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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고발한다 -에밀 졸라 (*졸라는 처음 세편의 글을 르피가로 신문에 싣지만 곧 우익세력의 거센 반발로 접고 만다) 1894년 10월 31일 독일대사관에 프랑스의 군사정보를 팔았다는 혐의로 드레퓌스라는 한 유태인 장교가 체포되었다. 내통한 비밀서류의 글씨체가 드레퓌스의 것과 비슷하다는 것 말고는 정확한 증거도 없었으며, 진범이 다른 사람으로 밝혀진 이후에도 군대는 10년 이상 사건을 은폐한다. 드레퓌스 사건은 1870년 보불전쟁에서 패배한 후 독일에 대한 적대감과 *파나마 운하 사건 이후 반유대주의가 팽배라는 배경을 지닌다. 에밀 졸라의 ‘나는 고발한다’의 원제목은 ‘공화국 대통령 펠릭스 포르씨에게 보내는 편지’였다. 이 원고는 프랑스 로로르 신문에 싣게 되면서 편집장의 권유로 인해 격문에 더 어울리는 제목을 갖게 된다. 졸라가.. 더보기
죽음과 소녀 Egon Schiele(1890-1918), 죽음과 소녀 고달픈 생들의 마감. 에밀 졸라가 그렸던 죽음은 그러했던것 같다. 숱한 등장인물들의 죽음을 보고 읽었으면서도 유독 에밀 졸라의 『목로주점』에서 느꼈던 죽음은 그 어느 낭만적인 비련의 여주인공의 죽음보다도 더 매력적이었다. 사실주의를 넘어 자연주의 줄에 선 졸라의 작품 속 등장인물들의 죽음은 찍어낸 이미지가 아닌 생생한 삶이었고, 대학시절 나는 이것이야말로 진정한 예술이 아닌가 하고 반문하곤 했다. 소녀가 끌어안고 있는 저 죽음! 쉴레의 그림을 보자마자 내뱉었던 감탄사였다. 생이 끔찍하면서도 아름다운것만큼 죽음도 그러하리라. 더불어 죽음은 '신대륙'이라는 거부하기 힘든 패로 도박을 걸어온다. 소녀가 선홍빛 죽음을 껴안은 것인지, 죽은 이를 껴안은 것.. 더보기
타이스(1890) by 아나톨 프랑스 타이스(1890). by 아나톨 프랑스. 독자가 문학을 접하는 데에 있어서 작가에 대한 이해 배제는 달걀 잃은 어미닭과 같다. 이는 자칫 작품을 작가라는 주변환경으로 한정지을 수 있는 심각한 오류를 낳을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유독 프랑스 문학을 좋아하는 이유는 작가와 작품의 밀착이 강하게 느껴지기 때문이기도 하다. 아나톨 프랑스는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프랑스 지성인들의 우상이었으며, 20세기 프랑스 문학에서 가장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는 작가이다. 한국에서는 그다지 많이 읽히고 있지 않지만 '타이스 명상곡'이란 바이올린 곡은 많이 알려져 있다. 바로 그 곡의 원작이 아나톨 프랑스의 '타이스'이다. 타이스의 내용은 다음과 같다. 이집트 사막에서 고행을 하던 파프니스 수도사는 알렉산드리아 최고.. 더보기
북한북한북한 작년 겨울, 우연히 학교에서 하는 행사 중 김진명 (평양과기대설립총장/연변과기대총장)이 임원으로 있는 동북아 신약개발 협력단의 조인식 소식을 접하게 되었다. 그것이 평양과기대가 곧 설립된다는 소식의 아주 헐렁한 첫 단추였다. 당시 나는 돈많은 한국 사람이 중국사람의 신분으로 대학을 짓는게 뭐 그리 대수로운 일이라고 난리들인가 하고 둔감한 표정을 짓곤했다. 한민족, 형제동포라는 말조차 무의미하게 다가왔을 뿐더러, 나는 그들에게 무관심했었다. 북한을 향한 어른들의 이중적인 사고와 행동들은 그것이 어떠한 이유에서건 설득될 수 있을 것 같지 않았다. 오히려 북한 이데올로기에 대한 그들의 이중적 잣대와 더불어 '북한놈들'이라는 호칭이 오히려 친근한, 적대적이고 감정적인 비판과 맹목적인 민족주의는 북한에 대한 적대.. 더보기
비이성적 인물 영국 산업혁명 시기에 극작가 버나드쇼는 인류 역사의 발전이나 진보는 '비이성적인 인물'들이 주도해 나간다고 예견했다. 비이성적인 인물은 정신이상자를 말하는 것이 아니다. 주변환경의 변화나 요구에 자기 자신을 적응하며 사는 사람들이 아니라, 환경을 자기 자신에게 굴복시키고 해체시키는, 창조적인 사람을 일컫는 말일테다. 밑의 글은 고흐가 조카인 테오에게 보낸 편지들을 엮은 책의 일부이다. 『반고흐, 영혼의 편지』. 반고흐 지음. 내가 예술을 어떻게 바라보는지 너에게 분명하게 가르쳐주고 싶다. 사물의 핵심에 도달하려면 오랫동안 열심히 일해야 한다. 내목표를 이루는건 지독하게 힘들겠지만, 그렇다고 내 눈이 너무 높다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사람들을 감동시키는 그림을 그리고 싶으니까. (중략) 다른 사람들 눈에는 .. 더보기
세월 by 마이클 커닝햄 문학이란.. 개강 준비로 책장 정리를 하다가, 대학 시절 아끼고 아껴 읽던 버지니아 울프의 책을 발견했습니다. 그리고 생각난 김에 작년 이맘때쯤 읽었던 마이클 커닝햄의 소설 '세월'에 대한 잔상을 이제야 써볼까 합니다. 책이 옆에 없어 좀더 세세한 묘사를 하지 못하는 점이 조금 아쉽네요. 마이클 커닝햄은 뉴욕에서 활동하는 동성애자 작가입니다. 그의 소설 '세월'은 그에게 퓨리처상 수상을 안겨주었으며, 영화(the hours)로도 제작되었습니다. 제목인 '세월'은 버지니아 울프의 작품 제목과 같으며, 이 작품은 작품의 스타일 뿐 아니라 주인공들의 의식에도 버지니아 울프라는 유대적인 상흔으로 강하게 묶여 있습니다. 잔잔하면서도 한고비한고비 넘길때마다 눈을 질끔 감았다 뜨게 만들었던 '의식의 흐름' 기법을 통.. 더보기
quietly, with dignity, the queen 기대를 가지고 본 영화였다. 실망스러웠다고 단정짓기엔 많은 생각을 하게 해주었지만, 나로선 'so what?' 스러웠다. 애초 내가 궁금하고, 이 영화에 대해 기대했던 것은 감독의 '관점'이었다. 도대체 감독의 관점은 어디로 간 것인가. 이미 영국내에서는 티비를 틀면 여왕의 지지율이라든가, 왕실에 대한 지지율, 여왕의 사치에 대해 공공연히 거론되고 있다. 왕실의 전통과 위엄, 혹은 그것의 존폐에 대한 언급은 더이상 새롭지도 않으며, 토니 블레어의 민심 되살리기에 대한 열띤 노력 역시 영국의 이라크 파병 이후 거의 힘들다고 보여진다. 심지어 영국 왕자도 이라크 전쟁에 나간다고 하지 않는가. 이 영화에서 내가 실망한 것은 대중예술가로서 감독의 태도였다. 별 비판없이 이 영화를 보자면, 영화는 여왕의 대중을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