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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erno

벼랑 위의 포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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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http://www.ghibli.jp/ponyo/


미야자키 하야오 감독이 만든 것이 아니라면 더 좋게 보았을까? 조금 전에 대략 5~11세 되는 아이들과 그들의 보호자의 틈바구니 속에서 '벼랑 위의 포뇨'(이하 포뇨)를 보았다. 아직도 머리 속에서는 검푸른 파도가 넘실 거리고 그 위에서 소스케 하나만 바라보고 달리는 포뇨의 모습이 아른거리지만 기대가 컸던 탓인지 마음 한편에서는 다소 실망스러움도 느껴진다.

'포뇨'에서 그려지는 이야기는 마치 5살 정도 되는 아이의 꿈을 들여다보는 기분이었다. 스토리에 개연성과 설명이 부족하다. 그리고 클라이막스가 없다. '이웃의 토토로'나 '마녀의 택급편'를 보면 하야오 감독은 안타고니스트가 없더라도 얼마든지 클라이막스를 만들어 낼수 있는 능력이있을텐데 '포뇨'에서는 그러지 않았다. 그래서인지 중반 이후부터 영화는 조금 지루해지고, 내 양 옆에 있던 꼬마들은 주위를 두리번대고 부시럭거리기 시작했다.  

그렇지만 실망스러운 부분은 이야기 뿐이었다.  

주인공 포뇨는, 지난 주에 먹었던 회가 역류할 정도로 포동 포동한 몸과 둥글고 큰 눈, 그 속을 알 수 없는 표정까지 귀엽다. 8살짜리 소녀가 연기한 목소리도 딱 어울린다. 소스케도 마찬가지고. 딴 이야기인데, 90년대 후반 이후에 한국에 나온 애니메이션 중에는 어린이 캐릭터는 어린이가 더빙한 듯한 애니도 꽤 많았는데 나는 그것이 어쩐지 어색하다고 느꼈었다. 그런데 지브리 만화의 그것은 어색하지가 않다. 내 모국어가 한국어라서 그런건지, 아님 단순히 성우로서의 역량의 차이인건지.

'포뇨'에는 셀을 초당 몇 프레임을 썼는지 모르겠지만, 재패니메이션 치고 상당히 부드러운 동작을 보여준다. 특히 초반부의 환상적인 바다 속 모습과 그 속에서 인물들의 머리카락이나 옷, 물고기의 지느러미들이 너울거리는 동작이 자연스러웠다. 벼랑 위 소스케의 집을 포함하여 대부분의 배경은 색연필과 파스텔을 혼합하여 그린 것처럼 보였는데 질감의 표현이 뭐랄까 기분 좋았다.

그리고 음악은 히사이시 조. 앗흥~ 무슨 말이 더 필요한가.
 
처음에 포스트를 타이핑 할 때엔 머리 속에 '포뇨'에 대한 좋지 않은 생각이 많았는데 장면 장면을 자꾸 곱씹어보고 떠올리면서 '포뇨'를 점점 긍정적으로 바라보게 되었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는 그런 것 같다. 아무리 주인공들이 고난에 처해도 그 평화롭고 아름다운 세계에선 happily ever after 하리라는 희망을 갖게 만드는 것. 그리고 보면 볼수록 행복해지는 것. 지금껏 기대에 200퍼센트 부응하는 애니를 만들어왔으니 한번쯤 120퍼센트 마음에 드는 것을 만들었다고 해서 실망스럽다고 징징대는 것은 이른 것이 아닌가 생각한다. 그나저나 앞으로 또 하야오 감독 애니메이션을 또 볼수 있을지 걱정된다. 이번에 관객 반응에 조금 실망했다던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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