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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onbon

Keith Jarrett - Danny Boy 어른이 되면 힘도 세지고, 말도 잘하게 될거고, 키도 클테니 뭐든 쉬워질거라고 막연히 기대했었는데 막상 어른이 되고보니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게 너무 많아 하릴없이 답답해지기만 할때가 더 많습니다. 그러다 이 연주를 듣고 문득 '감사' 라는 단어가 떠올랐습니다. 감사하다는 말이 이렇게 절절하게 와닿을 수 밖에 없는건 아마도 그동안 잊고 지낸 것들이 너무 많아서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듭니다. 내가 가진 것들에 대해 너무 쉽게 감사하게 생각해왔다는 생각마저 들어 감사함에 대한 숙연함까지도 느껴집니다. 예술이 예술이긴 한가봅니다. 다들 바쁘고 지친 하루하루를 보내고 있을듯하여 공유하고싶은 마음에 올려요. 여유있는 가을 보내길 바라며,, 더보기
페르세폴리스 헤세의 불같은 첫사랑의 성장소설이나 페르세폴리스같은 성장 애니메이션 작품들을 접할때면 내 오래전 일기장을 들춰봤을때와 비슷한 감정선이 생긴다. 죽을것만 같았고, 실제로 죽을 작정까지 하게 만들었던 순수한 시절들의 단순한 이해관계들이나 철저하게 이기적이었던 유아기적 발상들과 언행들은 이제는 그럴 수 없는, 더 이상 그럴 여력도, 동기도 남아있지 않은 현실 속 나에겐 그저 담담함 혹은 부러움의 대상인 동시에 민망함의 대상이기도 하다. 사춘기 시절 한참 앙드레 지드나 헤르만헤세의 성장소설 읽기를 즐겨 했던것은 공감의 차원이었을 것이요, 지금이나 이후에는 부러움과 향수의 대상이기 때문인듯하다. 페르세폴리스는 이란 여감독의 실제 성장기이다. 이 애니메이션은 공산주의와 이슬람종교정치, 이라크와의 전쟁 소요 속에서 .. 더보기
piano 피아노. 열이 오를대로 올라서는 숨을 참을 줄도 몰랐고, 감정을 침잠시킬 방법도 몰랐을때, 늘 가슴 먹먹하던 시절 본 영화다. 아직도 이 영화를 생각하면 창백한 색감과 단조음의 피아노 음이 끊임없이 코속부터 머리까지 휘휘 돌고 돌아 감정-인플레이션이 되어버린다. 피아노는 에이다에게 하나의 '생명체'로서, 이미 그녀의 의식속에 존재하여 그녀의 사랑과 닮아있다. 표면적으로 단지 피아노의 잠식만으로 그녀는 함께 해방되었고, 창백하리만큼이나 자유로와졌다. 릴케의 「말테의 수기」에 인생은 사랑을 이루기 위해 산다는 구절이 있다. 사랑이 늘 낭만적인것만은 아니듯 릴케의 말 역시 상투적이라고 단정짓기엔 인생은 내가 생각하고 알아왔던 것보다는 복잡할지도 모른다. 에이다는 자신의 몸만큼이나 소중하게 여기던 피아노 건반 .. 더보기
반짝반짝 빛나는 by 에쿠니 가오리 [빈센트 반 고흐, '별이 빛나는 밤', 1889, 캔버스 유채] 우리는 늘 선택의 고리 앞에 서있다. 그리고 내가 해야만 하는 결정과 내가 진정 원하는 결정간의 괴리감과 강요가 때론 선택에 대한 집중도를 결정짓곤 한다. 다행인지 불행인지, 우리는 문제에 당면하여 당연한 정답처럼 보이는 제비를 뽑기도 하고 어찌된 일인지 틀린줄 알면서도 오답을 뽑기도 한다. 이 소설에서처럼 누군가에게는 진짜 정답인 '오답'에 정당한 근거로 삶의 집중도와 따뜻한 시각이면 충분하다. 쇼코는 게이 남편을 택했고, 무츠키는 우울증환자 부인을 선택했다. 물론 서로의 선택 이전에 각각의 선택은 각자의 삶의 집중도와 배려에 기인한다. 자신의 행복과 자신을 둘러싼 환경의 행복이 늘 같다면 얼마나 좋으련만, 자신의 사랑과 행복이 늘 동일.. 더보기
misread, the kings of convinience 산뜻한 '봄소풍'을 기대하며.. The kings of convinienve, misread 추신: 분당은 너무 멀다. 더보기
어메이징 그레이스 우리가 '고달프다 우울하다 힘들다'는 기염을 토해내고, 당시에는 쓴 약사발을 아무리 피하고 싶을지언정 위기와 고난이 없는 인생은 존재할수도 없으며, 살아낼 재미도 없을것이다. 가끔 사는게 피곤할 따름이지 유익하지 않다고 말할 것도 아니며, 어느 것에 무게중심을 둘지, 어떤 기회비용을 감수할지도 순전히 자신의 선택에 달려있다. 그리고 그 무게와 기회비용의 댓가를 위해서는 최소한 자신만이라도 수긍할 수 있는 명분이 반드시 필요하다. 나는 이것이 바로 신념이라고 생각한다. 영화 를 보면서 신념에 더욱 집중해야겠다는 생각을 다시금 하게 되었다. 주인공 윌리엄 윌버포스는 18세기 영국의 노예무역을 폐지시킨, 실존했던 정치인이다. 윌버포드는 21살에 정치에 입문하였으며, 50년에 걸쳐 노예무역폐지운동을 벌여 죽기 .. 더보기
무제 평창동에 위치한 가나아트갤러리는 차가운 직선 조각들을 담기에도 참 따뜻한, 빛이 좋은 곳에 자리하고 있다. 조엘 샤피로의 작품은 전부 무제이다. 제목 없는 작품 앞에 서면 갑자기 자유가 답답해지는건 어쩔수가 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의 작품에 제목이 없음을 수긍하고 만것은 어릴적 자주 가지고 놀던 레고 블럭 생각이 나서였다. 언제였는지 기억나지 않지만 레고블럭을 왜 집어던졌는지는 기억이 나는데, 내가 원하는 블럭끼리 내가 원하는 위치에 홈을 끼워맞출수 없어서였다. 레고블럭은 모서리끼리 붙일 수도 없고, 모서리와 홈을 끼울 수 없어서 애 성질을 더럽히는 아주 비교육적 장난감이지 않던가. 반면 조엘의 작품들 속 나무 막대기들은 아마도 그가 원하는 곳에 잘 붙어있는 듯 보였다. 그거 안떨어지게 붙이느라 고생..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