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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erno

로봇 카니발, 오토모 가츠히로 외.

'거기에는 틀림없이 평화로운 시대의 낡은 기계처럼 따스한 비밀이 가득할 것이다.'


 
   저것은 제가 무라카미 하루키의 단편 소설 중 가장 좋아하는 것인 '4월의 어느 아침- 100퍼센트 여자아이를 만나는 일에 관하여'라는 글에 나오는 구절입니다. 그 당시에는 몰랐는데 최근에야 이 구절을 좋아하게 된 이유가 '로봇 카니발'이라는 애니메이션 때문이었음을 알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뉴타입'이라는 잡지가 나온지도 꽤 됐고 특히나 인터넷의 발달으로 인해 일본 애니메이션, 일본 만화, 일본 게임 등을 접할 수 있는 경로가 다양하지만, 1990년대 초, 그러니까 제가 초등학교 고학년으로 올라가던 시기에는 '게임월드'나 '게임뉴스'등의 게임 잡지속에 별도 섹션으로 존재하던 한 두페이지 분량이, 유일하게 일본 애니메이션에 관한 소식을 접할수 있는 곳이었습니다.

  그 당시에 '송락현'이라는 분이 한 게임 잡지에 매달 쓰던 애니메이션 칼럼을 즐겨봤었습니다. '토토로', 'the cockpit', '로봇 카니발', '아키라'등의 애니메이션이 있다는 것을 그때 처음 알았었습니다. 그리고 로봇 카니발의 소개가 있던 페이지에 'presence(프레즌스)'의 스틸컷이 실려있었고 그 장면이 참으로 평화로워 보였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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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보니 그닥 평화롭지는 않군요. 오히려 음산합니다그려.)

  로봇 카니발은 10분 내외의 단편 8개로 이루어져 있는데, 그 가운데 '프레즌스'의 평이 제일 좋고 가장 유명하더군요. 확실히 셀을 많이 사용했다는 것이 단번에 느껴질정도로 움직임이 상당히 부드러우며 작화 수준도 높은 편입니다. 게다가 1987년이라는 제작년도를 생각해보면 더욱 대단한 작품이라고 생각됩니다.


  이야기는 단순합니다. 결혼 생활이 기대에 못 미치는 한 과학자는 자신의 연구실에서 어떤 여자아이 로봇을 만듭니다. 그런데 로봇은 가동이 되자마자 마치 살아있는 듯이 과학자에게 말을 합니다. 기계에게 인격이 있을리 만무하다고 생각한 과학자는 무서운 나머지 자기 손으로 자기가 만든 로봇을 파괴해버립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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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십년의 세월이 흐르고 노인이 된 과학자는 베란다의 흔들의자에 앉아서 어딘가를 바라봅니다. 그리고 그는, 다소 성장한 모습을 하고 나타난 그 여자 로봇의 환상을 보게됩니다. 로봇은 '저는 아직도 당신을 기다리고 있어요.'라는 말을 하곤 폭발과 함께 무너져내립니다.  
  그리고 며칠 후 과학자는 자신의 옛 연구소로 향합니다. 그곳에는.......


   지금 뒤늦게 보니 너무도 뻔한 이야기라는 생각이 들지만 그때 당시에는 잡지에서 줄거리를 읽으며 '정말 감동적이야.'라고 느꼈던 기억이 납니다. 그리고 여담인데, 지금은 '스팀 보이'로 제대로 말아드시고 잠시 버로우하고 계신 '오토모 가츠히로'감독님께서 무려 '아키라'를 연출하시기도 전에 이 애니메이션의 오프닝과 엔딩을 연출하셨더군요. 어쩐지 캐릭터의 뭉툭한 코와 자잘한 펜선들이 낯익더라구요.

  8편의 단편 중 프레즌스 이외에 마음에 드는 작품은 '프랑켄의 톱니바퀴', '구름'이 있습니다. 특히 구름은 인디 애니메이션의 느낌이 많이 납니다. 그만큼 난해하기도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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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LOUD, 마오 라므도 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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