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민

오후 3시 - Plastic People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노래를 들을 때면, (이상하게도) 본능적으로 진정성에 대해 의심하게 된다. 사실 모든 노래를 들을 때 그러는 편이긴 한데, 메인스트림 대중가요를 들을 때는 그런 의심을 할 필요가 없이 그들의 진정성을 매도해버리면 되기 때문에, 또 그런 식으로 매도를 해버려도 마음 속으로 가책 같은 것을 느끼지 않기 때문에 마음이 복잡해질 것 까지는 없다(어쨌든 그들은 MP3가 자기들을 죽인다고 징징거리면서도 돈을 벌고 있으며, 정 안되면 연기자나 개그맨, MC로 변신하면 되는 일이니까).

하지만 언더그라운드 밴드의 진정성이 의심되면, 사실 좀 미안하다. 내까짓게 무언데 힘들고 어려운 상황에서 음악을 하는 그들의 음악에 대해, 진정성이라는 비계량적 추상적 잣대를 들이댄단 말인가. 미안하긴 하면서도 소규모아카시아밴드의 잘 다듬어진 팝을 듣고 있으면 마음 한 구석이 무거워지는 것이 사실이다. 너무 매끈한 음악이라 언더그라운드답지 않다는 느낌 때문에. 노래를 잘 만드는 것이 죄도 아닌데. 언더그라운드 밴드가 노래를 상업적으로 잘 만드는 것이 무슨 죄도 아닌데.

그래서 그런지 몰라도, 플라스틱 피플 같은 상큼한 언더 밴드를 만나면 반갑다. 일단 돈 냄새가 안난다. 멜로디에 상업적인 구석이 없는 것은 아니지만, 거북한 느낌은 아니다.

게다가 이 밴드는 중독성이 있기까지 하다. 노래 자체가 기승전결이 없고, 클라이막스만 반복되기 때문이다. 클라이막스를 도출해내기 위해 주섬주섬 모아놓은 부분과, 벌려놓은 클라이막스를 수습하기 위한 정리부분과 같은, 임팩트가 적은 부분이 없다. 마치 단일 성분으로 된 진통제인 타이레놀을 먹고, 즉각적으로 두통이 해소되는 듯한, 그런 기분이다. 그것이 또 나름대로 독특한 것이다.

어찌되었건 플라스틱 피플은 봄철에 듣기에 좋은 노래다. 봄철이라고 해서 마냥 기분이 달콤해지고 상큼해지는 노래만 듣다 보면, 급기야 그 달콤함에 토할 것 같은 기분을 느끼게 되는데, 이 밴드의 음악에는 달콤함과 상큼함의 저변에, 그들 고유의 비법 소스를 베이스 양념으로 뿌려놓았기 때문에, 늘 먹는 주식처럼 거북함없이 즐길 수가 있다. 그리고 모든 음악은 그래야 한다고 생각한다. 정크 푸드와 같은 음악에 길들여진 사람들은 이런 인디 밴드의 음악이 밋밋하다고 생각할 지 모르지만, 우리네 엄마들의 말을 따라, 집밥과 나물 반찬으로 아침을 챙겨먹듯 매일매일 듣다 보면, 입맛과 몸을 해치지 않는 그 깊이있는 맛에 길들여질 것이다.



 



p.s.1.  이 노래보다 더 좋은 노래들이 많은데, 구할 수 있는 MV가 이것 밖에 없다.. 문제시 삭제를 각오하고 있음.

p.s.2. 참고로 이 밴드는 기타를 치는 김민규와 드럼을 치는 윤주미 두 명으로 이루어져 있는데, 둘 다 보컬을 맡고 있고, 훌륭한 목소리를 갖고 있음.

p.s.3. 헤어스타일 안습..ㅜ.ㅜ

'김민' 카테고리의 다른 글

크라잉넛  (0) 2007.07.03
Judy and Mary  (3) 2007.07.03
Say Yes - Elliott Smith  (0) 2007.07.03
Stars - Janis Ian  (0) 2007.07.03
Doubt - Hide  (0) 2007.07.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