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편의점

콘 사토시 - 파프리카(Paprika)

 개인적으로 가장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스릴러입니다. 어릴 때부터 추리소설을 좋아했고 감독과 머리싸움 하는 것이 즐거우니까요. 사건의 전말이 나의 추리와 완벽히 들어맞을 때, '역시 난 대단해!'하며 자뻑모드에 빠지지요. 하지만 그 반대도 즐거운 것은 사실입니다. 전혀 예상치 못했던 결말이 펼쳐지면 한 동안 정신이 나간듯 멍해지죠. 머리 속이 혼란스러워 땀이 삐질삐질 납니다. 많은 사람들이 유주얼 서스펙트나 파이트 클럽 같은 영화를 통해 이런 경험을 하게 됩니다. 하지만 이런 영화를 이야기 할 때 제가 절대 빠뜨리지 않는 작품이 바로 '퍼펙트 블루'입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퍼펙트 블루

 '완벽한 속임수'라는 뜻의 '퍼펙트 블루'는 콘 사토시 감독의 데뷔작입니다. 현실과 환상을 넘나드는 치밀한 구성으로 관객의 눈을 사로잡습니다. 특히 교묘한 마지막 장면으로 다양한 해석이 쏟이지기도 했죠. 최근에 영화 '디센트'가 그랬던 것처럼요.

 애니메이션으로 만든 스릴러 영화로 주목을 받게 된 콘 사토시 감독의 두 번째 작품은 '천년여우'입니다. 전작의 긴장감을 기대하며 이 작품을 보게 된다면 크게 실망하게 될지도 모릅니다. 처음 제목만 들었을 때는 천년 묵은 여우 이야기인줄 알았죠. 하지만 이 작품은 오랜 시간에 걸친 한 여배우의 사랑이야기로 스릴과 서스펜스를 주는 것은 아닙니다. 하지만 애니메이션으로만 구현할 수 있을 법한 화면전환과 편집으로 콘 사토시 특유의 판타지를 보여줍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천년여우

 그 다음이 '동경대부'입니다. 콘 사토시 작품의 특징이라 한다면 애니메이션에 실사영화의 기법을 많이 차용한다는 점인데 '동경대부'는 그러한 특징이 잘 나타난 작품입니다. 앞의 두 작품보다 실사영화의 이미지가 더욱 강하죠. 노숙자와 동성애자, 가출 소녀 앞에 나타난 버려진 아기를 중심으로 갖가지 일들이 벌어집니다. '퍼펙트 블루'의 강렬한 반전도, '천년여우'의 현실과 환상의 모호함도 없습니다. 하지만 그러한 '엇갈림'의 기술을 지극히 현실적인 세계에 적용해 우연한 만남을 통해 진행되는 스토리에 개연성을 부여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동경대부

 이제서야 파프리카네요. 파프리카 또한 전작들에서 보이는 경계의 모호함이 있습니다. 그것이 '현실과 꿈', '현실과 가상현실'로 바뀐 것 뿐이지요. 파프리카는 '동경대부'와 콘 사토시의 외도(?) 작품이라 할 수 있는 '망상대리인'의 연장선에 있는 작품입니다. 동경대부에서부터 보이는 현대사회 비판과 망상대리인에서 보이는 무기력한 대중, 대중문화의 악영향 등이 모두 담겨 있습니다. 특히 망상대리인과 후반부가 매우 흡사한 양상을 띄고 있습니다. 이미 현실인지 가상인지 구분이 안되는 상황. 대중문화를 대표하는 캐릭터와의 대결 구도. 매트릭스를 생각나게 하는 상황설정과 자신의 장점인 현실과 가상을 오가는 교묘한 편집기술도 눈여겨 볼만 합니다.
사용자 삽입 이미지

망상대리인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파프리카

 콘 사토시 감독은 실사 영화가 생각날 정도로 재밌는 편집과 구성으로 현대사회를 꼬집습니다. 스릴러, 멜로, 드라마 등 다양한 장르를 오가면서도 그가 하고자 하는 이야기는 비슷하죠. 현대사회를 살고 있는 현대인의 가면과 그 뒤에 숨겨진 진짜 모습. 같은 이야기를 하더라도 이렇게 다양한 표현방식을 사용한다면 받아들이는 사람의 입장에서는 늘 새로울 수 밖에 없습니다. '파프리카'가 '동경대부'와 '망상대리인'의 코드와 비슷하다는 점이 조금 아쉬울 수도 있지만 늘 새로운 소재와 형식을 보여 준다는 사실에 큰 점수를 주고 싶습니다. 이런 점에서 신카이 마코토 감독보다 관심이 더 가는 것이 사실이네요.
사용자 삽입 이미지

파프리카에 나온 그의 작품들

'편의점' 카테고리의 다른 글

원스(Once)  (12) 2007.11.03
데스 프루프(Death Proof)  (5) 2007.09.12
디 워(D-War)  (7) 2007.08.27
초속 5센티미터  (2) 2007.08.25
Six Feet Under와 상실의 시대  (12) 2007.08.0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