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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right

Six Feet Under

Six Feet Under에 등장하는 가족들은 가까이 들여다 보면 어딘가 이상합니다.
첫째 아들은 20대에 집을 나갔다가 십여년 만에 집에 돌아온 풍운아에 둘째 아들은 게이, 막내 딸은 <판타스틱 소녀백서>류의 초특급 반항아, 엄마는 신경쇠약직전입니다. 이 미치기 일보 직전의 가족은 갑작스런 아버지의 죽음과 대면하게 되고, 드라마는 그 가족들을 통해서 죽음에 대해서, 삶에 일부인 죽음에 대해서, 그리고 다시 삶에 대해서 솔직하게 이야기하고 있습니다.
 
드라마가 이야기하고 있는 것들은 대단히 새롭거나 고급스럽지 않습니다. 오히려 진부하다 느껴질 수도 있고 어떤 사람에게는 따분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 드라마의 힘은 적당히 사색적인, 적당히 철학적인 삶에 대한 문제를 일상적인 생활의 묘사를 통해 섬세하게 이야기한다는 데 있고, 그러한 이유로 저는 이 드라마를 아주 아주 좋아하게 됐습니다.
 
무엇보다 제가 흥미롭게 지켜보고 있는 부분은 이 비정상적인 가족들을 통해서
현대사회에 있어서 가족의 의미, 가족이라는 시스템의 존재 당위성을 어떤 식으로 이야기해내는지 일 것니다. 시즌 1에서는 가족 구성원들 각자의 복합적인 욕구 너머에 존재해야하는 가족적 유대에 관해서는 아직 유보적인 입장인듯 합니다만, 지금 제가 느끼기로는 가족의 해체같은 극단적이고 무책임한 결론은 아닐거란 생각이 듭니다.
 
아마 적지 않은 분들이 우리나라 가족드라마의 시대착오와, 가족의 분열을 서스럼없이 보여주는 무책임함에 실망하셨으리라 생각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사회가 직면한 가족의 문제에 있어서 그러한 양극단의 해석보다는,
현실의 솔직한 투영을 통한 진지한 해답의 모색이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Six Feet Under가 어떤 해답을 줄지
아직은 정확히 판단할 수는 없지만,
느낌이 아주아주아주 좋습니다.


*Six Feet Under는 영화 American Beauty를 썼던 Alan Ball이 제작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