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ru_happy

'무간도'로 보는 중국, 그리고 홍콩

 ‘무간도를 처음 봤을 때에는 개인의 정체성의 혼란을 잘 드러낸 섬세한 표현에 감동받았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갈등과 사투의 이야기 구조는 매력적이었고, 특히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덕화가 택하는 선택도 그의 상황을 보면 이해할 수가 있었다. 마치 극 중 그의 아내가 쓰고 있는 여러 인격을 가진, 나쁜 일을 하는 좋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처럼, 선과 악으로 가리기는 힘든 역할이었던 것이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다시 본 무간도는 개인을 넘어 그 속에 반영된 중국과 홍콩을 다시 살펴 보는 계기가 되었다. 주요 배경이 되는 마피아 조직인 삼합회의 역사가 반청운동에까지 거슬러 올라간다는 사실이나, 영화 후반부 서로 다른 생각과 입장을 가진 두 주인공이 공동의 적을 물리치기 위한 합작을 결행하는 것이 국공합작으로 외세를 물리친 뒤, 국민당마저 몰아낸 공산당의 역사를 암시하는 것처럼 여기에는 중국의 역사가 많이 반영되어 있다. 또한 이 이야기는 홍콩 반환을 둘러싼 일들을 생각해보게 한다. 경찰과 마피아 조직의 두 가지 모습을 가진 진영인(양조위 분)과 유건명(유덕화 분)의 고뇌는, 바로 자본주의인 영국 식민지와 공산주의의 중국이라는 이중의 정체성을 가진 홍콩 그 자체의 것이기도 하기 때문이다. 선택할 수 없는 강요된 운명 속에서, 그들은 자신의 길을 가야만 했다. 원래의 세상으로 되돌려 보내준다는 약속을 기다리는 진영인의 모습은 마치 중국 반환의 이상처럼 보이고, 남의 영역에서 얻은 힘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유건명의 모습은 자본주의로 얻은 홍콩의 힘을 지키려는 실리주의처럼 보인다. 1편은 진영인의 죽음과 유건명의 성공으로 마무리 지어지면서 유건명 쪽에 힘을 실어주는 것처럼 보이나, 3편으로 이어지는 것을 보면 그의 모습 역시 승리자가 아닌 또 다른 실패자의 모습을 하고 있다. (1편조차 홍콩판 엔딩에서는 유건명도 발각되어 경찰에 잡혀가는 설정이었다는 사실은 주목할 만하다.) 결국 어느 쪽이 옳은가의 문제는 쉽게 결정지을 수 있는 문제는 아닌 것 같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이 된지 10년이 가까워오지만, 해외에서 만난 홍콩 친구들은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항상 중국 대신 홍콩이라는 대답을 했었다. 그건 중국이 아니냐고 물으면 분명히 다르다고 그 친구들은 얘기했었다. 그들이 여전히 자신을 중국, 중국인과는 다른 존재로 여긴다는 반증일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홍콩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중국이 우리와 국제 관계에서 밀접하다는 점도 있지만, 남북 통일 이후 우리가 겪을 모습도 이와 비슷할 수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영어를 다시 공부하게 되면서 즐거웠던 일 중 하나는, 외화를 볼 때 전에는 알 수 없던 새로운 사실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중국에 대한 공부 역시 이제 시작이지만, 조금씩 더 알아감에 따라서, 중국, 홍콩 영화에 대한 나의 시선과 이해도 많이 변화하게 될 것 같다.

 

'ru_happy' 카테고리의 다른 글

<바르게 살자>와 바르게 산다는 것  (6) 2007.11.15
A star is... created [SimOne]  (1) 2007.09.14
쇼를 하라, '쇼바이벌'  (2) 2007.08.17
SKOOB, 책을 뒤집어 보다.  (8) 2007.08.08
애플 예찬2 : 사운드 작업  (2) 2007.08.0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