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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lright

Hedwig과 경계인

 영 <Hedwig and the angry inch(이하 헤드윅)>를 여는 노래는 <Tear Me Down>입니다. 노래의 중반쯤에 가면 Yitzhak(이하 이츠학)이 부르는 부분에서 이런 가사가 나옵니다. 

Ladies and Gentlemen, Hedwig is like that wall, standing before you in the divide between East and West, Slavery and Freedom, Man and Woman, Top and Bottom.

예전엔 영화 <헤드윅>을 남성과 여성의 경계를 넘으려 했던, 그러나 성공하지 못했던 인간에 대한 이야기로 이해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이 만들어 놓은 경계를 넘으려고 했던 헤드윅을 이룰 수 없는 꿈을 위해 세상에 저항하는 몽상가쯤으로 여겼었죠. 용감하게 그 경계를 넘기 전 그가 가지고 있던 건너편에 대한 환상과 이후 그것이 붕괴하는 과정을 보면서 마음 아파했었습니다.

영화를 띄엄띄엄 봤던 건지 요즘 들어 제가 <헤드윅>을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고 있었다는 생각이 듭니다. 엄밀히 말해 헤드윅은 경계를 넘지 못했죠. 그는 이츠학이 부른 부분의 가사처럼 그 경계 위에 서 있습니다. 경계인이 된 것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헤드윅>은 경계인의 탄생을 그린 이야기로 이해하는 게 맞을 듯 합니다. 경계 안에서 태어났지만 세상에 의해 그 경계 위에 서게 되고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를 메우면서 자신을 발견하고 인정하게 되는 과정, 그것이 영화 <헤드윅>의 이야기라고 생각합니다.

이쪽 저쪽 어느 곳에도 속할 수 없는 경계인은 경계로 이루어진 이 세상에서는 부적응자, 패배자 혹은 배신자 취급을 받을지 모릅니다. 헤드윅이 그랬던 것처럼 세상과 사람들로부터 온갖 모욕과 배신을 당하고 그 상처에 만신창이가 되버리겠죠. 경계인이 위대한 이유는,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 고통 속에서 자신을 완성하고 용감히 그 경계 위에 서 있기를 선택했기 때문입니다. 그리고는 아직 경계 안에서 스스로를 억압하는 사람들의 자유를 위해 노래할 것이기 때문입니다. 헤드윅의 마지막 넘버인 ‘Midnight Radio’처럼 말이죠.
 

우리, 오랜만에 헤드윅의 Midnight Radio 나 한판 들읍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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