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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erno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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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 너무나도 '중요한 일'이 있다. 나는 발을 동동 구르며 안절부절 못하다가 ‘중요한 일’을 해결하기 위하여 그래도 무언가 떠올리고 그것을 실행한다. 그러나 어쩐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중요한 일'을 해결하는데 큰 도움이 될 것 같지 않다. 그래서 나는 슬며시 그 일을 그만 두고 싶어 한다.......


'세계에서 빈곤을 없애는 30가지 방법'은 빈곤퇴치운동을 펼치는 일본의 NGO 운동가들의 글을 모아 놓은 책이다. 제목을 보면 세계의 빈곤을 줄이기 위해서 개인이 할 수 있는 구체적이고 효과적인 방법이 소개되어 있을 것 같지만 그것보다는 세계에서 빈곤이 생기는 구조가 무엇인가를 설명하는 데에 보다 많은 분량을 할애하고 있다. 그 구조란 모두 알고 있겠지만 결국은 선진국의 개발도상국에 대한 '착취'의 문제이다.

책에 나온 한 가지 예를 들면, 펄프 재료로 사용되는 유칼립투스 나무를 길러 팔기위해 타이 정부는 1980년대에 유칼립투스 조림사업을 펼친다. 그래서 정부의 권고에 따라 타이 동북부 이산 지역의 농민들은 자신들이 식량과 건축 재료를 얻던 숲을 베어내고 그곳에 유칼립투스 나무를 심는다. 그런데 유칼립투스는 빨리 자라는 대신에 많은 물과 영양을 흡수하고, 나무에서 나오는 기름은 흙을 건조시켜 이로운 균을 죽여버린다. 이로 인해 이산 지역의 주민들의 삶은 급격히 변하기 시작했다. 더 깊이 우물을 파야 물이 나오고, 유칼립투스 숲 가까이에 있던 바나나, 감자, 사탕수수는 거의 자라지 않았다. 그런데 이 조림사업은 타이 정부가 일본의 지원을 받아서 이루어진 것이었다. 결국은 일본 정부가 수월한 펄프 수입을 위해서 타이 주민들의 삶을 훼손한 것이다.


근본적인 빈곤을 해결하기 위해서는 차관 면제라든가, 건전한 형태의 투자 같은 조치가 국가 단위에서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아니, 사실 나는 잘 모르겠다. 그렇지만 이것 하나는 확실하다는 생각이 든다. 그것은 바로, 무엇보다도 선진국들이 자신들이 하고 있는 짓이 부끄러운 것 인줄 아는 것이 필요하다는 것이다. 개발도상국의 발전을 위한다면서 플랜테이션 농장을 개발하여 저임금 노동력으로 생산한 싼 물건의 이윤을 대부분 자국으로 돌린다거나 음료수 공장을 세워 지역 주민의 식수를 모조리 사용해버리고 수도 민영화를 통해 식수 공급을 실질적으로 차단한 후 광천수의 품질 기준을 높여 자국에서 생산한 생수를 비싸게 파는 등의 작태를 그만 보여야 한다.


우리가 개인적 차원에서 할 수 있는 것이라곤 이면지를 적극적으로 사용하거나, 일회용품 사용을 자제하는 것, 소고기보다 채식을 주로 하는 것 등 그다지 큰 효과가 없어 보이는 일 뿐이다. 그리고 꽤 많은 사람들은 말로는 ‘환경을 위해서 생활 습관을 바꿔야 한다.’, ‘가난한 사람과 빈곤한 국가를 도와야 한다.’라고 말은 하지만 실제로 어떤 행동을 하자고 하면 꽁무니를 빼기 일수 이다. 그래서 힘이 빠지는 것도 사실이다. 올해 초부터 개인적으로 일회용품 중에서 종이컵만이라도 사용하지 않는 삶을 실천 해보았다. 결과는? 실패. 나에게 커피를 권하는 선생들에게 해명하기 전까지는 본의 아니게 커피를 권하면 무조건 거절하는 사교성 없는 녀석으로 비춰지게 되고, 종이컵을 사용하지 않기로 해서 마시지 않는다고 말을 해도 여전히 특이한 오버쟁이 녀석으로 본다. 무엇보다도 내가 하는 꼴을 보고 감화되어 자신도 나름대로 빈곤의 2g이라도 줄이는데 힘쓰기로 마음먹은 사람을 아직은 보지 못했다. 

         

스타벅스에서 값비싼 커피를 마시며, GQ 속의 값비싼 수트에 구입할 거라는 표시로 동그라미를 치고, 부모님이 사준 BMW를 타고 집으로 돌아가는, 진정으로 지구의 평화를 바라며, 세계의 빈곤이 사라지기를 바라는 누군가의 모습은, 어쩐지 나는 화가 난다. 그것이 100퍼센트의 진심이라 할지라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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