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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배트맨 - 다크나이트(The Dark Knight, 200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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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전 작품인 배트맨 비긴즈에서 크리스찬 베일 배트맨을 맡았다는 이야기를 듣고 열광했던 기억이 아직 지워지지 않았는데 3년만에 나온 다크나이트는 히스레저로 떠들썩 합니다. 예전의 저였다면 이런 중에도 삐딱하게 기여코 크리스찬 베일 이야기를 떠들어 댔겠지만 지금은 그럴 힘도 상상력도 없네요.

 미국에는 휴 그랜트의 발음을 가르치는 학원이 있다고 하더군요. 그만큼 미국은 영국식 발음에 매력을 느끼고 있다는 소리지요. 물론 말하는 사람이 휴 그랜트라 더욱 그럴 수도 있지만요. 러브 액츄얼리에서도 'bottle'를 '바를'이 아닌 '보틀'로 읽는 영국인 남성에게 열광하는 미국인 여성들이 등장합니다.

 저 역시 영국식 발음에 열광하는 편입니다. 영국식 발음은 마치 연음이 많은 미국식 발음과 정확하게 딱딱 끊어지는 일본어를 적절하게 섞어 장단이 잘 조화된 음악을 듣는 것 같거든요. 고전적인 느낌도 참 좋구요.

 영화를 보면서 '다른 놈들은 입다물고 있어. 쟤만 보고 싶어!'란 생각이 드는 경우가 종종 있습니다만 가장 대표적인 영화를 들자면 '캐러비안의 해적' 시리즈가 되겠네요. 역시나 영국식 발음과 연관이 있습니다. 영화에 등장하는 키이라 나이틀리가 그 주인공인데요. 그녀가 입을 열 때마다 감탄사를 연발했던 기억이 나네요. 적절하게 비음이 섞인 소리가 아주 매력적이었습니다. 장 뤽 고다르가 불어로 이야기 하는 여성을 가장 아름답게 봤다면 전 두말 않고 영국식 발음의 키이라 나이틀리! 라고 외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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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번 다크 나이트에서도 비슷한 생각이 들더군요. 저는 배트맨 시리즈에 그렇게 흥분하지도 않았았고 히스 레저는 브로크백 마운틴에서 처음 본 배우였습니다. 오히려 제이크 질렌할을 보며 하악댔던 기억이 나네요. 물론 그렇다고 해서 그 앞에 엎드리고 싶다는 건 아니구요. 다만 메멘토의 놀란 감독을 좋아했고 이퀼리브리엄의 베일을 좋아한데다 워낙 극찬이 쏟아지기에 조금 기대를 가지고 있었지요. 하지만 히스 레저가 입을 열자 생각이 조금씩 바뀌더군요. 마치 키이라 나이틀리를 보는 기분. 다 필요없고 조커가 나와서 대사를 날려주기만을 기다리고 있더군요. 적절하게 느린 속도와 중간 중간에 '쩝쩝'대는 이펙트. 애매한 각도로 기울어진 얼굴과 가끔 한번씩 까딱내는 목. 친구가 '약물 중독으로 죽었지? 약 하고 연기하는거 같은데?' 라고 말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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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절대악'을 연기한 히스 레저. 전 뭐 그런건 잘 모르겠구요. 요즘 사투리와 발성법 때문에 고민이 많은 저로서는 히스 레서의 발음, 발성을 포함한 연기만 눈에 들어왔습니다. 그리고 이건 예전에 본 고로시야 이치의 카키하라를 볼 때 마다 조커 오마주란 생각 밖에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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