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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erno

헬로우 블랙잭, 사토 슈호.

성장 만화 계열에 속하는 이 만화는 초반에는 일본 의료계의 현실을 보여주는 듯이 출발합니다. 환자 수에 비해서 턱없이 부족한 당직 의사의 수, 출신 학교에 따른 의사들 간의 파벌 형성 등을 정의감에 피가 끓어오르는 주인공과 대비시켜 드러냅니다.

  하지만 '신생아 응급실'편부터는 우리가 겪을 수 있는 이런 저런 문제에 대해서 냉정한 인물과 감정적인 인물들을 통해 어떤 태도가 가장 바람직한 지를 물어봅니다. 그리고 그런 정답이 없는 문제들을 풀기위해 고군분투하며 점차 정신적으로 성숙해가는 주인공의 모습을 그리고 있습니다.

  신생아 응급실 편에서는 불임 치료를 통해 어렵게 쌍둥이를 얻은 부모가 나옵니다. 난산이었기 때문에 쌍둥이 둘 모두 인큐베이터에서 치료를 받게 되고 동생은 다운 증후군을 가지고 태어납니다. 게다가 그 합병증으로 장폐색까지 와서 수술이 반드시 필요한 상황입니다. 하지만 쌍둥이의 아버지는 그 수술에 동의하지 않습니다. 올바르지 못한 꼴을 보지 못하는 주인공은 아버지를 비난하며 '친권상실'이라는 법적 수단을 사용해서라도 아이를 수술시키고자 합니다. 물론 실행은 하지 못합니다. 이야기를 통해 작가는 이러한 질문을 합니다. '자신의 아이가 다운 증후군을 갖고 태어났다면 그 아이를 자신의 아이로 인정하고 기르겠는가?' 저로서는 흔쾌히 '네'라고 대답하기는 어렵습니다. 장애를 가지고 살아간다는 것이 매우 고통스러움을 직간접적인 경험을 통해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이미 태어난 후라면 그 사실을 받아들이고 자신의 자식으로서 키워야 할 것입니다. 그렇다면 아이가 태어나기 전에 그런 상황을 알았다면 낙태 수술을 해야 할까요?

  이후 '암병동'과 '정신병동'편을 거치면서 죽음을 받아들이는 태도, 정신질환자에 대한 편견에 관해서 계속 이야기를 펼칩니다. 연출은 세련되었고 이야기는 감동적입니다. 그리고 그림 실력 또한 훌륭합니다. 근 1년간 본 만화들 가운데 히토시 이와아키의 '히스토리에'다음으로 가장 재미있게 본 작품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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