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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라잉넛 저는 팬이라고까지 할 정도로 크라잉넛을 좋아하는 것은 아니지만, 우리나라 언더그라운드(좋은 말로 인디) 밴드의 성공을 진심으로 바라마지 않는다는 점에서, 인디 문화의 첫 총성을 울린 크라잉넛에 대한 애정을 가지고 있습니다. 술먹고 노래방 테이블 위에 올라가서 부르는 노래인 "말달리자"를 부른 밴드, 정도로 기억하고 넘어가기에는, 이 악동 캐릭터의 밴드가 10년 동안 해온 음악이 너무 아깝지요. 펑크는 정신력만 있으면 할 수 있는 음악인 듯도 하지만, 사실 정신력만 가지고 하다가는 쉽게 지치는 음악이기도 한 것 같습니다. 아나키즘 산물 또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1960년대 히피 문화의 계승자라고 정의하기에는, 약간 깊이가 없게 느껴지기도 하고, 되는대로 소리만 지르다 끝나는 것 같기도 한 것이 펑크 음악.. 더보기
Judy and Mary 쥬디앤마리(JAM)는 90년대에서 2000년대 초반까지 활동했던 일본 밴드다. 굉장히 듣기 좋은 멜로디를 구사하는 걸팝 펑크 밴드이고, 보컬이 여자라는 점에서 일반적으로 떠오르는 경쾌하고 발랄할 것 같은 이미지를 물론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를 제외한 다른 나라의 락밴드들이 대부분 그렇듯이, 그리 간단하지만은 않은 음악을 한다. JAM의 이미지는 보컬인 유키에 의해 결정되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유키는 그다지 예쁘지는 않지만 약간 또라이같은 독특한 이미지를 강하게 어필하면서, 라르캉시엘, 루나시, 글레이 등의 90년데 일본 3대 꽃미남 락밴드의 철옹성에 대한 유일한 대항마가 될 수 있었다. 사실 노래만 들으면 몰라도, 온 무대를 미친 듯이 휘젓고 다니면서(예를 들어, 두 겹 플레어 스커트에 운동화 차림.. 더보기
오후 3시 - Plastic People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노래를 들을 때면, (이상하게도) 본능적으로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사실 모든 노래를 들을 때 그러는 편이긴 한데, 메인스트림 대중가요를 들을 때는 그런 의심을 할 필요가 없이 그들의 진정성을 매도해버리면 되기 때문에, 또 그런 식으로 매도를 해버려도 마음 속으로 가책 같은 것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질 것 까지는 없다(어쨌든 그들은 MP3가 자기들을 죽인다고 징징거리면서도 돈을 벌고 있으며, 정 안되면 연기자나 개그맨, MC로 변신하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진정성이 의심되면, 사실 좀 미안하다. 내까짓게 무언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음악을 하는 그들의 음악에 대해, 진정성이라는 비계량적 추상적 잣대를 들이댄단 말인가. 미안하긴 하면서도 소규.. 더보기
Say Yes - Elliott Smith 아주 오랫동안 사귄 (역시 뮤지션인)여자친구와 헤어진 다음날, 엘리엇 스미스는 단 5분만에 이 노래를 만들었다. 이렇게 아름다운 사랑 고백을 듣고도 돌아오지 않았던 그녀는, 2003년 10월 21일, 엘리엇 스미스가 스테이크용 나이프로 심장을 두동강내 스스로 생을 마감했을 때, 눈물을 흘리며 달려와 죽기 직전까지 만들고 있던 유작을 완성시켜주었다. 많은 사람들이 그렇게 믿고 있듯이, 나도 예술이 세상을 바꿀 수 있을 거라고 믿고 있었다. 음악이 일으키는 공기의 파문이 뇌의 전기적 신호로 바뀌어 정신의 일부분에 파동을 전달할 수 있을 것이라고. 하지만 예술을 제대로 하고 있는 사람의 마음가짐은 오히려 그렇지 않을 것 같다는 느낌이 점점 강해진다. 낚시 기술을 연마하고, 고기의 특성에 맞는 미끼를 궁리하여,.. 더보기
Stars - Janis Ian 박진영이라는 가수를 별로 좋아하진 않지만, 그가 한 말 중에 유일하게 아직도 기억하고 있을 정도로 좋은 것이 있다. 좋은 음악일 수록 악기를 적게 쓴다는 내용이었던 것 같은데, 실제로 그가 음악을 만들 때 언제나 그런 식으로 만들고 있지는 않은 것 같지만, 어쨌든 백번 지당하신 말씀이다. 요점은 그거다. 굉장히 많고 생소한 어휘들로 쓴 글이 좋은 글이 아니며, 스타 배우들이 대거 출연하는 영화가 좋은 영화가 아닌 것과 같은 맥락이다. 예술가가 원래 의도했던 것을 소비자에게 잘 전달하기 위해서, 위에 언급된 것들은 방해가 되었으면 되었지 득이 되지는 않는다는 말이다. 미디어는 사람과 사람의 소통을 돕는 것이 목적이 아닌가. 소통에 방해가 되는 것은 제거해야 마땅한데, 방해가 될 지도 모르는 것을 덕지덕지 ..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