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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디오크라시 '이디오크라시'는 두 개의 사례연구를 대조하는 장면과 함께 시작된다. 삶의 질을 추구하며 적당한 시기에 아이를 낳으려는 인텔리 커플과, 지능이 떨어져서 피임도 잘 할줄 모르는 한 남성의 번식 트리를 보여주며, 인텔리 커플은 결국 번식에 실패하고 지능이 낮은 남성은 바퀴벌레 같은 번식력으로 무수한 자손을 남기는 결과를 보여준다. 그리고 이러한 상황이 극에 달한 미래의 지구는 똑똑한 사람은 멸종되고 오로지 바보들만 들끓는 세상이 된다. 영화의 주인공인 평범한 '조 바우어스' 상병은 냉동인간 실험에 참여했다가 500년 후의 지구에 깨어나서 지구 상에서 가장 똑똑한 사람이 된다. 생각해보면 '지능'이라는 것은 상대적인 개념이다. 바보들만 가득한 미래 세계에서도 상대적으로, 미묘하지만 더 나은 지능을 가진 사람이.. 더보기
음악여행 라라라 #001 - 이승열의 전심(全心)마사지 (20081126) 집에 TV가 없어서 자주 보지는 못하지만, 나는 라디오 스타 4인방에 대해서 묘한 호감을 가지고 있다. 그들이 하는 말장난은 내용만 놓고 봤을 때는 잡담이지만, 다채로운 배경을 갖고 있는 그들의 과거를 고려해보면 살기 위한 처절한 몸부림 같이 느껴져서 마냥 즐겁지만은 않다. 고교시절 즐겨듣던 음반의 주인공이 줏어먹는 개그를 하거나, 낄낄거리며 듣던 욕 방송의 진행자가 땀을 뻘뻘 흘리며 미안해하는 모습을 보거나, 깐죽거리는 신정환과 어리버리하지만 왠지 마음이 따뜻해보이는 김국진까지. 넋놓고 입벌리고 보면서 즐기기만 하는 무언가에 익숙하지 않는 나로서는 보면서도 마음이 쓰이고 불편한 이들에게 오히려 정이 간다. 그런 그들이 별안간 대박을 하나 쳤다. 나는 그들이 음악 쇼를 한다는 얘기를 듣고, 이게 뭔 소린.. 더보기
Lifesavers 여러분께 보호되어 있는 글입니다. 더보기
<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와 선택의 문제 일본 에니메이션 의 내용을 요약하자면, '네기시'라는 주인공이 도쿄로 상경해 데스메탈 그룹 'DMC(디트로이트 메탈 시티)'의 리드 싱어 '클라우저'가 되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다. '네기시'의 고민은, 쉽게 말하면 To-be와 As-is 사이의 극단적인 변위 때문인데, 매일밤 악마의 화신 '클라우저'로 변신하는 '네기시'가 진정으로 꿈꾸는 음악은 데스메탈은 웬 걸, 부드럽고 귀여운 멜로우 사운드, 스윗팝이기 때문이다. 처음에 나는 '네기시'의 고민을 이중적인 자아 정체성에 대한 혼란으로 이해했었다. 사람들의 조소를 사는 그의 스윗팝에 비해, 그의 데스메탈은 여기 저기서 그 천재성을 인정받고, 그저 아무 생각 없이 내뱉는 그의 '악마적인' 한마디 한마디가 DMC의 팬들에게는 마치 성서의 한구절처럼 여겨지는 .. 더보기
도넛 앤 더 시티 [도넛 앤 더 시티] 공중파 텔레비전을 통해 보던 ‘외화’로서의 개념이 아니라 열렬히 찾아서 보는 ‘미드’로서의 경험은 ‘프렌즈’에 이어 ‘섹스 앤 더 시티’가 두 번째였던 것으로 기억한다. 예전에는 사실 우리나라 드라마도 괜찮은 작품들이 있는데 굳이 미드를 찾아서 볼 필요가 있을지 의문을 가지고 있었기에 별 관심을 가지고 있지 않았었다. 그러다가, 영어를 즐겁게 공부하려는 목적에서 하나씩 찾아 보기 시작했더니 결국에는 열광하지 않을 수 없게 되어 버렸다. 이 작품도 또렷한 나레이션 발음이 좋다는 친구의 추천 덕에 선택을 하게 되었다. 다만 역효과는 신체 부위나 특정 행위에 대한 어휘력만 갈수록 늘어난다는 것이다. ‘섹스 앤 더 시티’는 성과 사랑, 인생에 대한 적나라하고 깊이 있는 이야기이면서, 동시에.. 더보기
장마와 고양이 김민의 도전(?)에 힘입어 소설 하나 올려 봅니다. 고양이를 부탁해와 관련하여 썼던 습작입니다. 먼저 올린 블로그글과 출발점(동일한 메모)이 같네요. (참고삼아 서로 트랙백 걸어 둡니다.) [장마와 고양이] 창 밖에선 보름째 비가 계속 되고 있었다. ‘오늘도 ‘장마’가 있겠지.’라는 생각에 일부러 창문을 열었지만 오늘은 장마가 보이지 않았다. 이런 날씨에 도대체 어디로 간 건지, 다른 안식처를 찾은 것인지 궁금해진다. ‘참 밖에 돌아다니기 힘든 날씨로군.’이라고 생각은 들지만, 사실 난 밖을 돌아 다닐 일이 거의 없다. 법전과 문제집만을 보고 또 보는 생활, 고시원 앞 학원으로 건너갈 때와 라면을 사기 위해 지친 몸을 끌고 나가는 경우를 빼곤 좀처럼 햇볕을 쬐는 경우도 없었으니까. 오히려 비가 오면, 슬.. 더보기
‘고양이를 부탁해’의 그녀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고양이를 부탁해’의 그녀들은 지금 어디에 있을까] ‘고양이를 부탁해’를 봤던 때는 스물 한 살이 끝나갈 무렵이었다. 대작 영화들의 틈바구니에서 사라진 좋은 영화들을 모은 특별전 ‘와라나고’(와이키키 브라더스, 라이방, 나비, 고양이를 부탁해)를 택했을 때 그 중 이 영화는 가장 기대가 되는 작품이었다. 스무 살 여성의 심리를 가장 잘 드러냈다는데 스물 한 살의 남적네가 어찌 관심을 갖지 않을 수가 있겠는가. 그러나, 다른 세 작품의 감동과는 달리 ‘고양이를 부탁해’는 내가 기대하는 그 무언가가 아니었다. ‘얘네가 스무 살 맞어? 유치한 중고등학생으로 밖에 안 보이는데?’ 라는 생각밖에 들지 않았다. 네이버의 영화소개에 의하면 세 주인공은 사랑스런 몽상가 태희(배두나), 아름다운 야심가 혜주(이요원),..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