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간도’를 처음 봤을 때에는 ‘개인의 정체성의 혼란’을 잘 드러낸 섬세한 표현에 감동받았었다. 어디에도 속하지 못하는 중간자적인 입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갈등과 사투의 이야기 구조는 매력적이었고, 특히 악역이라고 할 수 있는 유덕화가 택하는 선택도 그의 상황을 보면 이해할 수가 있었다. 마치 극 중 그의 아내가 쓰고 있는 ‘여러 인격을 가진, 나쁜 일을 하는 좋은 사람에 관한 이야기’처럼, 선과 악으로 가리기는 힘든 역할이었던 것이다.
홍콩이 중국에 반환이 된지 10년이 가까워오지만, 해외에서 만난 홍콩 친구들은 어디서 왔냐는 질문에 항상 ‘중국’ 대신 ‘홍콩’이라는 대답을 했었다. 그건 중국이 아니냐고 물으면 분명히 다르다고 그 친구들은 얘기했었다. 그들이 여전히 자신을 중국, 중국인과는 다른 존재로 여긴다는 반증일 것이다. 우리가 이러한 홍콩 문제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는 중국이 우리와 국제 관계에서 밀접하다는 점도 있지만, 남북 통일 이후 우리가 겪을 모습도 이와 비슷할 수 있기 때문이다.
뒤늦게 영어를 다시 공부하게 되면서 즐거웠던 일 중 하나는, 외화를 볼 때 전에는 알 수 없던 새로운 사실들을 이해할 수 있게 된 것이었다. 중국에 대한 공부 역시 이제 시작이지만, 조금씩 더 알아감에 따라서, 중국, 홍콩 영화에 대한 나의 시선과 이해도 많이 변화하게 될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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