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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삼

한국 영화 포스터 서체 점검

수 년 전에 비하면 한국 영화 포스터의 질도 꽤 올라온 편이다. 과도기만 해도 포스터 디자인에 좀 신경쓴 영화를 선택하는 것이 실패할 확률도 적을 거라 믿었고 실상 들어맞는 경우도 많았었지만 요샌 절대적으로 그렇지도 않은 것 같다. 대신 디자인의 전형성이 자리를 잡기 시작 했달까? 심각한 문제 제기 라기 보다는 개인적인 투정이라 보는편이 낫겠다. 여하간 일단은 포스터에서 타이포를 활용하는 사례를 들어 한국 영화 포스터 디자인의 몇 가지 전형성을 파악해 보았다. (곧 군바리가 되는 본인의 시간 관계상 2005-2006년 개봉작을 중심으로 살펴보았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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큰 갈래로 구분해 보자면, 캘리그래피와 일반적인 세리프의 활용, 그리고 도안이 가미된 장식체의 디자인까지 세 가지 정도로 함축이 가능하다. 그중에서도 대세는 단연 캘리그래피다. 손으로 쓴, 형식에 구애 받지 않는 캘리그래피는 내가 찾아본 작년 한국 영화 포스터에서 가장 많은 비율을 차지했다. 캘리그래피는 형태적 독창성과 질감의 조합이 비교적 자연스럽고, 고급스럽고 진지한 느낌을 주는 가장 손쉬운 방법이라고 할 수 있다. 2005년과 2006년 2월 현재까지 가장 많은 관객을 동원한 작품 포스터들이 모두 캘리그래피를 채택하고 있다. 포스터의 명시적 기능 때문인지 대다수가 먹선형의 캘리그래피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 따라서 색상은 백색과 흑색이 주종을 이루고 있다. 온전한 캘리그래피로 보아야 할지 애매하긴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왕의 남자의 서체가 가장 마음에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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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은 일반적인 명조와 고딕을 사용한(혹은 약간의 변형을 가미한) 세리프 서체형 포스터. 수적인 것으로만 판단하자면 캘리그래피보다는 상위를 차지하는 것이 맞지만, 텍스쳐의 유무를 통해 두 가지 정도의 분류가 가능하다. 텍스쳐가 있는 것과 없는 것은 수적으로 대동 소이하고 텍스쳐가 없는 쪽은 큰 변형과 장식이 가해짐 없이 차분하게 예측 가능한 범위에서 활용되었으므로 별달리 할 말이 없다. 하지만 텍스쳐가 가미된 것에서는 유난히 빈티지 텍스쳐가 많이 쓰이는 것을 볼 수 있다. 캘리그래피보다 날로 먹는 것처럼 보이는게 바로 이런 서체들이다. 그 중에서는 말아톤이 그나마 신선하게 느껴진다. (그러고 보니 이 영화도 흥행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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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지막으로 장식체를 사용한 포스터는 가장 적은 수를 차지했다. 이쪽은 수가 적은 이유 때문인지 어떤 전형성을 읽어내긴 힘들다. 개인적으로 디자이너들이 이런 장식체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줬으면 좋겠다. 하다못해 일반적인 세리프 서체도 약간의 포인트를 가미하는 정도로도 놀라운 컨셉이 부여될텐데 대부분 활용이 소극적이거나 정도를 넘어 촌스러운 경우가 많은 것 같다. 더불어 색상에 대한 보수성은 여전한 것 같고, 타이포만을 사용해서 제작된 포스터는 한 개도 없다. 최근 포스터를 전문적으로 디자인하는 에이전시들이 많이 생겨났는데 공급이 느는 만큼 디자인에 대한 참신한 시도들도 함께 선행되었으면 하는 바램에서 끄적여 봤다.


written by 응삼. 2006. 2. 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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