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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배달부 키키, 줄거리와 감상


<스포일러 있음. 그런데 이미 다들 보셨을 듯.>

'바람 계곡의 나우시카' 이후부터 '벼랑 위의 포뇨'까지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연출한 작품들 중, 한국에서 비교적 인지도가 낮은 것의 하나가 '마녀 배달부 키키'라고 생각한다. 나는 이 애니메이션을 초등 학생때 어느 게임 잡지의 광고 지면에서처음 보았는데, 빵가게 카운터에서 지긋이 눈을 반쯤 감고 지루한 얼굴을 하고 있는 듯한 여자아이가 어쩐지 마음에 들었었다. 그리고 아주 시간이 많이 흐른 뒤에 고등학교에 올라가서 같은 반의 각종 애니메이션 공급책을 담당하고 있던 아이의 도움으로 이 만화를 볼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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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녀 배달부 키키는 성장에 관한 애니메이션이다. 주인공 키키는 모계 유전(당연한 거지만)의 마녀의 피를 이어받은 인물로서, 13세의 어느 화창한 밤, 정식 마녀가 되기 위한 수행을 위해 다른 마을을 찾아 떠난다. 한 사람이 버젓한 인간으로서 인정 받기 위해선, 부모로부터의 독립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혼자 살아간다는 것은 어렵지는 않지만 많은 신경 쓸 일로 가득찬 것이다. 집을 계약하는 일에서부터, 무슨 요일에 어떤 쓰레기를 내다 놓는지까지, 중요하기도 하고 자잘하기도 한, 꼭 알아야 할 일들 투성이다. 그리고 그렇게 많은 일들을 다 신경쓰면서 직업을 가지고 상사한테 욕들어 먹으며 하루 하루 미치지 않고 버텨나가는 것이다. 어쨌든 키키는 츤데레 고양이 지지와 함께 흥겨운 음악을 들으며 비행을 하다가 선배 마녀 견습생을 만난다. 그녀는 매우 도도하고 자신감에 찬 태도로 키키에게 조언을 한다. 그녀는 자신은 점을 칠수 있다며 키키에게 무슨 특기라도 있는지 묻는다. 그러나 키키는 토익점수도 900을 넘지 못하고 가난해서 어학 연수는 생각도 못해봤고 자격증도 하나도 없다. 절망한 키키의 마음을 대변하듯 하늘에서는 갑자기 비가 내리고 키키는 급히 화물 열차로 비를 피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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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화물 열차에서 잠이 깬 키키는 본인의 바람대로 바다 근처의 마을을 만나게 된다. 그리고 그곳으로 향한다. 마을은 20세기 초중반 유럽의 모습을 하고 있다. 그러나 다소 복잡하고 어지럽고 시끄럽다. 게다가 마을 사람들도 그다지 키키를 반기지 않는 눈치다. 마음에 상처를 입은 키키는 풀 죽은 상태로 언덕에 올라 마을을 내려다보고 있다가 빵가게 주인을 만난다. 그녀는 방금 떠난 손님이 아기 젖꼭지를 놓고 가서 그걸 가져다 주어야 하는데 임신한 몸에 손님도 이미 한참 언덕을 내려간 상태라 난감해하는 표정이다. 키키는 빵가게 주인에게 자신이 가져다 주겠다고 말하고 빗자루를 타고 날아 모히칸 헤어스타일을 한 저돌적인 울음을 터뜨리는 아기에게 고무 젖꼭지를 갖다준다. 그리고 자신도 남에게 도움이 되는 일을 할 수 있음을 깨닫는다. 빵가게 여주인 오소노는 키키에게 잠자리에 일자리까지 제공해주고 키키의 택배사업을 위해 꼭 필요한 전화까지 빵가게의 것을 사용할 수 있도록 친절을 베푼다. 그런데 아마 현실에서 누군가가 이런 호의를 처음보는 자신에게 베푼다면 슬프지만 일단은 경계해봐야 할 것이다. 사람들 대부분은 손해보는 일을 하려고 하지 않으니까. 자신이 100을 벌고 남이 0.01을 버는데 100중에서 1을 주는 것도 아까워하는 게 현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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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영화의 후반부는 힘을 잃어버린 키키가 그것을 되찾는 과정이다. 키키가 힘을 잃어버린 이유는 실망감 때문이다. 어떤 할머니를 도와서 즐겁게 청어 파이를 구운 후, 그것을 소나기를 뚫고 할머니의 손녀에게 배달하지만 그 소녀는 키키가 정성스럽게 만들고 배달한 파이를 전혀 달가워하지 않고 곧 쓰레기가 될 것으로 여기며 마지못해 받는다. 자신이 쏟아부은 노력이 모두 물거품으로 돌아가는 것에 몹시 마음 상한 키키는 며칠 간을 앓아눕고 갑자기 마법이 약해진다. 아마 그건 그 소녀에게 보다 자신에 대한 실망감 때문이 더 클 것이다. '아, 내가 이렇게까지 했는데 안되는 건가.' 그러던 중 어느 날 숲속에 살고 있던 화가 우르슐라가 키키에게 찾아온다. 그녀의 집으로 함께 가서 자신을 아름답게 그려 준 그림을 보고 그림이 그려지지 않을 때 어떻게 하는 지에 대해서 이야기를 나누며 키키는 조금씩 자신감이 다시 생기기 시작한다. 우르슐라의 집에서 돌아오는 길에 요전번 할머니가 자신을 찾는다는 말을 듣고 할머니의 집에 들러 할머니가 자신을 위해 특별히 만들어준 케익을 보며 키키는 감동한다. 그렇다. 우리는 얼굴만큼이나 다양한 마음을 가지고 있다. 누군가에게서 상처를 받아도 그것을 치료해주는 또 누군가가 있기 때문에 살아갈 수 있다. 마지막으로 키키는 자신의 유일한 재능인 비행을 통해 친구 톰보의 목숨을 구하면서 스스로가 무가치한 사람이 아니라 가장 소중한 가치의 하나인 사람의 생명을 지킬 수 있는 힘을 가진 존재임을 깨닫고 완전히 힘을 회복한다. 그리고 바다 근처의 그 마을을 사랑하게 된다. 그리고 성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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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든 이미지 출처는 네!이!버!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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