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juerno

팔레스타인, 조 사코.

2005년 늦은 봄에 제 친구 중 하나는 돌연 이스라엘로 어학 연수겸 여행을 떠나겠다고 합니다. '이스라엘로 어학 연수라....... 히브리어를 배우겠다는 건가?' 잘 이해가 가지 않는다고 하자, 그는 키부츠에서 일하며 여러 나라 사람들과 영어를 통한 의사소통을 하며 외국어 실력도 (많이는 아니지만) 늘리고 새로운 경험을 해보고 싶다고 말합니다.

  어찌되었건 그는 가자 지구, PLO, 폭탄 테러 등을 떠올리는 주위 사람들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그해 5월 하순에 레바논 행 비행기를 탑니다.

  그리고 예상보다 빨랐지만, 그는 별 탈없이 돌아왔습니다. 게다가 저에게 '팔레스타인Palestine'이라는 만화책을 안겨주었답니다.


  팔레스타인의 저자인 '조 사코Joe Sacco'는 1991년 말부터 1992년 초에 약 2달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점령 지역에서 머물며 그곳의 사람들을 인터뷰했고 그 인터뷰와 그때 찍은 사진을 바탕으로 이 팔레스타인이라는 만화를 그렸습니다.

  책 내용은 그가 인터뷰한 사람들의 이야기가 짧은 에피소드 형식으로 나열됩니다. 길게는 10페이지에서 짧게는 2페이지 정도로 끝나기도 하지만, 내용은 대부분 팔레스타인 사람들이 이스라엘 군인들에게 당한 가혹한 박해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책을 읽어나가다 보면 '돌을 던졌다', '총에 맞았다.', '감옥에 몇 년간 있었다.', '내 아들이 죽었다.'등의 말들이 마치 일상어처럼 들리게 됩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은 팔레스타인과 이스라엘 간의 문제에 대해서 평화적으로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할 것입니다. 그렇지만 조 사코는, 어느 비오는 날 이스라엘 군인들에 의해서 이유없이 비를 맞고 서있게 된 한 아이의 이야기를 꺼내며 자신이 느낀 점을 들려줍니다. 자신에게 치욕적인 경험을 안겨주며 비웃고 있는 군인들을 바라보는 팔레스타인 아이의 입장에서 과연 우리가 말하는 '평화적인 분쟁 해결'이라는 것이 어떤 의미를 가질지 물어봅니다.

  개인의 힘의 미약함을 절실하게 깨닫게 만드는 수많은 사건들이 지금도 곳곳에서 벌어지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는 멀리서 신문 기사나 읽으며 가만히 동정만하고 있으면 안되겠습니다. 시민들 각자는 무언가를 해나가야 합니다. 비단 팔레스타인 분쟁에 대해 위험을 무릅쓰고 취재를 하여 만화를 그리거나 미군의 이라크 침략에 대해 반대하여 인간 방패를 자원하는 숭고한 행동이 아니라도, 무언가 자신이 할 수 있는 일을 해나가며 다른 사람의 눈물을 한 방울이라도 줄일수 있다면 그렇게 해야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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