하고 있습니다. (물론 이것은 시간 여행이 가능하다는 전제 하의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러한 역사의 가닥들은 실타레에 엉켜있고 시간 여행이란 하나의 실의 '현재'라는 위치에서 다른 실의 '과거'라는 위치로 옮겨가는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트랭크스의 경우, 과거에서의 셀의 죽음이 원래의 시대의 셀에게 영향을 미치지 못했던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영화 '백 투 더 퓨처'의 경우에는 사진을 통해서 과거가 현재에게 영향을 미치는 것을 보여주기도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