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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삼

ONCE(20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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ONCE는 낭만을 말하는 영화다. 만약 당신이 돈없는 무명 가수였다면 무슨 꿈을 꾸었겠는가? 자신의 음악을 인정받고, 나아가 음악으로 불특정 다수의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을 꿈꾸지 않을까? ONCE는 그 꿈을 실현해 주는, 아니 실현해 나가는 영화다. 하지만 여전히 꿈같은 이야기이기도 하다.

한 무명 가수의 꿈은 그렇게 실현되어 간다. 운명처럼 그의 음악에 귀기울여주는 사람을 만나고 공교롭게도 그 사람은 그녀, 그리고 그녀 또한 음악에 재능이 있다. 두 사람은 성적인 관계가 아닌 철저하게 음악적 호감을 바탕으로 관계를 만들어 나가고 그 속에서 남자는 자신의 재능에 확신을 갖는다. 마침내 발판을 만들어 나가기 시작한 음악으로의 열정은 막힘없이 술술 풀린다. 믿음직한 세션이 있고, 음악의 가치를 아는 대출 상담원과 그의 음악에 거침없이 두 엄지 손가락을 치켜 세우는 프로듀서가 있으며 궁극적으로 남자의 아버지는 그의 행보에 투자를 아끼지 않는다. 애초 남자에겐 현실의 벽 따윈 존재하지 않았던 것은 아닐까?

ONCE에는 이처럼 가슴을 따뜻하게 해주는 이야기와 아름다운 음악이 있다. 그에 비해 현실은 그 아름다운 낭만에 가려 보이지 않는다. 그들은 짐짓 일상에서 유리되어 있고, 세상 속에 투명인간처럼 그들과 음악 이외엔 아무것도 없다. 세션들과 상담원, 프로듀서 마저도 그들에게 소속되어 있으며, 마치 그들을 축복하기 위해 파견된 천사처럼 보인다.

두 사람은 함께한 마법같은 시간을 봉인한 댓가로 일상의 안위를 얻는다. 때문에 그와 그녀가 맺어지지 않았다는 안타까움 조차도 의미를 잃는다. 추억을 추억으로 남기는 행위를 우리는 여러 이야기를 통해서 하나의 고착된 낭만임을 확인한 바 있다.

하지만 낭만을 음미하기 위해 칠천원을 주고 산 누군가의 달콤한 '한 때'는 어쩐지 좀 달달해서 끝내는 뱉어내고 말 것 같은 기분이 든다. 영화이고, 허구이기 때문에 모든 것을 그저 신기루로 여기기엔 세상이, 현실이 조금도 녹록치 않음을 알기에 그들의 아쉬움이, 혹은 그들의 행복이 씁쓸한 뒤엣맛을 남기는건 어쩔 수가 없나 보다.


07.11.02

by 응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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