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김민

화양연화 - 시와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한때가 사라집니다.

라이브클럽 빵 컴필레이션 앨범을 듣다가 울컥해졌다. 21세기 대한민국 모던락의 결정판, 베스트 샘플러와 같은 앨범 한 가운데 자리잡은 이 노래는, 고요한 감성적 멜로디로 추억을 노래하고 있었다.

묵직하면서도 감각적인 피아노 터치를 주된 반주로 사용하는 이 노래는, 감정이 고조되는 2절에서도 단순히 몇 개의 현악기만을 추가함으로써 노래의 절절함을 살리는 절제된 편곡을 사용하고 있다. 보컬은 절제를 하다 못해 1절의 클라이막스 부분은 아예 무성음으로 처리해버리는 파격을 선보였는데, 그것이 오히려 더 마음을 흔든다. 손지연의 애절함이 슬쩍 엿보이다가도, 이상은과 같은 감각이 도드라지기도 하는 이 노래는 금새 내 마음을 사로잡아서, 이 노래를 만들고 부른 시와라는 가수에 대해 궁금해지기에 이르렀다.

시와는 마침 얼마 전 1집이라고 할 수 있는 EP 앨범을 발매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그의 음악은 여성적 감성을 잘 살리고 있으면서도, 저음의 절제된 보컬로 마냥 처연해지지만은 않는 묘미가 있다. 신나는 노래도 마냥 신나지 않고, 느린 노래도 마냥 슬프지만은 않다. 인간사, 세상사 느끼는 감정들에 깊은 이해가 있는 사람들 - 마음이 따뜻한 사람들이 할 수 있는 음악이다. 노래를 부른 사람의 정서가 나의 정서와 일치하는지를 끊임없이 의심해야 하는 요즘 같은 세상에, 시와의 음악은 그런 정서적 불일치성을 고민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 독특한 매력이다. 그는 자기의 이야기를 수선스럽지 않게 하고 있을 뿐이고, 나는 내 정서를 내세우지 않아도 그 이야기를 이해할 수 있기 때문이다.

나는 시와의 팬이 되기로 했다.

p.s. 노래에 필이 꽂혀 영화도 보게 되었는데, 왕가위는 너무나 감각적이라 절절한 신파 로멘스를 기대했던 나를 실망시키고야 말았다.



화양연화
시와
 
그때가 그렇게 반짝였는지
그시절 햇살이 눈부셨는지

강 한가운데 부서지던 빛
도시의 머리에 걸린 해
달리는 자전거 시원한 바람

이제 알아요 그렇게 눈부신
인생의 가장 아름다웠던
한때가 사라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