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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2008/02/14 기생수 - 히토시 이와아키 (4)
  2. 2007/10/09 내가 생각하는 최고의 만화 베스트 10. (5위~1위) (18)

기생수 - 히토시 이와아키

juerno 2008/02/14 17:48 Posted by juerno
패러디 혹은 오마주

  히토시 이와아키의 기생수에 관한 감상은 매우 많이 있다. 내가 기생수의 줄거리를 소개하거나 주제가 무엇인지 이야기하려 한다면 그것들의 더 나을 것 없는 반복에 지나지 않을 것이라고 생각한다. 다만 나는 만화 그리기를 좋아하는 사람으로서 '내가 이 작품을 왜 좋아하는가'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싶다.

   비단 만화에서 뿐만이 아니라고 생각하지만 이야기를 구성 할 때에 가장 중요한 것은 '독자로 하여금 끝까지 보고 싶게 만드는 장치'라고 생각한다. 기생수의 도입부는 인간이 지구에 미치는 악영향에 관한 의미심장한 나레이션과 함께 우주로부터의 기생생물의 침입으로 시작한다. 이 장면을 보는 독자는 인식하지는 못한다해도 즉시 의문이 생긴다. 기생생물은 어디로부터 왔는가. 그들이 지구에 온 목적은 무었인가. 작가는 절대로 답을 알려주지 않는다. (심지어 결말에서 조차도 알려주지는 않았다. 독자 스스로 생각하라는 듯이.) 결국 읽는 사람은 그 해답을 얻고자 이야기를 끝까지 봐야만 한다. 만화에 몰입감을 부여하기 위해서는 이렇게 이야기의 결말 부분에서야 답을 찾을 수 있는 궁극적인 의문점을 첫 장면에 배치시켜 놓아야한다. 그러면 독자는 마치 이제 막 말을 하기 시작한 어린아이처럼 끊임없이 '왜?'라고 자문하며 끝까지 책을 놓을 수 없게 된다.

  원래 작가는 3회 분량으로 이야기를 계획했었다고 말을 한다. 그러나 역시 잡지 연재가 이루어지면서 엄청난 인기를 이끌자 편집부에서는 단행본화를 결정하고 작가에게 이야기를 늘려주기를 원했을 것이다. 다행히 드래곤볼처럼 캐릭터만 바뀐 동일 내용의 반복이 아니라 각 권의 에피소드가 독립적으로 그러나 유기적으로 잘 짜여져있다. 기생수의 등장, 주인공의 변모, 그리고 최강의 기생수인 고토와의 대결까지 군더더기 없이 진행된다. 전혀 지루하지않다. 물론 여기에는 기생수라는 만화적 장치의 힘이 가장 크다.  

  기생수의 가장 재미있는 부분은 역시 무자비한 살육이 난무하는 전투 장면이다. 작가의 그림체는 귀엽다거나 세밀하다거나 하는 것과는 거리가 멀다. 투박하고 리얼하다. 기생수들이 휘두르는 경질화된 육체의 날에 베어지고 난도질 당하는 인간의 묘사는 매우 사실적이다. 마치 쏘우나 호스텔 같은 영화를 싫어하면서도 손가락 사이로 잔인한 장면을 다 보고 싶은 것처럼 작가가 묘사하는 하드고어한 장면은 호기심을 충족시켜주는 야릇한 쾌감을 가져다 준다. 액션 연출에 있어서 화려한 동작보다는 힘있는 펜선을 사용해서 속도감을 표현하는데 주력했고 오른쪽이를 통해 드러나는 머리 좋은 작가의 참신한 대인전술을 보는 것도 즐겁다.

