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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민

린다린다린다

나는 성장 드라마가 좋다. 성장 드라마가 좋다, 라는 취향은 자칫 여고생이 나오는 이야기로 연결되기 쉬운 사회적 분위기이지만, 꼭 여고생이 아니라 나이가 좀 든 사람들이 나오더라도, 주인공들이 인간관계에 섞여서 스스로를 재발견한다거나 인생의 방향 또는 목표점을 재설정하는 과정을 보면, 아마도 뿌듯해서 그런게 아닌가 하고 스스로 생각해 본다(멀리 갈 것도 없이 노르웨이언 우즈가 그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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린다린다린다를 내가 개봉도 하기 전에 구해보아야 했던 이유는 세가지다. 첫번째는 앞서 말했듯이 일본 여고생-_-이 나오기 때문이고, 두번째는 배두나가 나오기 때문이며(고등학교로 유학을 가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유학생 역할이다), 세번째는 어찌어찌 모인 그 여고생 네 명이 밴드를 만들어 공연하는 내용이기 때문이다. 스쿨오브락, 시스터 액트, 코러스, 스윙 걸즈 등은 하나같이 음악적인 성취와 그 과정에서의 진솔한 노력을 통해 감동을 보여주지만 이미 진부한 영화의 소재다. 그래도 어쨌든 볼 때마다 즐거운 건 사실이다.

린다린다린다는 그런데, 이렇게 대놓고 말하기는 뭐 하지만, 좀 지루한 면이 있는 영화다. 연기의 호흡이 길고, 카메라의 움직임이 현란하지도 않다. 게다가 나오는 아가씨들도 (배두나를 제외하고는) 시종일관 시무룩한 표정이다. 나는 참을성이 많은 성격이라서, 웬만큼 지루한 영화도 다 참으면서 보지만, 그렇지 않은 분들은 지루하실 수도 있겠다. 주제도 별 특이할 것이 없다. 학예회에서 애들이 공연을 하기로 했는데, 이런 저런 일들로 밴드 라인없도 잘 안 맞고, 연습 하는 일정도 촉박한 상황이다. 원래 시무룩한 애들인지는 잘 모르겠지만, 아무튼 애들은 영화 내내 똥씹은 표정을 유지해 주는데,

그렇다면 때려치울 수도 있지 않냐는 것이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이 아이들은 중도에 그만두지 않고 연습을 계속한다. 멤버들끼리 별로 친하지도 않으면서 밤을 세워가며 연습을 한다. 그것 이외에는 별 내용도 주제도 없다. 하지만 정말로 열심히 그렇게 단 한번의 공연을 위해 연습을 하는거다, 지루한 얼굴로. 어쩐지 그들의 기분을 알 것만 같아서, 영화 후반부가 되자 나도 모르게 굉장히 몰입해서 영화를 보고 있었다.

그들이 부른 노래는 일본에서는 꽤 유명한 듯한 펑크락 밴드인 블루 하츠blue hearts의 노래들이다. 당연한 얘기지만 노래가 너무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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