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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객전도 계몽소설 심훈(1935), 상록수. 책을 다 읽고 책장을 덮은후, 가끔 내가 과연 이 소재로 책을 쓴다면, 혹은 내가 주인공이라면 어떤 선택을 하였을까 하는 상상을 하곤한다. 내가 읽은 책들이 주로 옛 시대적 배경이기에 아마도 가끔은 터무니없기도한 상상을 하기에 더 편리했을 듯싶다. 이것이 문학의 거울보기효과 아니겠는가. 각설하고.. 오늘 나는 학생들과 수업은 제쳐두고 이런저런 얘기를 하던 중, 필연적으로(한글수업이다보니,,) 심훈의 ‘상록수’를 떠올렸다. 나는 ‘상록수’작품 자체를 그다지 좋아하지는 않지만 현대의 많은 젊은이들에게 많은 영감과 모티브를 주기에 충분한 작품이라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상록수’가 건전한 계몽소설이라서? 결코 아니다. 고등학교 시절 심훈의 ‘상록수’는 계몽소설의 범주라고 배우긴 하였.. 더보기
달과 6펜스 Paul Gauguin.1891 캔버스 유채 113.7×87.6cm, 고갱의 생을 마친 타히티 섬에서 그린 그림. 이 무인도에서 작품활동을 많이 했다는데 작품속 소녀들은 고갱의 연인들이었다는 얘기가 있다. 달과 6펜스에서 주인공 스트릭랜드 역시 타히티 섬으로 가서 생을 마감한다. 달과 6펜스, 서머셋 몸 기본적으로 우리 생의 첫 출발점은 ‘하고 싶어하는 일’에서부터 시작되는 것이라고 믿고 싶다. 하지만 때때로 그것의 윤기는 닳기 마련이고, 곧 미치도록 하고 싶어했던 일은 어느 날인가부터 ‘해야만 하는 일’로 변질되기도 한다. 그다지 매력적으로 느껴지지 않는 책의 제목 ‘달과 6펜스’를 많은 독자들은 이상과 물질로 해석한다. 과연 그것이 양립할 수 있는것인가. 혹은 그것이 분리되어 있는 것일까 하는 기본적.. 더보기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피에르 쌍소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 - 피에르 쌍소 가끔 별 생각없이 도서관 3층 한구석에 쳐박혀있는 프랑스문학 코너 쪽을 어슬렁거릴 때가 있다. 그리고 깨닫는 것은 그곳을 지나치고, 책들을 구경하는 것만으로도 내겐 큰 위안거리라는 것이다. ‘책읽어주는 여자’에 나오는 여자주인공의 길고 길었던 독백, ‘걷기예찬’에서의 삶의 관찰과 인식에 대한 통찰들을 되새김질하고 나면 내가 서있는 일상의 자리가 새로워지곤 한다. 살아가면서 우리는 수많은 것들의 가치를 따지게 되고, 소소한 일상에 대한 의미를 부여하며 살아간다. 그리고 삶의 여유에 큰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게 됨은 아마도 삶에 여유에 대한 갈증 때문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든다. ‘느리게 산다는 것의 의미’는 비단 삶의 속도에 대한 이야기가 아니다. 오히려 얼마나 빈번하.. 더보기
Sons and Lovers - D.H Lawrence Sons and Lovers - D.H Lawrence 사랑에도 태생적인 인과관계가 있을까. 인생의 모든 끈이 사랑까지 지배하는 것은 과욕아닌가. 처음 이 책을 접했을 당시 나의 관심사는 정신적 사랑과 육체적 사랑, 혹은 오이디푸스 콤플렉스의 소설 줄거리적인 요소 정도였다. 시간이 지나면서 삶의 요소들은 구획별로 정리되어있는 것이 결코 아니며, 소설처럼 이야기의 처음과 끝을 내가 섭렵할 수 없는 것들이라는 것을 깨달아서일까,, 책에 대한 시각이 점점 달라짐을 느낄 수가 있다. 책을 처음 읽었던 대학교 3학년 당시 나는 책의 줄거리와 상징적인 의미, 심지어 철학과 신화적인 해석까지 갖다 붙였던 장황한 해설가였다면 지금의 나는 주로 소설의 연대기적인 성격에 더욱 관심을 가지고 있다고 할 수 있겠다. 예컨대,.. 더보기
이방인 글을 쓰는 것은 가슴 답답함이 아닌 궁금증과 그리움이어야 한다고 생각한다. 얼마 전부터 햇살이 너무나 뜨거워서일까, 까뮈의 『이방인 (1942)』이 자꾸만 맴돈다. 햇살이 너무나 강렬해 사람을 죽인 뫼르소가 이해할 수 없었던 ‘상식의 세계’가 나 역시 넌더리나서였는지도 모르겠다. 사람은 늘 무엇에나 결국은 익숙해진다. 이 사회에서 살아나가고 있는 우리는 알게 모르게 어떤 일에서나 삶의 맥락을 찾으려 애쓰며, 연결고리를 만들어가고 싶어한다. 즉 일상의 부조리를 인식하지 못하며, 그렇기에 크게 행복하거나 크게 불행하지 않은 채, 근근히 일상을 살아내는지도 모른다. 『이방인』의 주인공 뫼르소는 어머니의 죽음 앞에서 더위와 졸리움을 느낄 뿐이며, 심지어 어머니의 나이조차 모른다. 어느 더운 여름, 햇빛이 너무 .. 더보기
에릭 호퍼, 길위의 철학자 이 책의 저자 에릭 호퍼(1902-1983)는 미국에서 '독학한 부두노동자, 철학자, 사회척학자, 프롤레타리아 철학자’ 등으로 불렸다. 그 스스로 삶을 관광객처럼 살았다고 고백할 만큼 그의 책에서 드러나는 그 자신은 군더더기 없는 여백과도 같은 인생을 살았다. 사실 호퍼의 직업은 작가나 철학가라기 보다는 떠돌이 노동자, 레스토랑 보조 웨이터, 사금채취공, 부두노동자라고 하는 것이 더 정확하겠다. 그는 아버지의 죽음 이후, 노숙할 수 있을 정도로 날씨가 온화한 캘리포니아로 이주하기로 결심한다. 그는 혼자였고 생계비를 벌줄도 몰랐으며 가진 돈이라고는 300달러가 전부였다. 돈이 떨어지고 난 뒤의 일따위는 어느 연극 무대의 일인양 제껴두고 로스엔젤레스에 도착하자마자 시립도서관에 처박혀 독서를 일삼았다. 직업소.. 더보기
소크라테스의 죽음 그림: 자크 루이 다비드(1786), , 마르셸 뒤샹(1917), 이전 글에서 예술가의 사회적 책임에 대한 언급을 한 바 있다. 오브제 트루베(objet troube, 발견된 사물)는 예술을 일상의 '발견'으로 보는 관점이다. 대표적인 작품으로는 뒤샹의 '샘'이 있다. 공장에서 다량으로 찍어낸 변기들 중 작가에 의해 우연하게 선택된 변기가 작품의 소재인 동시에 작품 자체가 되어 파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뒤샹의 작품은 예술과 철학의 경계에 대한 논란으로까지 이어진다. 예술은 무엇인가. 또 과연 정말 예술은 삶을 구원해줄 수 있는가. 소크라테스는 일상의 흔한 '해프닝'들을 '사건화'하여 사람들과 수다 떨고 다닌 덕에 이단 종교를 설파한다는 오해를 사서 독약을 마셔야 했다. 그가 독약 앞에서도 태연하게 마..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