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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식코(Sicko) - 마이클 무어(Michael Moore)

요즘 시국이 어수선한 탓도 있겠지만, 그래서 그런지 내게 있어서 조국, 대한민국이 무슨 의미인제 조금쯤은 생각해보게 된 것 같다. 그러나 생각을 거듭해 보아도 내 마음속 저변에 깔려 있는 국가관은 합리적이지가 않다.

가끔씩 가보는 일본의 친절함과 유럽의 여유로움을 보다보면 우리나라는 참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나라라는 생각이 든다. 군사 독재 정권이 끝이 났다고는 하나, 정치적으로는 아직 보수와 진보에 대한 정의조차 내려지지 않은 상태이고, 다른 나라와의 경제 교역은 엄청난 증가를 이룩하였으나, 부자들은 점점 더 심한 부자가 되어가고, 가난한 사람은 점점 더 가난해지고 있다. 공교육, 국민연금 시스템은 여전히 국민을 마루타 삼아 실험중이며, 통일의 길은 요원해 보이고, IT, 자동차를 제외한 거의 모든 제조업은 중국에 앞을 양보한 데다, 그나마 잘나간다는 IT와 자동차도 삼성과 현대가 독식하고 있다. 이런 와중에 힘든 시민들이 마음을 기댈 믿음직한 종교가 있는 것도 아니요, 값싸고 편하게 즐길만한 대중문화는 거의 모두 지하로 숨어버렸다. 말하자면 끝이 없다.

그런데, 위에서 말한 트집들은, 사실 내가 우리나라를 사랑하느냐, 그렇지 않냐와는 별로 상관이 없는 것들이다. 합리적으로 생각해 보면, 대한민국이라는 국가는 조국으로 삼기에는 너무나도 흠이 많다. 그러나 이런 이성적인 비판은 국가를 판단하는 기준이 될 수는 있을지언정, 조국을 판단하는 기준은 될 수 없다. 조국은 부모와 같은 감정적 혈연적 존재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우리의 부모가 쩌렁쩌렁한 부자이길 바라고, 게다가 교양이 있었으면 좋겠고, 인격이 훌륭하면서도 유쾌하고 유머러스하기를 바랄 것이다. 다른 부모와 비교해 봤을 때, 더 좋은 집을 가졌으면 좋겠고, 더 좋은 차를 가졌으면 좋겠다, 생각할 것이다. 하지만 그렇지 않다고 해서 부모의 자격이 없어지는 것은 아니다. 함께 살기에 약간의 불편함은 더 감수해야겠지만, 부모가 가난하고 무식하고 교양이 없고 입에 욕을 달고 살면서 늘 우울하기만 하다고 해서, 부모 같지도 않은 부모라고 까지는 생각하지 않는다. 그 부모가 나를 진심으로 보살피고 있다면. 나를 자식으로써 정말 아껴주고, 없는 돈이지만 교육에 신경을 써 주고, 인간관계를 걱정해주고, 건강을 신경써준다면, 그것으로 부모의 다른 모든 부족함은 상쇄시킬 수 있는 것이다. 오히려 가난 때문에 힘들어하는 부모를 호강시키기 위해 더 열심히 일하지 않겠는가.

국가는 마치 피로 맺어진 부모와도 같이, 그 국민을 아끼고 보살펴줄 의무가 있다. 아니, 자연스럽게 그렇게 해야 한다. 국가에게서 보살핌받지 못하고 있다는 느낌은, 마치 부모에게서 버려진 것과 다르지 않다. 미국이라는 세계에서 가장 부자인 국가를 조국으로 가지고 있는 미국 국민은, 그래서 더욱 상실감이 큰 것일까. 돈 많고 싸움 잘하는 그들의 부모가, 가난하고 힘없고 아프기까지 한 자식들을 거들떠보지 않는 그런 상황에서.

사용자 삽입 이미지

이미지 출처 (www.cine21.com)

대한민국은 분명 돈 많고 싸움 잘하는 조국은 아니다. 그런 와중에도 열심히 우리 국민들을 자식처럼 아껴주는 조국일까? 잘 모르겠다.



p.s. 그나저나 마이클 무어 아저씨, 보아하니 지방간 말기 정도로 보이는데 다이어트 좀 하셔야것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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