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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Street Magic

Street Magic은 일반적인 마술과는 조금 다른 양상을 보여줍니다. 스테이지가 되었든 클로즈업이 되었든 간에 일반적인 마술은 관객이 어느 정도 통제되고 있는 상황에서 진행됩니다. 그러나 Street Magic은 언제 어떠한 돌발 상황이 발생할지 알 수 없습니다. 카드 마술을 하던 도중 바람이 불어 카드가 날아가버릴 수도 있고 한참 마술을 하고 있는데 뒷 쪽의 누군가가 나의 트릭을 훤히 보고 있을 수도 있습니다. 그래서 Street Magic은 매우 까다로운 마술의 형태 중 하나입니다.

이러한 Street Magic으로 엄청난 인기를 얻은 마술사가 있는데요. 많이들 알고 계시는 데이빗 블레인(David Blain)이 그 주인공입니다. 브루클린에서 태어난 그는 처음엔 뮤지컬을 배우기 위해 뉴욕에 갑니다. 많은 배우들이 그랬던 것처럼 그 또한 힘든 무명시절을 보내죠. 그러던 중 그는 자신의 장기인 마술을 길거리에서 펼치기 시작합니다. 그 동영상을 ABC 방송국으로 보내죠. 그 영상은 PD들의 눈을 사로 잡았고 데이빗 블레인은 뮤지컬이 아닌 마술로 처음 데뷔를 하게 됩니다.

그의 마술이 인기를 끌게 된 이유는 바로 기존 마술사들과의 차별성이었습니다. 자유로운 옷차림과 기묘한 분위기, 그로테스크한 마술, 기이한 행적들이 그것입니다. 마술 외에 그는 영국 템즈강변에 플라스틱 상자를 만들고 그 안에서 40여일을 물만 먹고 지내기도 하고 근 일주일을 생매장 당한채로 지내며(Buried Alive) 얼음 속에서 60여 시간을 버티기도 합니다(Frozen in Time). 얼음 속에서 60여 시간을 지내다 기절한 것을 지나가던 시민이 발견해 구해주죠. 또 10층 높이의 어깨넓이 정도의 장대위에서 35시간을 버티고 아무런 안전장치 없이 다른 사람들이 만들어 놓은 박스더미 위에 뛰어내려 살아남은 후 유유히 감사의 인사를 전하는 인터뷰를 하기도 합니다(Vertigo). 물론 이러한 행적은 모두 방영되어 DVD로도 만들어져 마술 동호인 사이에서는 고전으로 남았죠.

그로테스크한 마술도 한 몫을 담당합니다. 머리카락을 삼킨 후 배에서 꺼내거나 동전을 씹었다가 뱉어내기도 합니다. 뱀을 삼키기도 하구요. 쇼프로에 나와 - 제가 알기론 생방송이었습니다만 정확하진 않군요 - 심장을 꺼내기도 합니다.

물론 뻔히 보이는거긴 하죠. 하지만 실제 방송에서 진행했다는 점과 마지막 죽어 넘어지는 그의 리얼한 연기가 일품입니다.

그렇다고 해서 그의 마술 솜씨가 부족한 것은 절대 아닙니다. 지난번 잠깐 이야기 한적이 있는 50 Greatest Magic Tricks에서 당당히 2위와 12위를 그가 차지하고 있으니까요. 2위를 차지하고 있는 마술은 마술의 고전 중에 고전인 Levitation입니다. 기존의 공중 부양 마술이 무대 위에서 장치를 통해 이루어진 반면 데이빗 블레인은 그것을 길거리로 옮겨 놓았습니다.

12위를 차지한 마술은 Card in Window입니다. Card Through Window라 불리기도 하는 마술인데요. 역시나 길거리에서 펼쳐진다는 점이 놀라울 따름입니다.

Street Magic는 원래 클로즈업의 확장된 형태였습니다만 데이빗 블레인을 선두로 해 점점 자극적이고 거대한 스케일로 변했습니다. 대표적인 마술사로 Criss Angel을 들 수 있습니다. 이 마술사 역시 그로테스크한 복장과 기이한 마술들로 유명합니다. 빌딩과 빌딩사이를 날아서 이동한다던가 수영장에 가득차 있는 물 위를 걷기도 합니다. 하지만 가장 충격적이었던 마술은 바로 이거죠.

처음 봤을 때 과연 이 친구가 뭘 하려는건가 한참 생각했습니다. 영어가 짧아서 뭐라는지도 잘 모르겠구요. 하지만 결과가 눈 앞에 펼쳐졌을 때는 숨이 턱 막히더군요.

마지막으로 마술팀하나를 소개하려 합니다. T.H.E.M(Totally Hidden Extreme Magic)이란 팀인데 추석과 설 연휴에 티비에 나왔던 쎄로(Cyril)가 소속된 마술그룹입니다. 추석 연휴에 방영된 쎄로의 클로즈업을 보고서 '마술. 접을까?'라고 생각했던 제가 새록새록 떠오르네요. 도저히 범접할 수 없는 수준의 마술을 보고 나니 그런 생각이 절로 들었습니다. 추석, 설 방송에서 쎄로는 일반적인 클로즈업을 - 물론 굉장히 독특하긴 했습니다만 기본적으로는 클로즈업의 형태를 띄고 있었죠 - 보여주었지만 원래 T.H.E.M은 독특한 형태의 마술쇼를 보여줍니다. 일반적인 리얼리티 쇼에서 종종 볼 수 있는 몰래카메라의 형식이 그것입니다. 일반인듯 연기를 하다 마지막에 '우리는 T.H.E.M이에요!'라고 밝힙니다. 운 좋게도 그들의 마술 중 가장 좋아하는 두 가지가 여기에 고스란히 담겨 있네요.

특히 두 번째 Rico의 마술은 처음 봤을 때 개인적으로 정말 놀랐습니다. '저길 통과하면 나 정말 마술 접을꺼야!'라고 생각했으니까요. 멋지다는 생각도 들긴 했지만 그것보다 마술하는 사람의 입장에선 참 죽을 맛이더군요. 이런 걸 TV에서 자꾸 해주니 왠만한 자극으로는 사람들이 놀래지도 않으니까요.

그래도 그들을 통해 참 많은 것을 배웁니다. 데이빗 블레인을 통해 묘한 분위기와 간지를, 크리스 엔젤을 통해 기괴함을 배우게 되네요. 특히 데이빗 블레인의 마술에는 제가 써먹을 만한 것도 꽤 많았구요. T.H.E.M는 저 스스로를 채찍질 할 기회가 되었습니다. 이건 뭐 사람도 아니네란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죠. 하지만 마술을 접기엔 너무 아까웠고 자연스레 연습을 더 하게 되고 실력은 조금씩 쌓이고. 매너리즘에 빠지려 했던 순간에 만났던 참 좋은 자극제였던 것 같습니다.

마술은 점점 그 영역을 넓혀가고 있습니다. 라스베가스 호텔의 전용 공연장에서 펼쳐지는 것에서 벗어나 길거리로, 방송으로 마구 진화되어 갑니다. 특히 형식의 파괴, 장르의 파괴가 인상적입니다. 보시다시피 무대 위에서나 펼쳐지던 일루젼 매직이 길거리에서 펼쳐지는 것이나 다름없습니다. 계속 진화, 발전하는 마술을 기대하며 오늘도 카드를 펼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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