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응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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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래픽 디자이너에게는 기획안이 필요하다. 그것이 개인 작업에 필요한 자가 기획안(self-initiated briefs) 일지라도 마찬가지이다. 기획안을 필요로 하지 않는 사람들은 예술가 이거나 형이상학적인 시인일 수는 있겠지만 그래픽 디자이너는 아니다. 사실 디자이너들이 항상 자유를 부르 짖는 것 같지만 그들에게는 제약 조건이 필요하며(인정하고 싶지 않겠지만) 오직 이러한 제약 조건과 싸워 이길때에만 행복감을 느낀다. 물론 많은 디자이너들이 스스로 울타리를 치고 그안에서 자신의 규칙에 따라 살아간다. 그러나 이것을 순수한 작가 정신과 혼동해서는 안된다. 이것이 의미하는 것은 디자이너가 클라이언트의 역할까지 도맡아 한다는 것이다. 나는 지금 개인적인 프로젝트의 중요성이나 의미를 깎아내리려는 것이 아니다. 다만 그래픽 디자이너의 정신세계는 (교육, 그리고 전통덕분에) 기획엔에 대응하기에 적합한 기질을 가지고 있다는 것을 말하고 싶다. 아마도 언젠가 이것이 필요없는 돌연변이 디자이너들이 나타날지도 모르지만, 과연 그런 날이 올지 모르겠다.

- 아드리안 쇼네시 「영혼을 잃지 않는 디자이너 되기」


이 책의 전반적인 내용은 아니지만 이 부분은 그동안 끊임없이 나를 괴롭혀온 자괴감의 근원을 비교적 명쾌하게 정의해주고 있다. 그것은 왜 나는 스스로 창조할 수 없는가, 어째서 자아와 재능을 합치할 수 없는가에 대한 고민이였다. 그동안은 타성에 젖은 나의 과오를 탓해왔던 것이 사실이다. 텍스트를 이미지로 구현하는 작업에 소질이 있음을 느꼈을때 그것을 디자인이라는 숭고한 행위이자 디자이너로서 당연히 느꼈어야 할 자각의 과정이라는 것을 깨달았다면 방황은 하지 않았을지도 모르겠다. 가슴 한켠에 미련처럼 남은 예술에 대한 동경과 이상이 현실의 나를 바로 보길 거부했던 것일지도 모르고. 난 자신이 좀 더 특별하길 기대했고 그것은 예술가들이 흔히 가졌다 여겨지는 넘치는 자의식에 대한 막연한 예찬과도 다르지 않았다.

이 사람의 말에 빗대어 본다면 난 작가가 될 수 없는 개념의 인간일지도 모른다. 생각해보면 디자인이라는 울타리 안에서 난 순수히 보람을 느끼고 즐겼으며, 또 행복했다. 터부시 해서는 안될 귀중한 재능이였을지도 모른다. 결핍으로 괴로워 하느니 가진것에 기름칠 하는 것이 앞으로의 나를 위해서 좋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written by 응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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