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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right

Margaret Cho

미국에 꽤나 유명한 한국인 스탠업 코미디언, Margaret Cho가 있다.

몇년전인가 KBS 인간극장에서 스탠업 코미디언으로 살아남기 위해 고군분투하던 그녀의 모습을 본 적이 있었는데, 그때 중간중간 짤막하게 보여주는 그녀의 공연은 솔직히 별로 재미가 없어 보였다. 그저 문화차이인가보다 하고 생각하고 말았다. 그러다 어제, 우연히 그녀의 공연 DVD를 보게 됐다. 이런. 뒤집어 지고 말았다.

샌프란시스코에 정착한 미국인 2세의 딸로 태어난 Margaret Cho, 그녀가 얘기하는 그녀의 삶은 재밌다기 보다는 처참하다. 그녀는 TV에 출연하기 위해서 네트워크의 요구대로 2주만에 30파운드를 감량했다가 신장에 병이 생겨버리고, 그녀의 자유분방함때문에 미국내의 한국 사회로 부터 멸시도 받고, 그로 인한 실패로 술과 마약에 쩔어 어린 시절을 보냈다고 웃으며 얘기한다.

그녀의 문제는, 그녀가 미국 사람들의 머릿속에 자리잡은 동양인의 이미지도 아니었고, 미국에 사는 한국사람들이  미국 사람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동양인의 이미지는 더더욱 아니었다는 것이다. 그래서 결국 그녀는 사회적으로 보기좋게 거절당하고 말았다. 그때문인 듯하다. 그녀의 얘기가 뒤집어지게 재밌어도, 마음 한편이 씁쓸해지는 건.

그녀는 자기 인생에 대해 이야기하지만, 그것은 현재 미국에 살고 있는 한국인을 비롯한 소수민족의 삶에 대한 이야기이다. 더 확대하자면, 공식적으로 미국 사회에서 대접받지 못하는 모든 소수자들에 대한 이야기인지도 모른다. 그녀는 자기의 인생 이야기를 통해서 허울뿐인 '미국적 가치'가 얼마나 한심한 지, 백인도 흑인도 아닌 황인으로써 그 사회에서 숨어 살아가는 것이 어떤 것인지에 대해서 정말 속시원하게 쏟아 낸다.

나는 그녀를 잘은 모르지만, 그녀의 공연 DVD 하나를 보고 죽기 전에 꼭 한번은 만나보고 싶을 정도로 그녀가 좋아졌다. 그 정도의 국제적인 망신을 겪고, 그 정도로 바닥을 쳐본 사람이라면, 그리고 그 역경을 딛고 다시 일어설 수 있는 용기를 가진 사람이라면, 정말 존경받을 만한 사람이라고 생각한다. 그녀가 끊임없는 웃음과 이야기로 진정한 '미국적 가치'를 실현하는 멋진 미국인이 되기를 바란다.


**그녀의 공연 일부분입니다. Youtube에 감사하게도 전 공연을 분할해서 올려주셨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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