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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로미오×줄리엣(Romeo×Juliet)

일본 애니메이션을 만드는 여러 제작사 중에 매드하우스(MadHouse)만큼이나 좋아하는 회사가 곤조(Gonzo)입니다. 그렇다고해서 이 두 회사의 작품을 모두 본 것은 아닙니다. 그렇지만 애니메이션을 추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을 때 가장 먼저 떠오르는 작품의 대부분은 이 두 회사의 작품입니다. 데스노트를 한참 만들고 있으며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작품인 Beck도 매드하우스에서 만들었습니다. 개봉을 앞둔 <시간을 달리는 소녀>또한 매드하우스에서 만들었죠.

곤조는 평이 그리 좋은 회사는 아닙니다. 그도 그럴 것이 가끔은 정말 충격적인 작화를 보여주기 때문입니다. 과연 저 캐릭터가 과거의 그 캐릭터인가 할 정도로 성의없는 그림을 보여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최근작 중에는 <레드 가든>이 그랬었습니다. 독특한 소재와 재미있는 이야기 전개를 가지고 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되면 될 수록 도저히 눈뜨고 보고 있을 수 없을 정도의 성의없는 작화가 나오곤 했습니다. 그래서 새로운 애니메이션이 공개될 때 마다 그들의 이야기꾼으로서의 솜씨에 혹하다가도 '곤조니까 결국엔 작화가..'라고 실망하게 되거나 애초에 거들떠 보지도 않게되는 경우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들은 재밌는 이야기꾼이라는 장점 외에도 고전의 새로운 해석이라는 강점도 지니고 있습니다. <암굴왕>이 그 대표작이라 할 수 있습니다. 고전인 몽테크리스토 백작을 SF로 재해석한 작품입니다. 작화도 곤조답지않게 끝까지 완벽함을 유지해주었고 클래식컬한 음악도 작품의 분위기를 잘 살리며 완성도를 더욱 높여 주었습니다. 특히 인상깊은 것이 작화와 의상처리인데요. 의상의 경우 말로 설명하기 힘든 매우 독특한 형태로 표현되었습니다. 대부분이 정지화면인데 반해 의상부분만 계속 같은 패턴문양이 움직이는 말로는 쉽게 설명하기 힘든 재밌는 표현을 보여주었습니다. 이 표현법은 레드가든의 오프닝에서도 그대로 사용되기도 했습니다. 또한 레드가든은 프레스코 방식(선녹음 후작화)이 적용되어 소리와 입의 높은 싱크로율을 자랑하기도 했습니다. 그렇지만 일본 내에서 큰 인기를 얻지는 못했고 덕분에 위에서 이야기 했던 것처럼 그림이 많이 망가져 버렸고 후반부의 이야기도 너무 급하기 매듭지어 버렸습니다. 슬픈일이지요.

올해 4월 신작 중에도 곤조의 작품이 몇몇 있습니다만 암굴왕의 연장 선상에 있는 작품이 바로 <로미오×줄리엣(Romeo×Juliet)>입니다. 처음 스틸컷이 공개되었을 때부터 꼭 봐야겠다고 생각한 작품인데 역시 기대를 저버리지 않는 대단한 퀄리티로 충분히 만족하며 보고 있습니다. 암굴왕에서 시도되었던 독특한 표현법이 쓰이진 않지만 일단 작화와 음악, 구도 등 하나 부족함을 찾아보기가 힘든 정도의 작품입니다. 곤조에서도 '사운을 걸고 만들고 있다'라고 할 정도로 많은 투자가 이뤄진 작품입니다.

<로미오×줄리엣(Romeo×Juliet)>에서 하나 눈 여겨 볼 것은 바로 오프닝입니다. 'You raise me up'이라는 귀에 익숙한 곡이 오프닝에 개사되어 사용되고 있습니다. 원래 CCM인걸로 저는 알고 있는데 정확한건지는 모르겠군요. 중요한 것은 Lena Park이란 가수입니다. 박정현씨입니다. 오프닝에서 일어로 개사되어 사용되던 곡이 지난 주 7화에서 영어버전으로 작품 중간에 삽입되어 사용되었습니다. 7화의 장면은 지금까지 쌓여온 감정의 물꼬를 단번에 터트리는 부분으로 방영분 중 최고의 하이라이트 부분입니다. 꽤 많은 애니메이션 작품을 보았지만 보는 도중 저 스스로 감정을 이기지 못하고 소리를 지른 것은 <암굴왕>에서 외제니가 피아노를 치며 노래 부르던 장면 이후에는 첨이었습니다. 오랜만에 느껴보는 흥분과 두근거림. <로미오×줄리엣(Romeo×Juliet)>은 정말 잘 만들어진 작품이고 곤조의 마스터피스가 될 것 같습니다.

7화의 그 하이라이트 부분에서 많은 사람들이 공감하기는 힘들 것입니다. 앞 부분의 내용을 전혀 모르니까요. 하지만 조금이라도 저의 감정을 전해 보고자 하이라이트 부분을 올려봅니다. 저작권에 문제가 된다면 아시는 분이 빨리 알려주세요. 저는 정확한 지식이 없으니까요. 박정현님의 노래도 함께 감상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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