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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재미의 구조 - 볼링과 사진

우리가 일반적으로 '재미있다!'라고 느끼는 것의 대부분은 긴장과 이완의 연속입니다.

물론 그 정도가 적정 수준을 유지할 때 편안한 가운데 즐거움을 얻게 되는 거죠.

이러한 의미에서 볼링과 사진은 매우 비슷한 재미의 구조를 가지고 있습니다.

먼저 볼링.

제가 공으로 할 줄 아는 딱 두 가지 운동 중 하나가 바로 볼링입니다. 다른 하나는 농구.

볼링을 쳐 보신 분은 알겠지만 볼링, 참 까다로운 운동이지요.

특히 클럽 티셔츠를 입고 번쩍이는 아대를 차고 화려한 볼을 간지나는 폼으로 굴리는

전문가 수준의 선수 옆 레일에 서게 된다면 부담감은 훨씬 더 합니다.

그래도 그 사람이나 나나 느끼는 건 똑같다며 위안을 해 봅니다.

볼링공에 손가락을 넣고 레일 위에 올라섭니다. 레일 위 자신 만의 스팟을 바라보고

한 걸음씩 걷습니다. 자연스러운 백스윙과 함께 슬라이딩.

엄지가 먼저 공에서 빠져나가는 순간 중지와 약지는 강한 리프팅.

공은 멋진 소리와 함께 아름다운 호를 그리며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내달립니다.

훅 볼을 쳐 보신 분은 알겠지만 브레이크 포인트를 지나

스트라이크 존을 향해 공이 뱀 처럼 휘어질 때의 긴장과 쾌감은 말로 표현할 수 없습니다.

사진도 똑같은 긴장감을 주죠.

뷰파인더로 바라보는 흐릿한 피사체. 초점 조절을 시작하면 피사체는 점점 선명해져 옵니다.

완벽한 초점과 아름다운 구도를 향해 나아가는 기묘한 긴장감.

기대를 동반한 기다림의 긴장이란 점에서 둘은 매우 닮아 있습니다.

이것으로 그치느냐? 그건 또 아니죠.

이완의 단계가 필요합니다. 이쯤이면 누구나 뒷 이야기를 예상하겠지만.

공이 1,3 내지는 1,2 포켓으로 파고 들어 핀을 깨뜨릴 때

초점이 어느 순간 '쨍'하게 들어맞아 셔터를 누르는 순간

그 동안 축적된 긴장감이 한 순간에 해소되며 카타르시스를 느끼게 됩니다.

물론 스트라이크가 터지고 내가 원하던 사진이 찍히면

기대의 충족이라는 점에서 또 다른 기쁨을 맛보게 되죠.

전제 조건은 당연히 많습니다.

볼링은 일정 수준 이상의 훅 볼이어야 하고 카메라는 반드시 수동이어야 한다는 점.

그래도 기본적인 재미의 구조야 같으니까요.

이거 말고 다른 거도 다 똑같잖아!라고 하신다면 할 말은 없네요.

최근의 취미생활이 이거 두개인지라..

마지막으로 스트레스 해소 차원의 영상 하나.

Sean Rash의 볼링 퍼펙트 영상입니다.

볼의 궤적이 제 스타일은 아니지만 정말 시원시원하게 치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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