  기생수에서 가장 좋아하는 장면은 결말부의 고토의 최후이다. 뻔한 이야기라면 자연을 상징하는 고토를 살려두었을 것이다. 미야자키 하야오의 애니메이션에서도 그러하듯이 자연이라는 것은 언제나 인간보다 위대하며 감히 손댈 수 없는 존재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주인공은 고토를 죽인다. 주인공은 인간이기 때문이다. 인간이라는 종의 하나의 개체로서 종의 보존을 위해 그것이 자연이든 무엇이든 자신의 종을 위협할 만한 것은 제거하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니까 '어리석은 인간들이여, 혼자만을 위해 행동하지 말라.'며 젠체하지 않는 것이 마음에 든다. 인간이 인간을 위해 행동하는 것은 당연한 것이다. 인간이니까. 인간이 동물을 보호하는 것도 당연한 것이다. 인간을 위한 일이니까. 인간이 하는 많은 일들은 겉으로는 자신이 아닌 다른 것들을 위한 행동처럼 보이지만 실상을 살펴보면 결국 자신을 위한 일이다. 리처드 도킨스가 수십 년 전에 이미 이야기했듯 생물은 결국 유전자에서부터 이기적인지도 모른다. 그 말의 진위 여부는 상관없다. 다만 고토를 살리는 것이든 죽이는 것이든, 우리는 삶의 매 순간 최선의 것을 선택하기위해 노력할 뿐이다. 그런 노력 자체가 훌륭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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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위, 가슴에 일곱개의 별을 지닌 사나이의 이야기, 북두의 권.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만화 그 5위는 바로 '북두의 권'입니다. 한국에는 '북두신권'이라는 더 센스있는 제목과 함께 표지에 '동경대학생들이 뽑은 만화 1위 북두신권, 2위 드래곤볼'이라고 적혀있던 해적판으로 먼저 등장했었습니다. 해적판 주제에 '해적판을 사서 보지마세요.'라고 적혀있던 것이 지금도 생각납니다. 사실 '해적판'이라는 말은 일본 슈에이사의 '주간 점프'의 단행본들에 트레이드 마크처럼 그려져 있던 해적 문양에서 유래했단 이야기가 있습니다.
  북두의 권은 매우 폭력적입니다. 하지만 폭력을 뛰어넘는 어떤 카타르시스를 줍니다. 그것은 바로 남자들의 힘에 대한 욕망을 해소시켜주는 것입니다. 주인공인 켄시로(해적판 이름은 라이거)에게 감정 이입을 하고 그가 새로 등장하는 더욱 더 강한 적을 무찌를 때마다 내가 강해진 것 같은 기분이 듭니다.
  이 만화는 또한 명대사로도 유명합니다. 특히 저와 비슷한 세대이고 이 만화를 보았던 남자들이라면 누구나 친구 옆에 가서 손가락으로 목 어딘가를 찌르고 '넌 이미 죽어있다.'라고 말해본 기억이 있을 것입니다. 그외 제 가슴을 뒤 흔들었던 대사를 꼽자면, '나는 구름의 테우스. 사는 것도 죽는 것도 나의 의지다.', '미안하다. 이 손을 떼면 넌 5분 후에 죽게 된다', '나는 권왕! 목표는 하늘! 방해하는 자는 용서치 않는다.', '너는 하루하루 똥만드는 기계일 뿐이지.' 앗 이건 아닌가요? 아무튼 마초들의 거침없는 대사들로 가득했었습니다. 



  4위, 도리야마 아키라의 최고이자 최후의 명작, 드래곤볼.


  많은 사람들은 이야기 합니다. 드래곤볼은 프리더나 셀 이야기에서 끝을 냈어야했다고. 물론 저도 동감합니다. 만약 조산명(鳥山 明) 선생이 질질 끌지 않고 깔끔하게 프리더 이후 후일담을 2회정도 연재한 후 종료했다면 드래곤볼은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만화 2위를 차지했을 것입니다. 아마도 편집부에서 작가에게 압박을 줬을 것입니다. 작품이 인기가 있어도 작가는 괴롭군요.
  워낙 오랫동안 연재되었던지라 드래곤볼은 중간에 장르가 바뀝니다. 게임으로 치자면, 어드벤처로 시작해서 롤플레잉을 거쳐 대전 액션게임으로 결말이 이루어졌다고 할 수 있습니다. 3권 이후 등장하는 천하제일무도회를 기점으로 작품의 전반에 엘리베이터 시스템이 구축됩니다. 엘리베이터 시스템이란 현재의 주인공이 이길 수 없는 강한 적이 등장하고, 이를 극복하기 위해 수련을 하고, 레벨업한 주인공이 그 적을 이기면 다시 또 새로운 강한 적이 등장하는 방식의 전개를 의미합니다. 이런 형식의 스토리는 그 후의 작가들, 예를 들면 '유유백서'의 토가시 요시히로나 '베르세르크'의 미우라 켄타로 등을 포함한 다수의 작가들에게 큰 영향을 미쳤습니다.
  제가 처음으로 드래곤볼을 접한 것은 서울문화사의 '아이큐 점프(위에 나오는 슈에이사의 주간 점프를 따라한 작명이라고 생각됩니다.)' 별책 부록을 통해서였습니다. 내용은 공교롭게도 단행본 1권 중반부에 해당하는, 야무치가 샤워 중인 부르마를 우연히 보게되는 장면이 나오는 부분이었습니다. 정말 충격 그 자체였습니다. 속으로 '이렇게 야한 만화가 있다니. 엄마 몰래 봐야겠다.'라는 생각을 하며 조심스레 서랍 깊숙한 곳에 모셔두었었습니다. 아마도 드래곤볼을 통해 성(性)에 눈을 든 90년대 소년들이 다수 있을 것이라고 짐작 해봅니다. 아니면 시티헌터.



  3위, 명작은 언젠가 대중들이 알아봐주는 법, 출동 먹통 엑스.


  먹통엑스에 대해선 이미 많은 이야기를 했으므로 작가 고병규씨의 근황에 대해서 간단히 다루고 2위로 넘어 가겠습니다. 고병규씨는 어떤 리듬액션 게임의 일러스트를 그리는 일을 하며 간간히 미니홈피에 특유의 개그센스가 빛나는 두 컷 만화를 올리고 있습니다. 그리고 작년에 결혼을 하신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미니 홈피의 신작 중에서는 프로메테우스가 가장 재미있군요. 먹통 엑스를 3위로 꼽은 이유는 이렇게 재미있는 만화가 당시에 빛을 보지 못했다는 안타까움 때문입니다. 물론 후에 만화책 복간도 되고 미니홈피도 날로 번창하고 스펀지에도 나오고 해서 위안은 됩니다만. 사족을 하나 더하자면 고병규님의 '화이팅 브라더'라는 단편집도 있습니다. 이것도 명작입니다.



