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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erno

이디오크라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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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는 네이버


'이디오크라시'는 두 개의 사례연구를 대조하는 장면과 함께 시작된다. 삶의 질을 추구하며 적당한 시기에 아이를 낳으려는 인텔리 커플과, 지능이 떨어져서 피임도 잘 할줄 모르는 한 남성의 번식 트리를 보여주며, 인텔리 커플은 결국 번식에 실패하고 지능이 낮은 남성은 바퀴벌레 같은 번식력으로 무수한 자손을 남기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극에 달한 미래의 지구는 똑똑한 사람은 멸종되고 오로지 바보들만 들끓는 세상이 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평범한 '조 바우어스' 상병은 냉동인간 실험에 참여했다가 500년 후의 지구에 깨어나서 지구 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된다.


생각해보면 '지능'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바보들만 가득한 미래 세계에서도 상대적으로, 미묘하지만 더 나은 지능을 가진 사람이 존재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 나름대로 꾀를 부려 더 멍청한 다른 사람들을 기만하여 더 많은 부를 쌓거나, 아니면 자신이 관심있는 분야에 파고들어 사실 보잘것 없는 것이지만 나름대로는 대단한 업적을 이뤄낼 것이다. 다만 사회의 전체적인 지능이 지금 시대에 비교하여 하위 평준화 되었을 뿐이다. 영화 자체는 코미디이지만, 어쩐지 암울한 미래이다. 그런 세상에서 아이큐 105 정도를 지닌 지도자로서 멍청이들의 뒤치닥거리나 할 것을 생각하면 주인공이 썩 부럽지는 않다.


영화에서 가장 마음에 드는 장면은 내각 회의였다. 주인공은 작물을 잘 자라게 하기 위해서는 작물에 브라운도라는 이온음료가 아니라 물을 줘야 한다고 말한다. 그러나 다른 바보 각료들은 '식물이 원하는 것은 브라운도야. 전해질 물질이 들어있잖아'라는 말만 되풀이 한다. 전해질 물질이 식물에게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 정확히 모르면서 광고 문구만 반복하는 그들이나 스스로의 탐구가 아닌 타인의 정보를 그대로 수용해서 믿어버리는 나를 포함한 다수의 요즘 사람들이나 다를 것이 없어 보였다. 그래서 조금 뜨끔했다.  


결국 이디오크라시 속의 지구나 2008년의 지구(영화가 나온 시점을 따지면 2005년이겠지만)나 크게 다를게 없다는 것을 영화는 이야기하고 싶었나보다. 범위를 좁혀 지금의 한국을 봐도 그렇다. 누군가의 표현을 빌리자면 공부하기 싫어하는 돌대가리 국민 덕택에 노골적으로 사악한 저능아들이 나라를 주무르고 있다. 정말 idiot+democracy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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