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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bon

반짝반짝 빛나는 by 에쿠니 가오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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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캔버스 유채]



우리는 늘 선택의 고리 앞에 서있다. 그리고 내가 해야만 하는 결정과 내가 진정 원하는 결정간의 괴리감과 강요가 때론 선택에 대한 집중도를 결정짓곤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문제에 당면하여 당연한 정답처럼 보이는 제비를 뽑기도 하고 어찌된 일인지 틀린줄 알면서도 오답을 뽑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처럼 누군가에게는 진짜 정답인 '오답'에 정당한 근거로 삶의 집중도와 따뜻한 시각이면 충분하다.

쇼코는 게이 남편을 택했고, 무츠키는 우울증환자 부인을 선택했다. 물론 서로의 선택 이전에 각각의 선택은 각자의 삶의 집중도와 배려에 기인한다. 자신의 행복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행복이 늘 같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자신의 사랑과 행복이 늘 동일선상에 있다면 얼마나 흐뭇하련만,,,, 삶은 늘 우연과 필연으로 뒤엉켜 있고, 행복과 불행사이를 오르락거린다. 소설속 주인공들 역시 늘 그 사이에 서있으며 언제나 그렇듯 결정에의 강요속에 놓여져있다.

무츠키는 이성애자 여성들이 통곡할만큼 다정다감하고 가정적이며 헌신적인 게이 남성이다. 쇼코와 무츠키는 정신병과 의사와의 편리한 결합으로 인하여 부모와 자신의 열등감으로부터 해방되고자 한다. 겉보기에 이들의 결혼생활은 탈없고 무난하다. 최소한 부모님들께 이 결혼의 정체가 탄로나고 아이에 대한 고민이 시작되기 이전까지는 말이다. 무츠키는 알콩중독에 우울증 증세를 가진 아내를 잘 보살피며, 쇼코는 남편의 남자친구 이야기 듣기를 즐긴다. 그리고 이들 사이 매꿀수 없는 공백마저 때로는 즐기니 이보다 더 평화롭고 안전한 관계는 없어보일 정도다.

이 책의 클라이맥스이자 내가 가장 감동받은 부분은 이 둘의 관계가 양가에 알려지고 아이 부분에 대한 얘기가 나오는 부분이다. 쇼코는 고민 끝에 무츠키의 친구인 산부인과 의사를 찾아가서 무츠키의 정자와 그의 남자친구의 정자를 결합하여 하나의 정자를 만든 뒤 자신의 난자로 시험관 아기를 가질수 있는지 여부를 의논한다. 클라이맥스라고는 했지만 이마저도 위태롭기보다는 따뜻한 인간애를 느낄수있는 부분이었다. 단번에 말도 안된다 못박지만 그러면서도 우리는 입을 열어 새로이 말을 만들고, 그렇게 인간의 역사는 다이나믹하게 흘러왔잖은가. 그것이 결코 늘 따뜻하거나 정의로웠다고는 말할 수 없지만 말이다.

가끔 사람들은 자신의 선택과 선택하지 않은 것에 대한 미련 사이에 '용기'라는 악세사리를 꽂아두곤 한다. 그러나 악세사리가 늘 날 따라다니지도 않을뿐더러 봐줬음 하는 몇몇 타인들마저 악세사리를 못보고 지나칠때가 많다. 심지어 자신조차 악세사리의 존재 자체를 잊곤 하니깐 말이다. 글을 쓰다보니 선택에 있어서 정말 두려운건 선택 자체보다는 '망각'인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때그때 상황에서 쏟았던 열정과 에너지, 그리고 따라다녔던 고통을 잊는건 너무 슬픈 일이니깐. 아마도 선택에 있어서의 실패는 주류에서의 탈선보다도 고통의 망각인듯 하다.

반짝반짝 빛나는

반짝반짝 빛나는 지갑을 꺼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샀다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도 샀다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사서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에 넣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가 손에 든 반짝반짝 빛나는 냄비속의 물고기
반짝반짝 빛나는 거스름 동전
반짝반짝 빛나는 빛나는 여자와 둘이서 반짝반짝 빛나는 물고기를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동전을 가지고 반짝반짝 빛나는 밤길을 돌아간다
별이 반짝반짝 빛나는 밤하늘이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빛나는 눈물을 흘리며
반짝반짝 빛나는 여자는 울었다

-이리사와 야스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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