2위, 인간이란 자연에게 어떤 존재인가, 기생수.


  몇년 전에 제임스 카메론은 일본의 한 만화의 판권을 구입합니다. 그 만화의 이름은 바로 '기생수'였습니다. 액체금속인간 T-1000과 기생수의 경질화 된 피부를 비교해보니, 정말 제대로 된 작품이 나올 것 같은 예감이 듭니다. 어쨌든 히토시 이와아키에게는 이제 '히스토리에'를 통해 넘어야 할 산이 되버린 명작 '기생수'가 제가 생각하는 최고의 만화 2위입니다.
  이야기, 연출 그리고 뎃셍실력을 만화를 평가하는 세가지 요소라고 한다면 기생수는 이야기와 연출 부분에서 최고에 속합니다. 그렇다고 그의 뎃셍실력이 결코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그의 그림은 이야기에 가장 잘 몰입할 수 있도록 해 줍니다. 사실 이것은 어디까지나 1위에 비교해서 부족하다는 의미입니다.  
  기생수는 애써 자연을 옹호하는 척 하지 않았기에 더욱 훌륭한 작품이 되었습니다. 작가가 후기에서 밝혔듯이, 그는 인간이 자연을 이해하고 자연을 위한다는 것은 오만한 발상이라고 생각했으며 이로 인해 결말을 고토가 대자연의 어딘가에서 숨어지내는 것에서 신이치에 의해 완전히 죽임을 당하는 것으로 바꿉니다. 인간이 동물을 보호하는 것은 결국 그 자신이 외롭기 때문이라고 작가는 말합니다.
  약간의 잔인한 장면을 감수하고서라도 고등학생이나 대학생들과 함께 읽고 토론할 대상으로 기생수는 전혀 모자라지않습니다. 모성애, 자연과의 공존, 힘의 추구 등 논의할 수 있는 소재도 다양합니다.



대망의 1위, 만화가 갖추어야 할 모든 것을 갖춘 만화, 슬램덩크.

  위에서 밝혔듯이 슬램덩크는 이야기, 연출, 뎃셍실력 어디하나 모자란 부분이 없는 만화입니다. 전후 일본이 내놓은 만화 가운데 최고의 작품이라고 감히 이야기할 수 있습니다. 90년대 말에 실시한 조사에서 일본인이 뽑은 최고의 만화 8위에 슬램덩크가 올랐던 것으로 알고 있습니다. 참고로 그때 1위는 '거인의 별'이라는 야구 만화였습니다. 그 유명한 '하라는 공부는 안하고!' 짤방이 바로 거인의 별이라는 만화의 한 장면입니다.
  처음에 소년 챔프에서 슬램덩크가 연재될 땐 이름이 슬럼덩크였던 것으로 기억합니다. slum dunk라니요. 슬럼가 흑인들의 스트리트 바스켓인가요. 어쨌든 그당시 외삼촌을 통해 농구대잔치를 알게되고 농구에 푹 빠져있던 저는 소년 챔프에 농구만화가 시작되는 것을 알고 매우 기대했었습니다. '삼촌, 이거봐요. 세계 최초의(뭘 안다고) 농구만화예요!' 잡지를 사고 슬램덩크를 본 순간 너무 재미있었습니다. 비록 농구가 많이 나오지는 않았지만 강백호가 백보드에 머리를 부딪치는 장면은 너무나도 웃겼던 기억이 납니다.



  그럼 마치기 전에 안타깝게 순위권에 들지 못한 만화들을 소개하겠습니다. 우선, 후지시마 쿄스케의 '아앗, 나의 여신님'이 있습니다. 처음에는 '여신'이라는 말그대로 남자들의 판타지를 100퍼센트 충족시켜주는 설정을 통해 신선한 재미를 보여주었지만 질질 끌다가 흐지부지 관심에서 사라진 만화입니다. 안타깝습니다. 이거 결말은 나왔는지 궁금하네요. 그 다음으로 다카하시 루미코 여사의 '란마1/2'이 있습니다. 자웅동체라는 흥미로운 설정과 루미코 여사 특유의 흥겹고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더해져 상당히 재미있었던 기억이 납니다. 티비판 애니메이션으로도 큰 인기를 끌었습니다. 원작의 결말은 식상하다는 의견이 들리더군요. 그리고 미우라 켄타로의 '검풍전기 베르세르크'. '지옥이 있다면 여길까?'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현실적인 지옥 묘사만으로도 볼 가치가 있는 작품입니다. 재미도 있습니다. 순위에 들지 못한 이유는 완결이 아니기때문에. 그러고보니 형민우씨의 '프리스트'와 양경일씨의 '소마신화전기'도 같은 맥락에서 제외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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