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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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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타인의 취향>은 두 쌍의 남녀 이야기를 중심으로 진행된다. 카스텔라와 클라라, 프랑크와 마니가 그들이다.

카스텔라는 클라라를 진심으로 좋아한다. 그래서 콧수염도 자르고, 어려운 영어책도 읽으려고 노력하고, 그녀를 위해 시도 쓴다. 그는 그녀에게 감사한 마음을 가지고 있는데, 왜냐하면 그는 그녀에게서 영어보다 더 소중한 것을 배웠기 때문이다. 그는 그림을 사고, 공장에다 벽화를 그릴 계획도 세운다. 하지만 문제는, 클라라는 카스텔라의 마음을 잘 모른다는 것이다. 그것이 카스텔라가 쓸쓸한 이유다. 아무리 그가 자신의 마음을 보여주려고 해도 클라라에게 그는 그저 돈만 많고 교양없는 늙은 장사꾼에 불과하다. 두사람이 처음 만났을 때부터 클라라는 그가 자신과는 다른 사람이라고 판단해버렸던 것이다. 여기서 둘의 갈등은 시작된다.

또 다른 남녀인 프랑크와 마니도 갈등이 있다. 프랑크는 마니를 너무 좋아하지만 그녀가 못마땅하다. 그녀가 마리화나를 파는 것도 싫고 자기 앞에서 고집부리는 것도 맘에 들지 않는다. 그 역시 클라라처럼 자기의 기준으로 그녀를 판단하는 착오를 범한다. 그의 기준에서 클라라는 너무 좋지만, 그녀의 직업이나 세상관은 자신과는 너무나 다르다고 느낀다. 사실 프랑크는 타인으로부터 깊은 상처를 받은 경험이 있다. 오랫동안 사랑했던 여인은 그녀를 배신했고 자신의 신념을 함께하던 동료는 신념을 배반한다. 그는 마니도 그렇게 그를 떠나버릴까봐 두렵다.

영화 <타인의 취향> 속 사람들의 의 갈등은 개인과 개인이 만날 때 어떻게 갈등의 문제가 생기는지를 보여준다. 사람들은 모두 자신의 경험을 바탕으로 만든 자신만의 세상 속에 살고 있기 때문에, 그 안에서 타인과 타인의 세상을 바라보는 눈은 일방적일 수 밖에 없다. 우리는 자신만의 기준으로 ‘다른’ 사람에 대해서 자신을 지키기 위해 상대방에 대한 경계를 늦추지 않는다.

하지만 문제는 그 눈으로 나 자신을 바라볼 수 는 없다는 것이다. 상대방에 대해서는 날카롭게 비판을 하고 훈계를 늘어놓으면서도, 그 비판의 준거인 자신의 세상에 대해서는 의심하지 않는다. 자기가 믿고 있는 그 세상이 단순히 자기의 ‘우연한' 경험에 의해 만들어 졌을 뿐이라는 것을 인정할 용기도, 그것이 단지 자기 자신에게만 절대적일 뿐 이 세상 어떤 것에도 적용 시킬 수 없다는 것을 되새길 의지도 우리에겐 없다.


영화는 그 갈등이 해소되는 과정을 보여주며 우리가 어떻게 이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지에 대해 이야기 한다.

우선 카스텔라와 클라라의 경우, 두 사람의 갈등은 결말에서 클라라가 그를 잘 몰랐다는 것을 인정하므로써 해소된다. 그녀는 자신의 판단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그녀는 결국 그녀 자신의 세상을 무너뜨리고 그를 받아들이게 된다. 드디어 그를 알게 된 것이다. 이에 반해 프랑크는, 역시 결말에서 그의 세상이 틀렸다는 것을 깨닫게 되지만 그는 그것을 인정할 용기가 없다. 자기가 이제껏 믿어왔던 자신의 세상이 거짓이었고, 문제는 그녀가 아니라 그녀를 자기 세상에 가두려 했던 자신에게 있다는 것을 알게 되자, 그녀를 떠나버린다.


영화 <타인의 취향>이 우리에게 가르쳐 주는 타인과 교감하는 법은 이렇다.

첫번째로, 자신에 대한 반성이다. 이는 경계해 왔던 다른 사람과의 관계, 즉 갈등에 의해서 깨달을 수 있다고 영화는 말한다. 클라라는 카스텔라가 자신에게 잘 보이기 위해서 그림을 사고 벽화를 그리는 것이 아니라는 것을 알게 된 순간, 자신의 오만함이 부끄럽다. 이렇게 우리가 만든 세상이 진실이 아닐 수도 있다는 것을 계속해서 보여주려는 타인들에 의해서 우리는 자신에게 반문할 기회를 얻게 되는 것이다.

두번째는 용기다. 변화는 언제나 그것을 받아 일 수 있는 용기를 필요로 한다. 누구에게고 자신의 거짓을 인정하는 것은 힘든 일이며, 변화를 위해서는 그것을 인정할 수 있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자신의 잘못을 깨닫고 카스텔라를 받아들인 클라라와는 달리, 프랑크는 자신의 오만함을 인정할 용기가 없었다.

마지막으로 세번째는 타인에 대한 이해와 관용이다. 우리가 만나는 무수히 많은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만들어 지는 크고 작은 갈등들을 극복할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카스텔라가 그의 부하직원에서 사과하는 모습이나, 게이 커플을 멸시하는 발언을 사과하는 모습을 보면, 타인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관용이 사회 전체의 갈등 문제를 얼마나 쉽게 풀어낼 수 있는지 말해 준다.


브루노는 혼자서 플루트를 연주하지만 잘 되지 않는다. 몇 번이고 시도하지만 제대로 소리조차 낼 수 없다. 그러나 마지막 장면에서 그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연주하는 장면에서, 그는 멋지게 제 소리를 낸다. 연주자들 중에는 그와 똑 같은 플루트를 부는 사람도 있고, 다른 악기를 연주하는 사람도 있다. 누구도 그의 플루트 소리를 정확히 구분해 낼 수 는 없지만, 어쨋건 음악은 정말 듣기 좋다. 무엇보다도 연주를 하는 브루노가 즐겁다.

인간이 가장 행복하게 살 수 있는 방법은 다른 사람들과 잘 살아 가는 것이다. 물론 세상에는 나와 같은 사람만 있을 리는 없으며, 그 사람들과의 관계 속에서 우리는 상처를 주고 받을 수 있다. 인생이란 것도 행복과는 거리가 멀게 느껴 질 수 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그것이 인생이다. 우리는 그렇게 살 수 밖에 없으며 조금 더 잘 살기 위해서, 조금 더 행복하게 살기 위해서는 자신을 걸어 잠든 문을 열고 다른 사람들과 교감해야 한다. 용기있게 자신을 반성하고 타인을 이해하려는 노력, 영화 <타인의 취향>이 들려주는 조화로운 이야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