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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프렌티스, 사람없는 비즈니스는 없다.

[어프렌티스, 사람없는 비즈니스는 없다.]

어프렌티스(The Apprentice)는 비즈니스를 소재로 한 리얼리티쇼이다. 많은 리얼리티 프로그램들이 단지 쇼를 위한 쇼인데 비해 어프렌티스는 시리즈 자체가 트럼프의 자회사에서 억대 연봉의 CEO로 일할 사람을 뽑는 인터뷰 자리다 보니, 치열한 비즈니스적 경쟁이 펼쳐지고 그 과정에서 시청자는 상당히 많은 교훈을 얻을 수 있다. 최근 이슈가 되었던 인터넷 경제논객 미네르바도 어프렌티스는 시즌6까지 다 챙겨보라고 했을 정도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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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본 리얼리티 쇼 중에서 가장 유익하고 재밌는 프로그램이라고 생각하는 어프렌티스이지만, 나는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종종 섬뜩한 인상을 받곤 했다. 그것은 바로 참가자들의 신분 때문이었다. 만약 잃을 것이 많지 않은 신입 자격으로서의 인터뷰였다면, 참가자들은 부족함이 드러날 수도 있는 일이고, 업무 수행 과정 자체를 좋은 배움의 기회로 삼을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들은 이미 자기 분야에서 상당한 커리어를 쌓은 현직자들, 사업가들이 대부분이었고, 다른 그 어떤 신기한 재주나 육체적 능력이 아닌 자신들의 직업적 역량을 걸고 경쟁을 펼쳐야 하는 상황이었다. 이런 상황에서 탈락이 의미하는 것은 단순히 쇼에서의 탈락이 아니라 자신의 프로페셔널로서의 능력이 부족하다는 의미가 되어 버린다. 도널드 트럼프가 던지는 '넌 해고야 (You're fired!)'라는 메시지는 그들이 이미 방송 밖에서 일구어 놓은 경력과 사업까지 흠집 내버릴 수 있는 힘을 가진 것이다.

묘한 것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참가자들은 카메라 앞에서 시기, 이기주의, 게으름 등과 같은 인간적인 부족함들을 여과없이 보여 준다는 사실이다. 일반인들을 대상으로 한 서양의 몰래카메라 쇼에서 보여지는 것처럼, 무례한 일을 당하고도 카메라만 보여주면 웃어 넘기는, 카메라에 너무나도 익숙한 그들의 사고방식 때문인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남들 앞에서 조금만 잘못해도 인터넷으로든 현실에서든 난도질을 당할 수 있는 우리나라에서 살아 온 내가 느끼기엔, 참가자들의 실수와 결함들은 매우 심각해 보였다. 그리고 그것들은 나 스스로를 쿡쿡 찌르며 반성하게도 만들었다.

어프렌티스의 타이틀 롤에서는 "이것은 사적인 것이 아니라 비즈니스일 뿐이다. (It's nothing personal. It's just business.)"라는 메시지가 나온다. 그러나, 인간적인 문제로 과제를 그르치고 탈락해가는 참가자들을 볼 때마다 비즈니스는 결국 인간적인 것이라는 생각만 든다. 좁고 좁은 우리나라에서 어느 한 분야의 일에 뛰어 들고 나면 결국 같은 사람들을 돌고 돌아 다시 만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그런데 내가 그 사람에겐 이미 'You're fired.'라는 평가가 내려져 있다면 비즈니스는 당연히 성사되지 않을 것이다. 이래서 결국, 학연이니 지연이니 하는 일명 '빽'이 더 중요해질 수 밖에 없는 세상이긴 하지만, 아무것도 없이 맨손, 맨발로 일어서려고 하다 보니 하나하나 얻어가는 평가에 조심스러워질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때로는 나의 실수로, 때로는 황당한 모함과 오해로, 가슴을 쓸어 내리는 위기들을 겪어 보고나니 더욱 정신을 바짝 차려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비즈니스는 단지 비즈니스인 것만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